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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14건이나 자백했을까' 프로파일러 "이춘재 진술, 의도·신빙성 의심해야"
서현마미 | 2019.10.02 | 조회 338 | 추천 0 댓글 0

프로파일러 "자백이 끝 아냐…진술 의도·신빙성 의심해야"
5·7·9차 혐의받던 이춘재…화성 9건·추가 범행 5건 모두 내가했다?
"유리한 위치 확보" "자포자기 자백" "우월감 발언"
경찰 "자백 신빙성 확인중 …추가 수사하겠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인 이춘재(56)가 9건의 화성 사건과 추가 범죄 5건 등 총 14건의 범죄를 저질렀다고 자백한 것과 관련해 프로파일러들은 "갑자기 태도를 바꿔 추가 범행까지 자백한 이춘재의 진술 의도와 신빙성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1일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의 통화에서 "프로파일러가 아홉 번의 대질심문에서 이춘재와 유대관계를 잘 형성해 자백을 유도해 낸 것은 박수받을 만한 일"이라면서도 "다만 자백을 받았다고 끝이 난 것이 아니라, 그동안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하던 이춘재가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과 관련해 명확한 사실 관계를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 교수는 "통상 사이코패스들은 상황을 주도하려는 경향을 보이며 통제력을 잃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에 범죄 시인을 잘 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라며 "이춘재가 시인을 한 것은 오히려 수사관과의 관계에서 유리한 위치 혹은 지배적 위치를 확보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어, 진술의 신빙성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했다.

‘범죄심리분석관’ ‘범죄심리분석요원’ 등으로 불리는 프로파일러는 사건의 정황과 단서를 분석해 범인의 특성과 성격·행동유형·직업·연령 등을 추론해 나가는 수사관을 뜻한다. 이들은 용의자가 입을 열지 않거나 피해자와 이해관계가 얽혀있지 않아 범행 동기가 드러나지 않는 사건에 주로 투입된다. 발생한 지 33년이 지난 화성 연쇄살인 사건처럼 추가 목격자나 증거를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경우, 프로파일러들이 용의자 심문 과정에 투입돼 자백을 이끌어 내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한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춘재의 자백이 중요해진 시점에서 투입된 프로파일러들이 차분히 대화를 이어가고 인간관계를 맺는 라포르(Rapport·신뢰감으로 이뤄진 친근한 인간관계)로 의미있는 성과를 이끌어 낸 것 같다"며 "다만 이춘재가 실제 자신의 범행을 자백한 것인지, 자포자기 상태에서 단순히 경찰이 제시하는 범행을 시인한 것인지, 사실관계 확인을 할 필요가 있다. 진술의 신빙성을 확보하는 게 경찰의 숙제"라고 했다.

이어 "이춘재가 경찰이 제시한 증거에 심리적으로 위기감을 느껴 범행을 모두 자백할 가능성이 있다. 4차 사건 증거품에서 이춘재의 DNA를 발견한 점도 이것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며 "하지만 이춘재가 4차 사건을 인정하는 것 이외에 화성 연쇄살인 사건 9건과 추가 5건의 범행까지 모두 ‘내가 했다’고 자백한 것을 순수하게 받아들이면 안된다. 진술의 의도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오 교수는 "이춘재는 자신의 공소시효가 만료돼 더이상 처벌을 받지 않는 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며 "미국 등 해외 사례를 보면, 경찰 대질심문 과정에서 우월감을 느끼기 위해 혐의 이외의 범죄를 자신이 했다고 거짓 진술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또 "이춘재가 나중에 모두 거짓말이라고 번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경찰 역시 진술의 신빙성, 추가 수사 등을 언급한 것을 보면 거짓 진술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수사해 온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자백 내용에 대한 당시 수사기록을 검토하고 관련자 수사 등으로 자백의 신빙성과 임의성을 확인해 수사 결과를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내 최악의 ‘장기(長期) 미제사건’으로 남을 뻔 한 화성 연쇄살인 사건은 지난 7월 15일 경기남부청 미제사건수사팀이 오래된 증거품에서도 범인의 DNA가 검출된 사례가 있다는 점에 착안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NA 재감정을 의뢰하면서 실마리가 풀렸다.

국과수 감정 결과, 화성연쇄살인 사건과 관련된 사건 10건 가운데 5차, 7차, 9차 등 3건에서 나온 DNA가 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춘재의 것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사건발생 33년 만에 용의자의 덜미가 잡힌 것이다. 최근 4차 사건의 증거품에서도 이춘재의 DNA가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춘재 사건 수사를 위해 2009년 연쇄살인범 강호순의 심리분석을 맡아 자백을 받아냈던 프로파일러를 포함해 총 9명의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이춘재와 대질 조사를 벌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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