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수도 없이 많은 길이 있으나 늘 더듬거리며 가야 하는 길이 있습니다. 눈부시고 괴로워서 눈을 감고 가야 하는 길, 그 길이 바로 사랑이라는 이름의 통행로입니다. 그 길을 우리는 그대와 함께 가길 원하나 어느 순간 눈을 떠보면 나 혼자 힘없이 걸어가는 때가 있습니다. 쓸쓸한 뒷모습을 보이며 그대가 먼저 걸어가는 적도 있습니다. 그리하여 사랑이라는 이름의 길은 기쁨보다는 슬픔, 환희보다는 고통, 만족보다는 후회가 더 심한 형벌의 길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나 설사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가 어찌 사랑하지 않고 살 수 있겠습니까. 지금 당장은 고통스럽더라도 햇빛 따사로운 아늑한 길이 저 너머 펼쳐져 있는데 어찌 우리가 그 길을 가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출처 : 이정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