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사람의 눈에서 떨어진 닭의 똥 같은 눈물이 죽은 이의 뻣뻣한 얼굴을 어룽어룽 적시었다. 문득 김첨지는 미칠 듯이 제 얼굴을 죽은 이의 얼굴에 한데 비비대며 중얼거렸다. ˝설렁탕을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중에서-
<해설 / 소설가 박덕규>
비오는 날, 병든 아내의 만류에도 일하러 나선 인력거꾼 김첨지는 ´기적에 가까운 벌이´를 하지요. 그 기쁨을 폭음으로 이어가다가, 취중에 설렁탕을 들고 집에 와서 ´남편이 와도 일어나지 않는´아내를 걷어찹니다. 그 기세등등함이란 실은 아내의 죽음에 속수무책인 사내의 불안한 내면만 부각시켜 놓지요. 현진건(1900-1943)의 ´운수 좋은 날´은, ´돈 번 날´이 ´아내 죽는 날´로 역전되는 상황으로 그 경제 구조의 모순을 짚었습니다. ´떵떵´ 큰 소리치는 앞에서 정작 설렁탕은 식고 있는 안타까운 풍경을 요즘도 보곤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