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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
체코 프라하, 천문시계와 카를교를 보며 ‘왕의 길’을 걸어 프라하 성으로
가람 | 2012.01.19 | 조회 12,337 | 추천 3 댓글 0




숙소 ‘맑음이네 프라하 사랑’은 깨끗하게 정돈된 조용한 집으로 반 지하로 내려가는 현관 앞뜰이 주차장이고 각층에 있는 화장실과 샤워 실을 공동으로 사용한다. 2층의 거실 겸 식당에 내려가 아줌마가 차려준 아침식사로 모처럼 한식을 맛있게 먹는다. 왼쪽에 붙어있는 집과 부인끼리 자매인 동서 간으로 옆집이 먼저 프라하에 터를 잡은 후 이집 부부가 따라 왔다고 한다. 손님이 넘쳐 방이 모자라면 인계도하고 어려울 때 서로 힘을 보태니 많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오늘 내일 이틀, 가고 싶은 곳을 설명하며 관광 루트를 상담하고 대중교통의 이용방법을 배운다. 그럭저럭 시간이 지나 출발이 좀 늦어졌다.


09시10분, 집을 나서 300여m 되는 버스길까지 걸어간다. 오래간만에 구름을 벗고 하늘이 맑다. 공항에서 오는 119번 버스를 기다리면서 늘 하던 대로 버스 정류장 중앙에 적혀있는 이름 Kouření Zákazáno를 메모지에 적어둔다. 버스에 올라타자 운전기사에게 50코루나를 주고 표 두 장을 산 후 가운데 매달린 노란 펀치기에 넣어 날짜, 시간을 찍어 주머니에 잘 보관한다. 변두리 시가의 건물을 구경하며 네 정거장을 간 종점 데이비츠카에서 내려 녹색 A선의 지하철(Metro)로 갈아탄다. 가지고 있는 승차권은 75분 유효한 공용 표라 지하철역 개찰구를 그대로 통과하여 전차에 오르고 동남으로 다섯 정거장을 달려 C선과 교차하는 무제움(Muzeum)역에서 내린다.


09시 45분, 지상으로 올라오니 기차 중앙역에서 이어지는 번화가, 바츨라프 광장(Václavské Nám)의 한 쪽 끝이다. 동남 편 정면에 1890년에 건설됐으며 세계에서 열손가락 안에 꼽힌다는 네오 르네상스 양식의 프라하 국립박물관(Národní Muzeum)이 길이 100m, 높이 70m의 위엄 있는 모습으로 서 있고 그 앞부터 대로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너비 60m, 길이 750m의 바츨라프 광장이 서북쪽을 향해 비스듬한 내리막으로 곧게 뻗쳐있다. 1348년 카를 4세에 의해 조성되고 19세기 중반까지 말 시장으로 사용됐다는 광장 양편은 호텔과 은행, 레스토랑, 백화점 등 6, 7층의 오래된 건물로 형성된 번화가이고 길 중앙은 구경하거나 쉬기 편하도록 도처에 벤치가 놓여있는 보행자 전용의 넓은 공간이다.


국립 박물관과 닿아 있는 광장 끝에는 1912년 요제프 바츨라프 미슬벡(Josef Vaclav Myslbek)이 제작한 국민영웅, 성 바츨라프(St. Václav)의 기마상이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동상 앞뒤에 서서 호위하는 네 명의 성인은 아달베르트(Adalbert), 루드밀라(Ludmila), 프로코프(Prokop) 그리고 아그네스(Agnes)로 1920년에 추가되었다한다. 광장 이름의 주인인 바츨라프는 907년에 보헤미아 왕 브라티슬라브(Vratislav)1세의 아들로 태어나 그리스도교를 전파하다 935년 동생 볼레슬라프(Boleslav)에게 암살된 순교자이며 나라와 민족을 지키는 이상적 기사로 국민의 사랑을 받아오는 체코의 수호성인이다. 20코루나 동전에 그의 기마상이 새겨져있으며 2000년부터는 9월 28일을 공휴일로 정하여 그를 기린다. 전설에 의하면 바츨라프는 나라가 위험에 처할 때마다 체코 블라니크(Blanik)산, 동굴에서 잠자는 그의 기사들을 깨워 거느리고 적을 물리친다는 것이다. 스메타나는 교향시 ‘나의 조국’ 제6곡, ‘블라니크’에서 이 전설을 묘사하고 있다.


그런 인연 때문인지 체코 국민은 민주시위가 필요할 때면 언제나 이곳에 모여 집회를 열었고 바츨라프 광장은 체코 현대사의 민주무대로 온 세상에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1918년 오스트리아로부터의 독립경축, 1948년 사회주의공화국 선언, 1968년 ‘인간의 얼굴을 가진 사회주의'를 외치며 둡체크(Alexander Dubček)가 이끈 '프라하의 봄‘, 1969년 바르샤바조약 군에 맞서 몸을 불사른 젊은이의 저항, 1989년 11월 벨벳혁명을 이끌어낸 30만의 민주화 요구 그리고 1990년 6월, 나라이름에서 사회주의를 제거시킨 첫 번째 자유선거 등 큰 일이 있을 때마다 언제나 대 군중이 이 일대를 뒤덮었다. 혁명적 대사건을 연출한 이 광장에는 고난의 역사를 견뎌온 체코의 혼이 깊숙이 담겨 있는 것이다.


기마상은 밝은 하늘을 향한 역광으로 오전 중에 좋은 사진을 얻기 힘들다. 박물관 구경은 생략하고 중앙의 보행자 도로를 서북쪽으로 걸어간다. 약간 내리막 경사라 시계가 트이고, 울긋불긋 다채로운 관광객의 옷과 머리가 멀리까지 가물거려 거리 걷는 재미가 아기자기하다.


100m 넘어 내려오다 소련 탱크에 항거하여 자살한 대학생의 추모비를 보지 못한 생각이 났다. 기마상 부근에 있다고 들었는데 눈에 띄지 않은 것이 이상하다. 그대로 갈 수는 없어 바츨라프 동상까지 되돌아가 주변을 몇 바퀴 살펴도 보이지 않는다. 몇 사람에게 물어보며 걸어 내려오다 네 그루 나지막한 상록수에 싸인 채 자갈이 깔린 간소한 추도비를 어렵사리 발견한다. 훌륭한 시설을 예상했는데 뜻밖에 초라해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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