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에서 나온 차 중 명실공히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차.
유럽인들이 이해하지 못할 초호화 공간을 추구하는 차, LS460을 시승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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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렉서스 'LS460' / 렉서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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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인테리어
LS460을 처음 만난 순간을 잊기 힘들다. 멀리서 보았을 때는 중형차의 디자인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점점 가까워질수록 차의 크기가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알게 됐다. 5미터가 넘는 차체는 주차장 형광등을 고스란히 반사하며 카리스마를 내뿜고 있었다.
사실 LS460은 개성있는 디자인이라기 보다는 렉서스의 다른 차들과 유사한 이미지지만, 요즘 유럽 대형차들이 이미지 라인등을 더해 덩치를 숨기는데 반해 오히려 몸집을 무뚝뚝하게 강조해서 본래 사이즈보다 더 큰차로 보인다.
공기저항계수(cd)는 0.26으로 승용차 최고 수준이다. 이는 철판간 틈이 거의 없고 형상이 매끈하다는 의미로 고속주행시 풍절음이 적어지게 되는 요소다.
사이드 윈도우를 둘러싼 반짝이는 몰딩은 아연 다이케스트로 만들어진 제품으로 이음매가 없다는 특징이 있다.
차체 표면은 도장 전 일일히 사람의 손으로 연마하는 과정이 포함되어 전반적인 도장 품질을 한차원 끌어올렸다. 어떤곳에 얼굴을 비춰봐도 거울처럼 매끄럽기 그지 없다. 빛이 비치는 방향에 따라 약간씩 색이 달라지는 것도 이 차의 멋이다.
고급 대형차는 머플러를 숨기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 차는 머플러를 범퍼 일체형으로 만들고 크기를 키워 퍼포먼스를 강조했다.
기밀성을 높인 고급차들은 정숙성을 위해 도어 패킹 두께를 늘리기 마련이고, 문을 닫을때면 잘못 닫혀 다시 닫아야 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이 차는 문을 살짝만 걸쳐놓아도 모터를 이용해 끌어당겨 닫아준다.
LS460L의 뒷좌석은 일반인들에게 경탄을 자아내게 해 범접하기 힘들것 같은 느낌이었다면, LS460은 호화스러우면서도 일반인도 탈 수 있을만한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실내에 들어앉아보니 역시 개성이 느껴지는 공간이 아닌 무난한 공간이지만, 시트는 더 없이 편안했다.
유럽차의 경우는 럭셔리 승용차도 시트가 단단하다는 느낌인데, LS460은 완전한 소파다. 국산 럭셔리 차량들은 유럽 느낌도 아니고 일본 느낌도 아닌 애매한 시트를 제공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 차는 눈치 보지 않고 일본인이 원하는 바를 추구하겠다는 인상이 강하다. 물렁물렁한것이 너무 편안해 운전하다 잠들 지경이다.
LS460L의 뒷좌석 우측 소파는 오토맨이라 해서 독특한 안마기능과 대단한 각도의 리클라이닝 기능을 제공해주지만, LS460 기본모델의 뒷좌석도 일단 눕히고 나니 편안함이 감탄할 만한 수준으로 느껴졌다.
렉서스 특유의 플라스틱제 센터페시아는 재미없는 느낌이지만, 실용적인 것만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다. 유럽차는 뭔가 공부를 할 수록 새로운 기능을 발견하게 되는 재미가 있지만, 이 차는 보이는게 전부다. 운전석에 그다지 공들일 필요가 없었던 차라는 느낌이다.
운동성능
주차장에서 시동을 걸었으나, 예상한대로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진동은 아예 느낄 수 없고, 저음의 시동 소리만이 조용히 들릴 뿐이다. 그나마도 음악이라도 틀어놓으면 들을 수 없다.
차를 빼기 위해 핸들을 돌렸다. 신기하게도 핸들을 한바퀴 정도만 돌렸는데도 차를 쉽게 뺄 수 있었다.
LS460의 핸들은 기어비 가변 스티어링이라고 하는 장치를 갖췄다. BMW도 530i이상 5시리즈에 도입한 바 있는 장치로 저속에선 적게 돌려도 크게 회전해 주차를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하고, 고속에선 꽤 돌려도 약간씩만 반응해 직진 안정성을 돕는 기능이다.
