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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육아 | ||||||
출산후기 다찍어 | 2011.08.14 | 조회 10,309 | 추천 6 댓글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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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5일 아랫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전날 옷을 좀 헐벗고 자서(...) 배탈이 난 것 같았다. 설사 기운도 좀 있어서 출산이 가까워지면 설사와 구토증상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하면서 좀 불안했지만 배탈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11월 16일 여전히 아랫배가 아프다. 친구가 전화했는데 아직 별일 없다고 하고 말았다는 쪽팔린 사실... 그래도 운동부족에 마지막 기회이려니 하고 보건소에 철분제 받으러 갔다. 철분제 세 통과 예방접종 안내문, 모유수유 안내문 등을 받아왔다. (차에 붙이는 '임산부가 타고있어요' 안내카드(??)는 사양했다;;)
집에 들어와서 얼마 안 있어 남편이 온다길래 지하철역으로 마중나갔다. 걸어가면서 드디어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는데 '이거 혹시 자궁수축(가진통)인데 모르고 삽질하고 있는건 아니겠지?' 였다. 집에 들어와 가진통으로 검색해보니 '생리통같다'라는 내용이 뜨더라. 그제야 지금 배가 아픈 게 생리통과 같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랜만에 아프다보니 기억이 안나서 그랬다;;;;;
근데 가진통이라고 생각하니 이제 20~30분 간격으로 아프기 시작했다 -_-;; 출산가방을 마저 싸기 시작했다. 남편은 드디어 내가 뭔가 한다며 좋아하기 시작했다(...) 슬슬 많이 아프기 시작해서 침대에 누워서 낑낑대기 시작했고 수지침 배운 남편한테 자궁혈 위치를 물어봐서 거기를 자극하니까 좀 나았다. (근데 이게 진통을 더 불렀을지도;)
11월 17일 밤 12시에서 5시까지는 그래도 잠들었다. 5시부터 진통간격이 15~20분으로 줄고 아침 7시가 되자 10~15분으로 줄었다. 가진통은 간격이 불규칙적이라고 했는데 이게 불규칙적인건지 규칙적인건지 알 수가 없었다. 6시쯤 화장실에 갔더니 이슬이 비췄더라. 근데 점액질...인지는 모르겠고 그냥 생리혈 비슷하던데. 힘겹게 밥을 먹고 8시에 택시 잡아서 병원으로 향했다. 진통간격은 10~12분으로 줄어 있었다.
내진을 하니 자궁문이 1.5cm 열렸다고 한다. (3cm 열려야 입원. 최종목표는 10cm;;) 가진통 아니고 진진통이란다. 태동검사/자궁수축 검사를 하고 10시쯤 입원수속을 밟았다. 집으로 도로 가라고 할까봐 어찌나 불안하던지.. 옷 갈아입고 가족분만실로 옮겼다. 화장실도 딸려있고 TV도 있고 해서...마치 숙박시설 같기도 했다;; 이런저런 문진(임신 후 몸무게 증가율, 출산경험 등) 후 자궁수축제 꽂고 진통계측기를 달았다. 그리고 제모랑 관장. 관장약이 먹는게 아니고 아래로 넣는 건데 아프게 넣어서 좌절. 제모할 때 죄다 미는줄 알았더니 딱 그 부위만 밀더군;; 관장약 넣고 5분 참으라고 했는데 3분 30초 참고 링겔을 들고 가야 하므로 시간이 걸리니까 지금 출발하자는 합리화를 하며 일어나려 했으나...진통계측기를 깜빡해서 결국 간호사 콜. 화장실 양변기가 화장실 제일 끝에 있어서 되게 슬프더라. 금식이 시작되었는데 11시쯤 되자 벌써 입이 심심해지기 시작했다.
간호사가 TV 틀어줬는데 영화채널에서 '악마의 부활'을 한다고 해서 조금 식겁. 공중파에서는 12남매를 둔 가족의 김장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왠지 시의적절한데... TV보면서 친구들한테 문자날리고 친구와 통화했다. 진통간격은 7~8분이 되었다. 신랑은 학교가서 과제내고 출산가방 가지러 집에 갔다왔다. (가진통일까봐 안 챙겨왔다;) 점심때쯤 친정부모님 도착하셨다. 근데 솔직히 오셔도 할일이 없는데;; 시부모님은 강원도 여행가시던 중이라서 고속도로 안이라고 하시더라;
12시경 진통제를 한 대 맞았는데 졸음이 마구 짧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이후로 진통간격이 5분대가 되면서 기억이 혼미하다; 간호사가 내진하면서 양수 터뜨리고 내진도 잦아졌다. 12시 전에는 약 먹을 정도의 생리통이었다면 12시 이후에는 고통이 찾아오면 오만상을 찌푸리며 손수건을 부여잡게 되었다. 문제는 고통보다도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인지'에 대한 공포가 더 컸다. 담당의사가 와서 상태 보고 가길래 언제쯤 나오겠냐고 물어보니 빠르면 3~4시, 늦으면 5~6시라고 해서 약간 당황했다. 초산인데 너무 빨리 잡은거 아닌가 하기도 했고 24시간 진통하고 제왕절개한 이야기도 많이 들어서 오늘 안에만 나오길 소망했다. 난 진통 중에 시간도 안 물어봐서 확실하진 않은데 3시쯤 진통제 한 대 더 맞았다. 척추에 하는 경막외마취(무통분만)는 안하냐고 물어봤더니 부작용 있을수도 있다고 안한다고 해서 안습...진통하다 무통분만 하면 천국을 본다고 해서 기대하고 있었지...
