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나희덕-
길을 잃고 나서야 나는 누군가이 길을 잃게 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어떤 개미를 기억해내었다
눅눅한 벽지 위 개미의 길을 무심코 손가락으로 문질러버린 일이 있다 돌아오던 개미는 지워진 길 앞에서 두리번 거리다가 전혀 엉뚱한 길로 접어들었다 제 길 위에 놓아주려 했지만 그럴수록 개미는 발버둥치며 달아나버렸다 길을 잃고 나서야 생각한다 사람들에게도 누군가 지나간 자리에 남는 냄새 같은게 있다는 것을,
얼마나 많은 인연들의 길과 냄새를 흐려놓았던지, 나의 발길은 아직도 길 위에 서성거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