고속으로 달려보니 노면의 잔충격을 꽤 가볍게 흡수한다. 단순하게 부드럽기만 해서 물침대처럼 출렁이는 차체와는 차원이 다르다.
로워암 등 서스펜션 부품에 알루미늄을 대폭 적용해 스프링 하부의 무게를 낮춰 노면을 잘 따라잡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전자제어 에어 서스펜션으로 코너에서 차가 기울어지는 것을 최소화했기 때문에 차는 부드러우면서도 운동성능을 잃지 않는다.
달리는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던 전대 모델에 비해 급가속시 꽤 자극적인 저음 사운드를 더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지나치리만치 조용하다.
최근 유행하는 직분사 엔진은 뛰어난 퍼포먼스를 갖추고 있지만, 진동과 소음이 높아진다는 단점이 있는데, LS460의 경우 직분사를 채택하면서도 동시에 일반 분사 인젝터를 별도로 준비해 퍼포먼스와 정숙성, 두마리 토끼를 잡은 것이다.
시속 80킬로 쯤 달리고 있나 싶어서 계기반을 보면 어느새 시속 120킬로를 훌쩍 넘어가고 있다. 생각한 것 보다 월등히 빠른차다.
LS460L은 뒷좌석에 앉았을 때 약간 멀미가 나겠다는 느낌이었는데, 이 정도 길이라면 스포티함도 그런대로 마음에 든다.
세계 최초로 장착한 8단 오토 트랜스미션의 느낌도 부드럽기 그지 없다. 기어 단수가 늘어나면 크기가 커지고 무게가 늘어나기 때문에 오히려 연비가 떨어질 가능성도 있는데, 이 8단 기어는 6단 트랜스미션과 거의 같은 크기에 중량도 오히려 10% 정도 가벼워졌다.
변속 타이밍도 꽤 마음에 드는 수준이다. 변속 충격이 적고 빠르기 때문에 변속이 된다는 느낌보다는 무단 변속기로 달리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일본식 럭셔리의 의미
렉서스 LS460은 일본차다. 이것은 한편 핸디캡인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절묘한 찬스이기도 하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로 대표되는 독일차들은 최상위 모델 또한 중형 모델과 동등한 수준의 스포츠 성능을 갖도록 노력한다.
조금 더 럭셔리하고 덩치가 커졌을뿐 여전히 스포츠카를 능가하는 주행성능을 자랑하는 것이다.
때문에 뛰어난 코너링을 위해 승차감을 희생시킨다거나 운전자를 위한 값비싼 기능을 장착하는 경우도 많다.
반면 뒷좌석 기능은 국산 최고급 모델에 비해 부족한 부분도 있어서 간혹 놀랄 때도 있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의 럭셔리 자동차 시장의 요구는 뒷좌석에 집중되어있다.
뒷좌석은 리클라이닝 기능이 제공되어야 하고, 비행기 비즈니스 석 수준의 안마가 아니라, 제대로 두드려주는 안마 의자를 집어넣어주길 원한다.
어차피 최고급차에 짐을 실을리 없으니 뒷좌석을 위해 필요하다면 트렁크를 좁혀도 상관없다.
시끄럽게 빨리달리느니 운동성능을 다소 희생하더라도 조용히 달리는 쪽을 선호한다.
도요타는 이런 시장을 정확히 파악했다.
독일차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렉서스만의 방식으로 최고급차를 만들어낸 것이다.
LS460은 전대 모델에 비해 스포츠성능이 매우 뛰어나게 발전했지만, 독일 럭셔리 승용차와 같은 스포티한 핸들링과 안정감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렉서스 뒷좌석의 기능이나 편안함, 정숙성에 있어선 독일차를 이미 능가하고 있다.
개성적이진 않지만, 무색무취의 방향성으로 각 부분을 모두 향상시켜 모두가 만족할만한 차를 만든 것이다. 개성이 강한 아우디의 경우라면 대단한 매니아가 있는 동시에 싫어하는 사람도 분명 있지만, 렉서스를 타면 100이면 99는 만족하고 마는 것이다.
이것이 도요타가 추구하는 방향이고, 앞으로 나오는 차종 또한 이러한 방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