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동영상 포인트
공지 [필독]회원등급 확인 및 기준, 등급조정 신청 방법 안..
좋은글
딸깍발이
아린아린이 | 2020.03.24 | 조회 287 | 추천 0 댓글 0

´딸깍발이´란 것은 ´남산골 샌님´의 별명이다. 왜 그런 별호가 생겼느냐 하면, 남산골 샌님은 지나 마르나 나막신을 신고 다녔으며, 마른 날은 나막신 굽이 굳은 땅에 부딪쳐서 딸깍딸깍 소리가 유난하였기 때문이다. 요새 청년들은 아마 그런 광경을 못 구경하였을 것이니, 좀 상상하기에 곤란할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일제 시대 일인들이 ´게다´를 끌고 콘크리트 길바닥을 걸어다니던 꼴을 기억하고 있다면 ´딸깍발이´라는 명칭이 붙게 된 까닭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남산골 샌님이 마른 날 나막신 소리를 내는 것은 그다지 얘깃거리가 될 것도 없다. 그 소리와 아울러 그 모양이 퍽 초라하고 궁상이 다닥다닥 달려 있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인생으로서 한 고비가 겨워서 머리가 희끗희끗할 지경에 이르기까지, 변변치 못한 벼슬이나마 한 자리 얻어 하지 못하고(그 시대에는 소위 양반으로서 벼슬 하나 얻어 하는 것이 유일한 욕망이요, 영광이요, 사업이요, 목적이었던 것이다.) 다른 일, 특히 생업에는 아주 손방이어서 아예 손을 댈 생각조차 아니하였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는 극도로 궁핍한 구렁텅이에 빠져서 글자 그대로 삼순 구식(三旬九食)의 비참한 생활을 해 가는 것이다. 그 꼬락서니라든지 차림차림이야 여간 장관이 아니다.

두 볼이 하윌대로 하위어서 담배 모금이나 세차게 빨 때에는 양볼의 가죽이 입 안에서 서로 맞닿을 지경이요, 콧날은 날카롭게 오똑 서서 꾀와 이지(理智)만이 내 발릴 대로 발려 있고, 사철 없이 말간 콧물이 방울방울 맺혀 떨어진다. 그래도 두 눈은 개가 풀리지 않고 영채가 돌아서 무력이라든지 낙심의 빛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아래윗입술이 쪼그라질 정도로 굳게 다문 입은 그 의지력을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내고 있다. 많지 않은 아랫수염이 뾰족하니 앞으로 향하여 휘어뻗쳤으며, 이마는 대개 툭 소스라져 나오는 편보다 메뚜기 이마로 좀 편편하게 버스러진 것이 흔히 볼 수 있는 타입이다. 

0
추천

반대
0
카카오톡 공유 보내기 버튼
댓글쓰기
최신순 추천순
불교의 계율 (0)
아린아린이 | 조회 250 | 추천 0 | 03.24
구종인간(九種人間) (0)
아린아린이 | 조회 231 | 추천 0 | 03.24
한 마디 (0)
아린아린이 | 조회 296 | 추천 0 | 03.24
있을 때 잘해 (0)
아린아린이 | 조회 239 | 추천 0 | 03.24
상처 (0)
아린아린이 | 조회 240 | 추천 0 | 03.24
개조심 (0)
아린아린이 | 조회 257 | 추천 0 | 03.24
비눗물 (0)
봉봉 | 조회 283 | 추천 1 | 03.24
무질서 (0)
봉봉 | 조회 291 | 추천 1 | 03.24
동정과이해 (0)
봉봉 | 조회 265 | 추천 1 | 03.24
실천 (0)
봉봉 | 조회 266 | 추천 1 | 03.24
고독감 (0)
봉봉 | 조회 315 | 추천 1 | 03.24
마음의상처 (0)
봉봉 | 조회 273 | 추천 1 | 03.24
자유로운여자 (0)
봉봉 | 조회 290 | 추천 1 | 03.24
새로운사상 (0)
봉봉 | 조회 264 | 추천 1 | 03.24
자유의심연 (0)
봉봉 | 조회 315 | 추천 1 | 03.24
병아리싸움 (0)
봉봉 | 조회 237 | 추천 1 | 03.24
발자국 (0)
봉봉 | 조회 285 | 추천 1 | 03.24
불화해소 (0)
봉봉 | 조회 250 | 추천 1 | 03.24
고통의 해방 (0)
봉봉 | 조회 286 | 추천 1 | 03.24
세계의 문제들 (0)
봉봉 | 조회 255 | 추천 1 | 03.24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