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어리딩과 장례지도사가 별개의 일이 아님을 아는 청춘의 성장담

 

[엔터미디어=TV삼분지계] ◾편집자 주◾ 하나의 이슈, 세 개의 시선.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정석희·김선영·이승한 세 명의 TV평론가가 한 가지 주제나 프로그램을 놓고 각자의 시선을 선보인다. [TV삼분지계]를 통해 세 명의 서로 다른 견해가 엇갈리고 교차하고 때론 맞부딪히는 광경 속에서 오늘날의 TV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단초를 찾으실 수 있기를.

‘<땐뽀걸즈>의 뒤를 잇는 이승문 PD의 청춘 연작이라는 홍보처럼, KBS <다큐 인사이트> ‘너의 장례식을 응원해의 질감은 익숙하고도 의젓하다. <땐뽀걸즈>의 학생들이 삶의 무게를 댄스 스포츠로 견뎌내며 성장했던 것처럼, ‘너의 장례식을 응원해의 주인공인 을지대학교 장례지도학과 응원단 치엘로의 멤버들 또한 연일 마주하는 삶과 죽음의 무게를 어깨에 짊어진 채 한 시절을 통과하는 중이기 때문이다발랄한 치어리딩과 엄숙한 장례지도사라는 조합은 얼핏 상상이 어렵지만힘겨운 삶의 단계를 통과 중인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동반자가 되겠다는 마음가짐은 둘이 크게 다르지 않다. ‘너의 장례식을 응원해삶과 죽음의 순간 모두에 함께 하는 조력자가 되기로 마음먹은 청춘의 성장담이다.

1부를 시청한 [TV삼분지계]의 세 평론가는 2부가 방영되는 오늘 ‘너의 장례식을 응원해’를 응원하기로 일찌감치 마음먹었다. 정석희 평론가는 ‘그늘’이기에 ‘그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는 장례지도사의 삶을 살기로 한 청춘을, 김선영 평론가는 “청춘들의 삶에 특별한 의미 부여를 하고 ‘드라마’화하려는 모든 시선을 경계”하는 이승문 PD와 제작진의 신중함을, 이승한 평론가는 ‘죽음에 예를 갖추는 일과 삶에 응원을 보내는 일이 별개가 아님을 아는’ 작품과 치엘로 멤버들의 의젓함을 응원하고 싶다는 마음을 보냈다. 2부는 오늘(12월 10일) 밤 10시에 KBS 1TV에서 방영된다.

◆ 그늘을 기꺼이 함께 하겠다는 청춘을 응원해

지난여름 tvN <유 퀴즈 온더 블럭>에 장례지도사 심은이 씨가 출연했다지켜본 많은 이별 중에 딸이 어머니에게 건넨 마지막 인사 다음 생에는 내 딸로 태어나요내가 잘해줄게요’, 이 말이 특히나 가슴에 남는다고 했다나도 몇 차례 마지막 배웅에 참여한 경험이 있으나 누가 이별 절차를 도왔는지 지우개로 지운 양 기억나지 않는다아마 곁을 돌아볼 겨를이 없었기 때문이리라태어난 산부인과며 혼인 적 주례 선생님을 모르는 이가 있을까그러나 임종부터 발인까지 삶의 마지막을 살펴준 장례지도사는 그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는다탄생과 결혼이 빛이라면 장례 절차는 그늘이다심은이 씨는 그늘을 기꺼이 함께 하겠다는 소명을 갖고 새로 생긴 장례지도학과에 입학했다고 했다. KBS <다큐 인사이트> ‘너의 장례식을 응원해는 심은이 씨와 같은 길을 택한 청춘들의 이야기다.

