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7종에서 '라니티딘' 속 NDMA 확인 위궤양 치료 등 위해 복용 환자 144만명
발암물질로 인체 유해 가능성, 약 회수도 단기 복용 위험 적지만 장기 복용 '미확인'
발암 우려’ 성분이 들어간 위장약 잔탁 등의 판매가 중단된다. 국내에서도 이 약의 원료인 라니티딘 속에 NDMA(N-니트로소디메틸아민)라는 발암 우려 성분이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ㆍ보건복지부는 26일 라니티딘 성분이 들어간 모든 의약품 269개 품목(133개 회사)의 제조ㆍ수입ㆍ판매를 잠정적으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판매 중단된 약은 잔탁을 비롯, 알비스정·에스알비정·겔포스디엑스정ㆍ글로비스정ㆍ넥시나정·큐란정 등이다.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은 175품목(113개사), 처방 없이 약국에서 사는 일반의약품은 94품목(73개사)이다. 환자들에게 익숙한 겔포스액은 성분이 인산알루미늄겔이어서 이번 조치와 무관하다. 겔포스디엑스정과 다른 약이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NDMA를 DDT·적색육 등과 같이 2A급 발암추정물질로 분류한다. 최근 미국 FDA(식품의약청)와 유럽의약품청(EMA)이 라니티딘에서 NDMA가 미량 검출됐다고 발표하자 식약처가 조사에 나섰다. 1차 조사(16일)에서 나오지 않았으나 이번에 라니티딘 성분 원료 의약품 7종을 전수 조사했더니 검출됐다. 허용 기준 0.16ppm(라니티딘 1일 최대 복용량을 평생 섭취하는 양)을 모두 초과했다.
하지만 제조 순서에 따라 NDMA가 나오지 않거나 최대 53.5ppm까지 나오는 등 편차가 컸다. 약 제조 과정의 문제인지, 보관 문제인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김영옥 식약처 의약품안전국장은 ”NDMA는 라니티딘의 주성분이 아니라 불순물의 일종이라 일정하지 않게 혼합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검출 결과에 편차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해당 의약품을 복용 중인 환자는 144만명(25일 기준)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2700억원어치의 약을 생산하거나 수입했다.식약처는 약을 짧게 복용한 경우엔 위해 우려가 크지 않다고 밝혔다. 독일ㆍ호주도 NDMA에 따른 즉각적인 위험이 없다고 발표한 바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을 가장 많이 처방받은 질환은 역류성식도염ㆍ위염ㆍ소화불량 등 위장병이다. 처방 기간은 연간 6주 이하의 단기 비율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장기 복용의 인체 영향이 아직 확인되지 않아 정부가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잠재적 위험성이 확인된 만큼 선제적 조치를 하는 것이 맞다"면서 "NDMA 성분은 담배를 피워도 나오는 등 일상에서 어느 정도 노출이 된다. 2주, 4주 정도 약을 먹었다고 당장 암이 생기진 않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26일 새벽 1시부터 심평원 의약품안전사용정보시스템(DUR)을 통해 약 처방ㆍ조제를 차단하고 건강보험 적용도 정지했다. 해당 의약품을 처방받은 환자는 의료기관을 방문해 약 추가 복용 필요성 등을 상담해야 한다. 다만 약을 임의로 중단하면 증세가 악화할 수 있다. 만약 재처방과 재조제가 필요하면 1회에 한해 환자 부담금이 면제된다. 약국에서 구입한 일반의약품도 약국을 방문해 교환이나 환불 받을 수 있다.
식약처는 라니티딘이 들어간 의약품을 대체할 약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김영옥 국장은 “파모티딘 등 라니티딘 제제를 대체할 180여개 품목이 있다”고 설명했다. 판매 중지 약은 식약처 홈페이지(www.mfds.go.kr), 복지부 홈페이지(www.mohw.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라니티딘 포함 의약품을 사용한 뒤 부작용이 의심되면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으로 보고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