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말씀 -오세영-
장미가 그의 색깔이 감옥이듯, 백합이 그의 향기가 감옥이듯,
말은
나의 감옥입니다.
소리로 쌓아올린 벽,
그 분절된 의미의 방 안에서
내다보는
창,
세상은 하나의 큰 감옥일지
모릅니다.
돌은 침묵 속에 갇히고,
새는 노래 속에 갇히고,
아, 그러나 나는
보았습니다. 어느 여름날
이 세상 감옥을 부수는 천둥 벼락을,
장마 끝 먹구름 환히 걷힌 푸른 하늘을,
님이여,
당신의 음성은 우뢰인가요.
그렇다면 나의 감옥을 허물어주세요.
내 말의 문법을 풀어주세요.
나의 감옥은 말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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