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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문화에 따라 다를까
rich_rich | 2019.08.26 | 조회 161 | 추천 0 댓글 0
마음은 문화에 따라 다를까?
인간 심리의 보편성과 다양성에 대한 논쟁


문화심리학을 하면서 다른 학자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은 '한국의 고유한 심리라는 게 진짜 있느냐?'는 질문입니다. 한국 문화심리학의 연구 중에 한(恨)이나 정(情), 신명 같은 한국의 문화적 심리를 개념화한 것들이 있는데요. 그런 연구가 발표될 때면 늘 나오는 질문이 바로 이겁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한이 없겠느냐? 다른 나라 사람들이라고 정을 안 느끼겠느냐? 다른 나라 사람들도 신이 나지 않겠느냐? 그런데 그걸 한국의 고유한 심리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는 거죠.



이런 질문이 나오는 이유는 심리학이 사람의 마음이 보편적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심리학은 '과학'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과학이란 '관찰 가능한 것을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연구하는' 학문이지요.

보이지 않는, 즉 관찰 불가능한 '마음'이라는 대상을 연구하기 위해 심리학은 여러 가지 방법론을 개발해 왔고, 그 방법들을 가지고 지금도 마음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심리학의 방법론을 대표하는 것은 측정입니다. 측정이란 마음에 수치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내 여자친구가 나를 7점 만점에 6만큼 사랑한다, 나는 오늘 5점 만점에 3만큼 행복하다.. 이런 식이죠. 우리가 알고 있는 심리학 연구의 설문지들은 대개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심리학 연구들은 이런 방식으로 추출된 수치들을 사용해서 마음을 연구합니다. 심리연구에서 이 측정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면 통계가 심리학의 필수과목인 것이 이해가 되실겁니다.


그런데, 측정을 한다는 것은 측정의 대상이 일관적이고 보편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리학의 연구대상들을 떠올려보면 쉬운데요. 물리학에서 측정의 대상이 되는 것은 질량, 길이, 부피, 거리 등의 속성입니다. 이들은 측정도구만 정확하다면 언제 어디에서 재든지 동일한 값을 나타내지요. 그렇지 않다면, 예를 들어 한국에서 50kg인 사람이 미국에서는 60kg가 나왔다면 그 저울은 믿을 수 없을 겁니다.

따라서 측정한 값이 신뢰로우려면, 측정한 값을 비교하고 평가하는 일이 가능하려면 측정이 대상이 되는 속성은 보편적이어야만 합니다. 무게나 길이처럼 말이죠. 여기서 마음을 측정하는 것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마음은 무게나 길이처럼 보편적인 속성일까요?


'나는 여자친구를 7점 만점에 5만큼 사랑한다'고 했을 때, 그 5는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정도의 5일까요?

정도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여자친구를 5만큼 사랑하기 이전에,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A가 정의하는 사랑과 B가 정의하는 사랑이 같다고 할 수 있을까요?



문화적으로, 한국인이 생각하는 사랑과 일본인이 생각하는 사랑은 같은 개념일까요? 예전에 한국인과 일본인이 생각하는 사랑에 대한 재미있는 뉴스를 본 적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연인들에게 서로 연락이 안 되는 시간을 얼마까지 견딜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한국인 커플들이 하루, 이틀이라고 응답한 반면, 일본인 커플들은 무려 2주일 이상 연락이 안 돼도 참을 수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우리는(한국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과 한시도 떨어져 있기 싫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유없이 하루 이상 연락이 안되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불안하겠죠. 일주일 이상 연락이 안되면 저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러면 일본인들은 왜 2주 이상 연락이 안돼도 서로 사랑하는 사이임을 의심하지 않을까요?



그것은 두 나라의 문화차이 때문입니다. 일본인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쳐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강하게 가지고 있습니다. 메이와쿠(迷惑)라고 하지요. 그리고 메이와쿠는 사랑하는 연인들에게도 적용됩니다. 내가 연인이 보고 싶다고 아무때나 연락을 한다면, 중요한 일을 하고 있거나 방해받고 싶지 않은 연인에게 폐를 끼치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며칠 동안 연락이 안돼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그렇다고 일본인들의 사랑이 한국인들의 사랑보다 못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쟤들은 덜 보고 싶으니까 연락을 안하겠지. 그러니까 덜 사랑하는거야. 이렇게요?



그렇지 않습니다. 사랑의 개념이 다르고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른 것뿐이지 일본인들은 한국인들보다 연인을 덜 사랑한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죠.



물론 인간은 문화에 관계없이 보편적인 모습을 갖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은 집을 짓고 삽니다. 옷을 지어 입고, 음식을 해 먹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며 직장을 다니며 돈을 법니다. 보편적이지요.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같은 집에 사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사람들이 옷을 입지만 같은 옷을 입는 것은 아니죠.

이것이 보편성과 대비되는 문화적 다양성입니다.


그리고 문화심리학이 말하고자 하는 요점이 바로 이것입니다. 사람의 마음도 보편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정(情)을 예로 들자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친밀한 관계에서 비롯되는 따뜻하고 편안한 감정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라고 없겠습니까?



그렇지만 한국인들이 정(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떠올리는 감정과 그 감정을 주고받는 관계에 대한 표상이 다른 모든 나라 사람들에게 똑같이 공통적인 것은 아닐 거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문화심리학은 한국문화, 한국인들에게 있어서의 정(情)을 이해하자는 것이죠.



여기다가 대고 자꾸만 '그럼 다른 나라 사람들은 정이 없다는 얘기냐?'라고 물으시면 저는 대단히 답답합니다.



다음의 사진들은 제가 수업에서 사용하는 보편성과 다양성에 대한 예입니다. 이것으로 '마음이 문화마다 다를까?'에 대한 답을 대신하고자 합니다.


사람들은 집에 삽니다. 집은 벽과 지붕으로 돼 있고 창문과 문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집입니다. 한국사람들은 이렇게 생긴 집에서 삽니다(살았습니다).
이것도 집입니다. 물이 많은 지역 사람들은 이런 수상가옥에 삽니다.
이것도 집입니다. 건조한 사막에 사는 사람들은 이런 흙집을 짓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집'에 산다는 보편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집의 재료나 구조, 모양은 모두 다릅니다. 그들이 다른 환경, 다른 역사, 다른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문화적 다양성입니다. 문화심리학의 주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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