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핫이슈 | ||||||
"몰랐어요".. 北이탈주민에게 시장경제는 여전히 높은 턱 서현마미 | 2019.10.05 | 조회 396 | 추천 0 댓글 0 |
||||||
매년 1000명 이상 국내로 / 복잡한 금융·소비자 문제로 어려움 / 시장경제 이해 도울 교육·관리 필요 북한이탈주민 A씨는 3년 전 가입한 보험을 해지하려 최근 보험사에 문의했다가 납부한 보험료를 돌려받을 수 없다는 답변에 화들짝 놀랐다. 알고 보니 A씨가 가입한 보험은 중도해지 시 돈을 돌려받을 수 없는 상품이었기 때문이다. A씨는 가입 당시 이러한 점을 알지 못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지만, 보험사로부터는 당시 계약조건에 대한 설명 의무를 다했다는 답만이 돌아왔다. 5년간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법률지원활동을 해 온 박원연 변호사는 “A씨처럼 한국의 금융시스템과 계약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피해를 본 북한이탈주민들로부터 일주일에 2∼3건 정도 문의가 온다”며 “스미싱(문자메시지를 이용한 사기 수법)이나 투자사기 등 피해 유형도 다양하다”고 말했다. 매년 1000명이 넘는 북한이탈주민들이 국내로 들어오는 가운데, 한국 사회의 복잡한 금융·소비자 문제 등으로 인해 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기 등으로부터 취약한 북한이탈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선 정부의 교육 및 지속적 관리 프로그램을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통일부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국내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은 3만3022명에 달한다. 이들은 입국 직후 국정원·경찰청 합동신문 등을 거쳐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이하 하나원)에서 12주(406시간·자율 참여형 보충 프로그램 제외) 동안 사회적응교육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탈주민들은 한국 사회의 시장경제 관련 교육을 수강하게 된다. 통일부 관계자는 “소비자 교육과 사기 예방, 시장경제 적응 프로그램 등에 총 39시간을 배정한 상태”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처럼 단기간 내 이뤄지는 소비자·시장경제교육만으로는 북한이탈주민들의 사회적응을 돕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나종연 서울대 교수(소비자학)는 지난 4월 발표한 ‘소비생활문제 인식에 따른 북한이탈주민 유형화 및 소비자교육방안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하나원의 소비생활 관련 교육은 실제 소비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정보가 다양하게 구성되지 못한 한계가 있고, 남한에 입국한 후 3개월 이내에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이후 한국소비자원과 북한이탈주민지원단체 등에서 (북한이탈주민이) 실제 경험하는 소비생활 어려움과 관련된 내용으로 온·오프라인 교육을 시행하고 있으나 대상이 제한적이며, 간헐적으로 이뤄지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북한경제리뷰에 실린 ‘북한이탈주민의 소송과 어려움’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한 해 동안 남북하나재단에서 제공하는 무료 법률상담을 받은 북한이탈주민 중 민사사건에 해당하는 경우가 81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들에 대한 심층면접조사를 한 결과, 쉽게 보증을 서줬다가 손실을 보거나, 투자사기를 당하는 등 남한 사회를 잘 알지 못해 금전적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이탈주민들도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소비자·시장경제 교육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다. 2015년 한국소비자원이 북한이탈주민 6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7명(70.5%)이 지속적인 소비자 교육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나 교수는 “장기적 교육프로그램의 부재는 북한이탈주민이 사기나 소비자 피해 문제 등을 당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며 “이에 반해 (관련 교육의) 우선순위가 낮게 생각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하나원에서의 교육은 사회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며 “하나원을 나간 이후에 자본주의 시스템에 익숙해질 때까지 지속적으로 법률 교육과 상담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하나원 측은 “구체적인 하나원 교육프로그램을 외부에 공개할 수는 없지만, 원내 교과목이 부족하거나 체험프로그램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하나원을 나간 이후에도 지역 하나센터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재무 관련 교육프로그램 등이 있다”고 전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