 

처음 접한 아버지의 눈물에 마음이 움직여 진학을 결심했다는 청춘(박상혁 장례지도학과 16학번)도 있고 아버지께서 아직 딸이 뭘 전공하는지 모르신다는 청춘(주소연 장례지도학과 19학번)도 있다. 이처럼 제각기 다른 사정이긴 해도, 탄탄하다고 장담키 어려운 미래이긴 해도 하얀 가운을 입고 시신 다루는 법, 수의 입히는 법을 익히는 학생들의 손길과 눈빛은 사뭇 진지했다. 실습을 마친 후 지하 주차장에 모여 치어리딩 연습에 열중하는 학생들. 주차장 바닥에 앉아 배달 음식을 먹고 있는 장면을 보고 있자니 간식이라도 보내고 싶어졌다. 아직은 미미하지만 이렇게 다뤄졌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거울로 그늘에 빛 한 조각을 끌어온 이승문 PD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정석희 TV 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 춤은 끝나도 삶은 계속 되는 걸 아는 시선을 응원해

청춘과 죽음치어리딩과 장례식이질적으로 보이는 이 조합들은 <너의 장례식을 응원해>에서 결코 대척점에 놓이지 않는다을지대학교 장례지도학과 학생들의 염습 수업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이들이 실습을 끝낸 뒤 치어리딩을 연습하는 모습도 같은 삶으로 그려낸다학생들에게 치어리딩은 죽음을 직업으로 다뤄야 하는 현실전공에 대한 편견학비 마련의 어려움 등 고민을 잊기 위한 행위가 아니라 이 모든 것과 같이 삶의 연속선상에 놓인 행위다. <땐뽀걸즈>에서도 그랬듯이 이승문 피디는흔히 무거운 현실을 다른 무엇으로 승화한다는 워딩이 얼마나 문제적인가를 잘 알고 있다춤은 끝나도 삶은 계속된다.

“장례지도학과 분위기가 자기 사명감 때문에 진지하게 듣고 실습에 임하고 그럴 때가 많은데 치어하면서 ‘야, 우리 하는 거 봐봐’ 이런 의기양양한 모습. 재밌어요. 우리 하는 게.” 방송 중 정지원 학생의 말도 인상적이다. 이는 청춘들의 삶에 특별한 의미 부여를 하고 ‘드라마’화하려는 모든 시선을 경계한다. 치어리딩을 하는 예비 장례지도사들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그렇게 ‘남다른 볼거리’로 머물지 않게 하는 것은 이 다큐멘터리 최대의 미덕이다.

김선영 칼럼니스트 herland@naver.com

◆ 삶과 죽음이 등을 맞대고 있음을 알고 있는 의젓함을 응원해

치어리딩 복장을 곱게 차려 입은 일군의 청년들이 저 멀리서 관을 들고 걸어온다환호와 열정이라는 생명력의 정점에 서 있는 치어리딩그리고 그 모든 생명이 소진되고 잠잠해진 순간에 놓인 관. KBS <다큐 인사이트> ‘너의 장례식을 응원해의 첫 장면을 장식하는 이 극단의 대비는작품이 전달해야 하는 어려운 감흥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을지대학교 장례지도학과 응원단 ‘치엘로’ 멤버들이 보낸 한 철을 기록한 ‘너의 장례식을 응원해’는 이 극단의 대비가 사실은 착시라 말하는 작품이다. 각자의 사정과 각오로 장례지도학과에 들어온 치엘로 멤버들은 죽음이 생각처럼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안다. 망자의 마지막을 지켜주는 것을 업으로 삼기로 결심한 이들은 사람이 언제 어떻게 세상을 떠날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렇기에 그들은 죽음에 예를 갖추는 만큼 지금 살아 있는 순간을 최선을 다 해 살아야 한다고 믿는다. ‘치엘로 멤버가 관을 박차고 나오는’ 인트로 안무를 구상하며 까르르 웃는 불경한 유머와, 가족들의 죽음을 보며 장례지도사가 되어 그 슬픔을 함께 해주는 사람이 되겠다고 생각했다는 진지한 각오가 등을 맞대고 있을 수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가장 파릇한 청춘도 사실은 죽음에서 멀지 않으며, 죽음 또한 울고 웃고 떠드는 삶의 일부이니까.

그래서 치엘로 단원들이 부상, 세상의 편견, 가족들의 투병과 같은 삶의 고난을 이겨내는 모습이 그려질 오늘의 2부가 더더욱 기대가 된다. 죽음에 예를 갖추는 일과 삶에 응원을 보내는 일이 별개가 아님을 아는 의젓한 청년들이 함께 걸어갈 길을 응원한다.

이승한 칼럼니스트 tintin@iamtintin.net

-- 이 방송을 보고 삶과 죽음에 대해서 더 깊이 있게 생각하는 시간이 된 것 같아요. 안보신 분들은 보시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