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대의 脫디지털화 <조성호, 주간경제 638호 2001.08.29 >


일본의 히트상품과 소비트렌드에 대한 덴츠종합연구소의 조사결과가 흥미롭다. 복합기능의 다양한 모바일 기기, 인터넷접속 유선 전화기, 하드디스크 탑재형 VCR, 웹TV 등 각종 디지털 상품과 함께 탈디지털화 컨셉으로 인간의 경험과 감성, 가치에 기반을 둔 다양한 상품들이 히트상품의 양 축을 이루고 있다. 이는 디지털의 추세에 압도당하면서도 탈인간화를 우려하는 소비자 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화에 대한 반향과 복고경향, 자연에의 순응과 조화 등 탈디지털화 추세가 디지털시대의 새로운 소비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세상이 디지털의 급류를 탄다하더라도 소비자들은 그러한 조류에 맞춰 갑자기 변화할 수는 없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생활의 이면에서 인간적인 감성과 여유로움이 급속하게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인간적인 가치를 되찾으려는 강한 욕구를 갖게 된다. 따라서 소비자들에게 경험과 체험을 통해 특별한 만족을 줄 수 있는 상품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디지털의 힘과 인간의 감성이 함께 존재하는 상품을 통해 기업들은 성공의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상품의 규격화된 기능과 서비스로는 더 이상 소비자를 사로잡기 어렵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감동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DVD의 보급과 함께 홈 시어터가 개인별 취향에 맞는 영화감상의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폭넓은 연령층으로부터 호평을 얻게 되었다. 고급 커피전문체인인 스타벅스가 엄청난 성공을 누리는 것도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없는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또한 새로운 문화와 생활양식을 제안하는 상품과 복합공간도 소비자의 주목을 받고 있다. 소니는 세계 주요 도시에 소니스타일이라는 쇼룸을 개설하여 신상품과 첨단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소니스타일은 소비자들이 소니의 첨단 디지털 기술과 기기를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함으로써 소니 매니어를 만들어 가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쇼핑이 급속히 확산되는 가운데서도 일본의 시부야에서는 동대문시장이 개설, 한국에서는 쇠퇴하고 있는 재래시장의 문화를 연출함으로써 가격흥정이라는 색다른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디지털화와 정보혁명은 상품 기능과 거래 방식에서 인간적인 요소를 거의 배제해 버렸다. 이로 인해 인간적 감성과 경험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없는 상품과 서비스는 단순한 일용품으로 전락하게 되며, 다른 것에 의해 쉽게 대체될 수 있게 되어 결국 가격경쟁의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기업이 자신의 상품과 서비스에 대해 경험과 감성이라는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mass customization)을 통해 대량 공급의 효율성과 개별고객에의 대응력을 조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