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사랑하는 딸이 세상을 떠난 지 꼭 10년이 되는 날이다. 아직도 진영이가 너무 그립고 보고픈 마음이 크지만, 진영이의 기념관이 있는 고향 임실에 장학금을 전달하게 돼 뜻깊다.”
2009년 9월 1일 위암으로 세상을 떠난 배우 고(故) 장진영(사망 당시 37세·사진)씨 아버지 장길남(84) 계암장학회 이사장(삼화화학 대표)이 지난달 30일 전북 임실군청에서 한 말이다. 그는 이날 딸의 사망 10주기를 맞아 임실군 측에 장학금 1억원을 기탁했다.
임실은 아버지 장 이사장의 고향이자 장씨가 잠든 곳이다. 장 이사장은 ‘어려운 학생들을 돕고 싶다’는 딸 유지에 따라 2010년 3월 사재 11억원을 털어 장학재단 계암장학회를 만들고, 이듬해인 2011년 5월 운암면 계암리에 장진영 기념관을 열었다. 장씨 유해는 운암면 선산에 묻혀 있으며, 계암장학회 명칭은 운암면 계암리에서 따왔다. 이날 장학금 기탁식에서 임실군 애향장학회 이사장인 심민(72) 임실군수는 “기부해 주신 장학금은 지역의 인재들이 큰 일꾼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장 이사장은 장씨 사망 후 계암장학회를 설립해 생전에 딸이 펼치던 선행을 이어나가고 있다. 소외된 환경에 있는 인재들을 돕는 장학 사업이 사랑하는 딸을 위해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라 여겨서다. 장학금은 전북 출신 고교생과 대학생, 대학원생 중 성적 우수자와 예체능 특기자에게 주고 있다.
장 이사장은 그동안 전북대·우석대 등 지역 대학과 딸의 모교인 전주중앙여고에 장학금 2000만~1억5000만원을 기부했다. 그는 2009년 11월 중앙여고에 5000만원을 기탁하면서 “딸이 병세가 악화되기 전인 2009년 7월 중순 모교에 장학금을 전달해 달라고 부탁했었다. 진영이가 이루지 못한 꿈을 후배들이 이뤄주길 바란다”고 했다.
1972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난 장씨는 1992년 미스코리아 충남 진으로 뽑힌 뒤 연예계에 데뷔했다. 1997년 드라마 ‘내 안의 천사’로 연기를 시작한 그는 영화 ‘국화꽃 향기’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등에 출연했다. 2001년 영화 ‘소름’, 2003년 ‘싱글즈’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한국을 대표하는 여배우로 활동하다 2009년 9월 1일 숨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