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오는 날
- 나선주-
외투에 목도리 두르고 사립문 열면
측백나무 울타리 박 넌출
휘어진 가지 위에 흰 눈 쌓인다
저기 빈 들판 뾰쪽뾰쪽
벼 포기 가을 이야기 도란도란 나누다 만
나뭇잎 모로 누워 새 이불 덮는다
광활한 공간 켜켜이 눈 덮이면
따뜻한 사랑 남기고 간 몹쓸 사람
모닥불 불티 하나 허공에 날리면
꽃향기처럼 그리운
허망한 가슴에 흰눈 쌓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