올여름 국립외교원이 외교관들의 신청을 받아 개설한 '제2외국어 강의' 가운데 일본어 강의가 가장 인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일 양국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지만 일본어를 공부하려는 외교관은 오히려 늘어나는 특이한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25일 국립외교원에 따르면 올여름(6~8월) 제2외국어 강의를 신청해 수업을 듣는 외교부 직원은 약 150명이다. 20대 사무관부터 50대 국장급까지 모두 무료로 수업을 듣는데, 전체의 약 30%인 40여명이 일본어 수강생이다.
외교원 관계자는 "보통 중국어·스페인어 수강 신청이 많았는데, 일본어 신청자가 크게 늘어난 것"이라며 "매년 다소 편차는 있지만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일본 근무를 꺼리던 분위기가 없지 않았는데 특이한 현상"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서기관 A씨는 "일본은 특히 한국과 가깝고 시차가 없는 데다 음식·주거·의료 등 생활 여건도 좋다"며 "대일 외교가 어렵겠지만 업무 외 삶도 중요하다"고 했다. 30대 외교관 B씨는 "더 먼 미래를 바라보거나 취미·여행 등을 위해 일본어를 배우는 젊은 직원이 적잖다"고 했다.
일본어에 이어 중국어(30여명), 스페인어·프랑스어(각 20여명), 아랍어(10여명) 등이 뒤를 이었고, 독일어와 러시아어 수강생은 한 자릿수에 그쳤다. 외교원 관계자는 “스페인어는 보통 중남미 공관 근무를 원하는 행정직 직원들의 수강 신청이 많고, 아랍어는 이번에 관련 부서(중동과) 직원들이 집중 신청했다”고 했다.
외교원은 올해 처음으로 '여름 과정(6~8월)'을 정규 학기로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그간 여름 학기를 임시로 운영한 적은 있지만 1학기(3~5월), 2학기(6~8월), 3학기(9~12월)로 구분해 여름 정규 학기를 개설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지난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외교관들의 외국어 구사 능력을 지적하며 대책 마련을 지시한 이후 외국어 교육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