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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영화 ‘아이들’ 가슴이 먹먹해지는 이유
수영 | 2012.01.26 | 조회 1,218 | 추천 0 댓글 0


'살인의 추억' '그 놈 목소리' 그리고 '아이들…'.



대한민국 3대 미제 사건으로 남은 사건들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다. 2003년 '살인의 추억' 2007년 '그 놈 목소리'에 이어 2011년 2월 '아이들…'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보고 싶지 않은 영화였다. 우리 모두가 이 사건이 공소시효가 지났음을 알고 있고 범인이 잡힐 가능성이 극도로 희박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영화가 끝난 후 짊어져야 할 상처의 부피가 커질 것 같아 두려웠다

#사진1#

1991년 3월 26일 기초의원 선거로 인해 임시공휴일이었던 날 아침. 도룡뇽을 잡으러 나선 남자 아이들 다섯 명이 한꺼번에 실종된다. 이후 아이들을 찾기 위해 수색동원인원이 30만 명에 이르고 수색기간만 10년 8개월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



21년이 넘은 사건이다. 그 때의 아이들은 더 이상 아이들이 아니다. 이 시점에서 이규만 감독이 이 사건을 꺼내어 놓은 이유는 상처받은 모든 이들을 감싸주고 싶어서였다. 그는 이 영화에서 장르 특유의 오락성을 포기한 채 보는 이들을 가슴 졸이게 하는 감성으로 극을 이끌어 간다.



이규만 감독은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사건에 대해 고민하고 자료를 수집했다. 특정 인물에게 포커스를 맞춰 관객들을 감정이입하게 하는 방법이 아닌 오로지 객관성만을 내세웠다. 주연배우 박용우 역시 "이 영화에서 가장 주안점을 두고 봐야 할 부분은 객관성이다"라고 할 만큼 영화는 아이들을 찾는 과정과 그 아이들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이 영화가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아이를 잃은 부모의 심정을 보여주면서도 끝까지 담담한 시선을 잃지 않는 것이 그것이다. 부모의 마음을 관객에게 극적으로 강요하고 아이가 상처입은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면 분명 지금보다 영화적 재미는 더 할 것이다. 허나 이규만 감독은 영화적 재미를 포기하고 영화의 리얼리티를 택한다. 아이들과 부모들의 상처를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아들이 다들 죽었다고 생각하는 갑다" 극 중 실종된 아이 종호의 아버지로 나오는 성지루의 대사다. 이들은 사람들이 아이들의 존재를 잊어가는 것을 두려워 한다. 사람들이 아이들을 여전히 기억해주고 찾아주려 애쓰기를 원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이렇듯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의 피끓는 사랑은 있지만 관객들에게 홍수같은 눈물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그저 그 상황으로 우리를 끌어들여 가슴으로 울게 할 뿐이다.



배우들의 호연을 빼놓을 수 없다. 배우로서의 욕심을 버렸다는 다큐멘터리 PD 박용우와 학자로서의 명성에 집착하는 교수 류승룡, 아이들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형사 성동일, 아이를 잃은 부모 성지루 김여진의 가슴으로 말하는 연기는 영화 속 사건이 우리의 사건이라고 생각하게 한다. 성지루는 시사회 후 이런 말을 했다. "아직까지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어딘가에서 영화를 보고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 사람이 계속 불편했음 좋겠다" 어딘가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갈 그 사람이 분명 불편함을 느낄 영화 '아이들…'은 오는 2월 1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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