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나의 가을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시 / 이채
당신과 내가 날마다 만나는 곳
그곳에 가을이 오면
당신의 향기와 나의 빛깔이
파아란 하늘에 구름으로 떠 있습니다
당신과 내가 날마다 걸어가는 곳
그곳에 못다 채운 욕심이 있거든
개여울에 떠가는 가랑잎에 띄워
넓고 넓은 바다에서 살라 하고
당신과 내가 날마다 서 있는 곳
그곳에 못다 흘린 눈물이 있거든
떡잎 적시는 가을비가 되어
한 줌 흙속에 거름이 되게 하고
당신과 내가 밤마다 잠드는 곳
그곳에 못다 꾼 사랑이 있거든
날아가는 철새에게
따뜻한 남쪽 나라 둥지 하나 틀라 하고
어느 가을밤
하얀 별빛이 소복이 내리거든
꿈은 꿈대로 재워놓고
그리움은 그리움대로 묻어놓고
바람은 바람대로 아늑하고
햇살은 햇살대로 부드러워
당신과 나의 가을이
날마다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이채뜨락ㆍ 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