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믿을 수 있거나 잊어서는 안 될 소중한 말은 '귀기울여 듣고', 믿을 수 없거나 대수롭지 않은 말은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려버린다'고 말한다. 이것은 듣는 기능을 담당하는 귀와 전해지는 말의 신빙성과 중요성을 연관시키는 동작의 표현이다. 아무리 반항하는 아이라도 귀를 만져주면서 타이르면 수그러든다. 이처럼 귀는 마음의 방향을 잡아주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귀는 믿음과 소중함을 저울질하며, 아주 가까운 사이가 아니면 남이 만지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몸의 일부다. 상대의 손이 귀에 자주 가 있다면 자신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는 표시다. 하지만 상대가 당신의 말을 들으면서 귀를 후비고 있다면 '당신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의심의 표시이거나 '당신의 말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거절의 표시이기도 하다.
귀를 만드는 제스처에는 이런 심리적 의미가 담겨 있지만, 나라에 따라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많이 다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사람들은 뜨거운 것을 만졌을 때나 무엇을 궁리할 때 이런 제스처를 쓰지만, 이탈리아에서는 남성들끼리 이런 몸짓을 하면 '남자답지 못하다'는 모욕을 주는 것이다. 또 스위스 남부지방에서는 '지금 흥정중인 장사꾼에게 속지 말라'고 주의를 주는 신호다. 포르투갈에서는 음식을 앞에 두고 귀를 만지는 제스처를 취하면 '아주 맛있겠군'이라는 감탄의 의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