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배우 차승원의 또 한 번의 도전이다.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감독 이계벽)를 통해 관객들에게 따뜻한 웃음과 뭉클한 감동을 함께 안기고 있다.
11일 개봉한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하루아침에 딸벼락을 맞은 철수(차승원 분)가 자신의 미스터리한 정체를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반전 코미디 영화.
2001년 '신라의 달밤'을 비롯해 '라이터를 켜라'(2002), '선생 김봉두'(2003), '이장과 군수'(2007) 등 유쾌한 작품에서 그 진가를 제대로 선보여 왔던 차승원이 12년 만에 코미디 장르로 돌아온 작품으로도 주목받았다.
영화는 공개된 후 철수의 모습 속 소방관이었던 반전 과거가 있다는 내용이 전해지며 주목받았고, 실관람객들의 호평과 입소문을 더하며 꾸준히 달려가고 있다.
차승원은 담담하고, 냉정하게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와 내용들을 떠올렸다. "연기의 수위조절이 힘들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하며 "지금 완성된 것보다 덜했으면 어땠을까, 그 부분에 대한 궁금증은 여전히 잘 안 풀리죠"라고 잠시 생각을 더했다.
"그 때 당시에는 그게 맞다고 생각해서 연기했겠죠? '감정을 어디까지 맞춰야 하나' 중반까지 계속 고민했던 것 같고요. 예를 들면 무균실 장면 같은 경우는 중반 전에 찍었어요. 제가 직접 겪은 일은 아니지만, 자식이 있는 입장이기도 하니까 (연기하기에) 어렵지는 않았거든요. 오히려 초반이 더 힘들었어요. 철수가 혼자 나오는 장면들이요. 코미디라는 부분도 분명히 있으니, 더할까 덜할까 계속 많은 생각이 들었었죠."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사건을 다루고 있다는 점은 차승원에게도 너무나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장르적으로 코미디를 표방했지만, 드라마로 깊이 가야 되는 것이잖아요. 그 부분(대구 지하철 화재 사건)은, 저도 마음이 좀 그랬어요. 그런 부분들이 언급되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운 마음이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코미디를 표방하다가 뒤로 갈수록 어떤 센 감정이 휘몰아치고, 후천적인 장애를 갖게 된 사람의 심리 뒤로 또다시 어떤 환기되는 지점들이 있죠. 그 요소요소가, 제게는 굉장히 장애물처럼 느껴지고 힘든 점이기도 했어요."
"코미디 연기를 많이 해봤다"고 당당히 얘기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작품을 섭렵해왔던 차승원을 계속해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들었던 시간들이었다.
"그런 지점들을 희화화하고 싶지 않아 특히 더 경계했었어요. 마지막에는 약간 결핍이 있는 아빠와 딸이, 그래도 세상에 도움을 주고 또 도움을 받으면서 살아갈 수 있겠다는 행복해지는 지점에 공감을 많이 했었고요. 저 역시 결혼을 하고 아이가 있는 입장에서 내가 누군가에게 힘이 돼주고 의지가 된다는 것, 그게 정말 큰 힘이라는 것을 알아요. 어쩌면, 그게 전부일 수도 있고요. 후천적 장애를 가진 아빠가 딸을 세상에서 끝까지 지켜줄 수 있겠다는 믿음, 그 기점을 좋게 봤었죠."
차승원이 작품에 도전할 수 있는 힘을 준 데에는 이계벽 감독에 대한 믿음이 한 몫을 더했다.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에 '사람'이 있거든요. 이계벽이라는 사람과는 오래 두고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영화를 결정하기 전에 만났을 때부터요. '독전' 촬영장에 찾아왔을 때 만난 적이 있었는데 순수해보였고, 감독 이계벽보다는 인간 이계벽이 보이더라고요. 저와 나이가 비슷하기도 했고요.(웃음) 동반자로 오래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힘을 내요, 미스터 리'도, 이계벽 감독의 온정이 묻어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하고요."
1988년, 열아홉 살의 나이에 모델로 데뷔 이후 연기자로 보폭을 넓혀 30여 년 동안 브라운관, 스크린을 자유롭게 오가는 대표적인 스타이자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조금은 예민했던 과거 속, 이제는 여유로움을 찾을 줄 알게 됐다며 "현장에서 유연해지고 싶다"는 바람도 함께 전했다.
"누구나 현장에서는 치열하고 예민해질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그것이 제게도, 동료에게도 꼭 좋은 것만은 아니더라고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저도 알게 된 것이죠. 길게 보고 싶었어요. 그렇다고 열심히 안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훨씬 더 자연스럽게, 연기는 그렇게 해야 되는 것 같더라고요.(웃음)"
'시간의 흐름을 체감하면서 사냐'는 말에 "그럼, 이제 마흔 살 밖에 안됐는데…"라고 넉살을 부리며 얼굴에 미소를 띄운 차승원은 "저는 아무 일도 안 벌어졌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제가 하는 이 활동들이, 사람들에게 피해가 되지 않고 상처가 되지 않고 평온하게 갈 수 있기를 바라죠. 크게 바라는 것도 없어요. 요즘 날씨가 더위가 조금씩 물러가면서 선선해지고 있잖아요? 배우 차승원과 인간 차승원 모두, 지금 이 날씨대로만 갔으면 해요"라며 마음을 꺼내놓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