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종영한 SBS 수목드라마 '닥터 탐정'(극본 송윤희, 연출 박준우)은 산업현장의 사회 부조리를 꼬집는 '사회 고발성 드라마'라는 평가로 방송가의 주목을 받았다.
SBS 탐사 보도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를 연출했던 박준우PD와 산업의학전문의 출신의 송윤희 작가가 의기투합해 만들어낸 결과물로 신선한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극 중 미확진질환센터(UDC) 수석연구원 허민기 역을 소화했던 배우 봉태규(38)에게도 그런 '닥터 탐정'은 매우 뜻깊은 작품으로 남아 있었다.
최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세미나룸에서 스타뉴스와 인터뷰한 봉태규는 "사회에 일어나는 어두운 현상들을 고발하는 작품을 엔터 업계에서 한다고 하면 우려 섞인 시선이 많다"며 "작품의 소재 자체가 주는 매력이 커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연기하는 입장에선 캐릭터에 대한 매력에 끌려서인지 큰 부담은 안 됐다"고 털어놨다.
봉태규가 연기한 허민기는 직업환경의학계의 이단아로, 자유분방하고 날라리처럼 보이지만 불의의 현장을 발견하면 끝까지 파헤치는 저돌적인 면모를 가진 인물로 그려졌다.
봉태규는 "(허)민기는 젊었을 때 내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며 "그때는 감정적이고 즉흥적이었다. 나로선 20대 때 봉태규를 보는 것 같아 보는 재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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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iMe KOREA(아이엠이 코리아)
SBS 수목 드라마 '리턴' 이후 1년여 만에 재회한 배우 박진희(41)와의 연기 호흡도 만족스러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봉태규는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도중은'을 연기한 박진희와 함께 미확진질환센터 멤버로서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며 콤비를 이뤘다.
그는 박진희에 대해 "워낙 성실하고 마음 씀씀이가 좋은 분이라 나에겐 긍정적인 자극을 계속 줬다"며 "누나(박진희) 때문이라도 성실하게 임하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리턴' 때는 많이 부딪히는 신이 없었는데 이번엔 많이 부딪혔어요. 현장에서 의견을 나누다 보면 민기 캐릭터가 달라지고 업그레이드 되는 게 있었는데, 누나가 배려해줘서 (제가) 마음껏 놀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누나가 편하게 잘 깔아줬죠. 덕분에 감정의 진폭도 많이 표현할 수 있었고, 민기가 입체적으로 잘 표현된 것 같아요."
'닥터 탐정'은 사회적 이슈가 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에피소드들로 꾸며져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봉태규는 "PD님이 다큐멘터리를 하셨던 분이라 컷을 나누는 방식도 굉장히 간결했다"며 "드라마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장르물처럼 컷을 나누지 않고 감정에 호소하는 연기로 길게 길게 가길 원하셨다. 재밌고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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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한 '닥터탐정'과 기존 드라마의 차별점 중 하나로 "여성이 1번 주인공이라는 것"이라고 꼽으며 "남자 캐릭터 허민기는 도중은을 받쳐주는 캐릭터다. 지금의 시대상이랑 잘 맞물려서 이런 시도들이 굉장히 긍정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속 여성 캐릭터의 비중이 높아진 것에 대한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
그는 지난 2015년 사진작가 하시시박(36·박원지)과 결혼하기 전까지 만해도 이러한 생각을 깊이 해보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예전엔 여자 캐릭터들이 어떤 다양한 역할을 맡고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지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어요. 그런 변화가 어떤 건지에 대해서 인식을 못했던 것 같아요. 결혼하고 나서야 그런 부분을 신경 쓰게 됐고 작품을 보는 시선도 달라졌죠."
봉태규와 하시시박은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봉태규는 경력이 단절되는 여성을 일컫는 '경단녀' 문제를 꼬집으며 "하시시박 작가님이 나랑 결혼하고 임신하면서 일거리가 뚝 끊겼다"고 했다.
"이게 그저 제 개인의 문제거나, 하시시박 개인의 문제라는 생각은 안 들었어요. 제가 달라지지 않으면, 나중에 제 아이들이 커서 결혼했을 때도 똑같은 상실감을 느낄 것 같았죠. 그래서 거창한 스피커가 되겠다기보다는 우선 나부터라도 달라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이미지 원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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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태규는 KBS 2TV 인기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 출연으로 얼굴을 알려진 아들 시하 군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슈퍼맨이 돌아왔다' 이후 달라진 시하 군의 태도에 대해 언급하며 "광고 촬영도 아이(시하)랑 많이 찍었다. 그 뒤로 내가 촬영장을 가면, 자기(시하)랑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촬영장을 갈 때 안 데리고 가면 짜증을 내더라"며 웃었다. 결국 봉태규는 '닥터 탐정' 촬영장에 시하 군을 데려갔다고 전했다. 그는 "'슈퍼맨이 돌아왔다'와는 다른 걸 보여주기 위해서 세트장에 데리고 가서 사람들을 소개 시켜주고 그랬는데, 여전히 '왜 나 없이 혼자 가냐'며 납득을 못한다"고 했다.
하지만 봉태규는 촬영장에 가족을 데려오면서 뿌듯함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감독님이 가족들이 놀러 왔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연예인이라는 특수한 직업군에 놓여 있기에 가족을 촬영장에 초대하는 건 부담이었는데,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촬영 현장에 직업인으로서 내가 일하는 모습을 가족에게 여과 없이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재밌었어요. 진짜 직장이라는 개념이 커졌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