가장 괴로웠던 것은 애가 내려오는 도중 어디에 걸렸다고 왼쪽으로 계속 돌아누워 있었던 것이다. 계속 한 자세로 있으려니 오른쪽 허리가 붓는 것처럼 아프더라. 남편한테 계속 주물러 달라고 했다. (위치를 잘 못 잡으면 짜증작렬;-그래도 욕은 안했어...) 물도 마시고 싶지만 물도 못 먹는 금식이어서 가끔 입에 머금었다 헹구기만 했다. 아래쪽으로는 양수가 계속 나오는것 같은데 소변대변도 나오는지는...그냥 인식 안하려고 했다. 남편은 봤을테지만 그냥 평생 모르고 살테다! 진통이 심해지면서 TV 볼 정신도 없고 (돌아누워 있어서 각도도 안좋고) 하니 간호사가 태교음악 모드로 돌려주었다.
2시부터 5시까지는 수시로 내진을 하는데 4.5cm~5.5cm만 왔다갔다 해서 짜증이 엄청 나더라. 진통 중 내진은 아예 손을 넣고 몇바퀴 돌리리면서 휘젓더군 -_-... 진통 오는데 내진까지 하면 그야말로 폭풍이나 태풍을 맞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5.5cm였다가 다음 내진 때 5cm로 줄어들자 남편에게 진짜냐고 (엄한데다) 짜증을 냈다. 그래서 다음 내진 때 남편도 옆에서 같이 봤다나...간호사가 당황했다나...애기 머리 보였다나...하여간 계속 괴로워하다 5시쯤 담당의사가 와서 '될 것 같은데? 해봅시다'라고 간호사에게 말하자 의사가 굉장히 믿음직스럽고 멋져 보였다 -_-^
그래도 경막외 마취를 안 하니 힘 주는 건 자연스럽게 되더라. 2시쯤부터 간호사가 변의를 느끼냐고 물어봤고 느껴지면 진통 오는 타이밍에 맞춰서 아래쪽으로 힘을 주면 된단다. 어차피 진통이 오면 몸에 자연스럽게 힘이 들어간다. 그 와중에도 진통중에 뭔가 강하게 잡거나 이를 악물면 손목이랑 이빨 나간다는 말을 상기하며 부들부들 떨면서 손수건만 부여잡고 있었다. -_- 그러다 남편이 내 가방에서 음악CD를 발견하고 간호사에게 틀어달라고 했던가 간호사가 보고 틀어줬던가 그랬다. 1번 트랙 나오고 기억이 끊겼다가 3번트랙 나오던건 기억한다. 그리고 다시 기억이 끊겼다가 다시 음악을 인식한 것은 분만 후 처치 할 때...;
여하간 담당의사의 선언이 떨어지고 간호사 4명이 더 들어왔다. 사실 힘주면서도 계속 궁금한게 과연 애가 내려오고 있는가?? 였다. 별로 진전이 없는지 결국 간호사 하나가 윗배를 누르기 시작했다. 거기다 허리를 들어서 몸을 둥글게 하고 양쪽 다리도 올려서 몸쪽으로 최대한 당기면서 힘을 주었다. 소리내지 말라는데 힘주면 자동으로 입이 열리면서 신음이 나오던데...다른 데는 조용해서 나만 이렇게 시끄럽나 하는 생각도 했다. 나 출산하기 전에 다른 분만실에서 아이 태어나서 우는 소리는 들었는데 언젠지도 모르겠고; 막판에 마취하고 회음부절개 후에 어쨌거나 애가 나오는 중이었는데 막판에 또 어깨가 걸렸다나 -_-^ 그래도 마지막으로 힘 한번인가 두 번 더 주자 애가 퍼덕거리면서(;;) 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난 이제 쉬는시간!!
아기는 나와서 바로 울기 시작했고 탯줄 자르고 (난 보이지도 않았다) 간호사가 데려가서 1차 처치하고 데리고 와서 인사하고(나한테 오니까 울음을 그쳤다) 다시 밖으로 데려가서 친정부모님 보여드리고 신생아실로 옮겼다. 난 남아서 탯줄 마저 꺼내고 태반까지 나오는데 또 간호사가 배를 누르면서 탯줄을 잡아당긴다;; 느낌이 참 묘하더라. 그리고 회음부 봉합하는데 마취 했는데도 다리에서 가까운 쪽은 약간 따끔하더라. 의사한테 아프다고 하니까 '마취했는데...주사 한 대 더 놔드릴까요?' 하길래 '...그냥 참을게요.' 했다. 진통도 참았는데 이정도야 뭐...ㅜㅜ 다 꼬매고 의사는 나가고 또 간호사 4명이 내 배를 천천히 눌렀다. 자궁 안에 남은 피를 빼기 위해 하는 거라는데 개인적으로는 출산과정 중에 제일 섬뜩한 과정이었다. 공포영화에 사용하면 좋을듯... 방광이 차 있다고 소변줄 꽂고 소변도 빼고...(이거 진통중에도 한 번 했던 것 같기도?) 하기 전에 간호사가 화장실 언제 갔다오셨냐고 물어봤는데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그런걸 기억할리가 없잖소...
잠시 쉬는 동안 단체문자 보내고(몇명 빼먹었더라) 생각보다 멀쩡한 정신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저런 뒤처리 후 휠체어 타고 병실로 올라갔는데 옷은 여전히 무릎보다 약간 긴 가운이라서 아래가 참 허전...난 영양제는 패스하고 자궁수축제와 철분제 맞기 시작했다. 모자동실이어서 조금 더 기다리니 아기가 올라왔다.
아기는 오후 5시 34분, 3060g으로 태어났다. 이후의 일을 더 적을지는...모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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