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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어의 복합어와 구 형성에 대하여
우리보리 | 2011.09.08 | 조회 13,319 | 추천 55 댓글 0

외래어의 복합어와 구 형성에 대하여


96 김 수 연


1.들어가기




  1.1. 이 글에서는 영어계 외래어를 중심으로, 고유어나 한자어와 결합하여 복합어를 형성하는 모습을 살피고자 한다.

외래어란 "외국에서 수입되어 자국어 안에서 국어와 같은 자격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국어에 그와 같은 뜻의 낱말이 없는 낱말들로서 국어에 속하는 것"(유구상, 1970)이다. 이러한 외래어는 일단 국어의 체계 안에 들어온 것이기 때문에, 국어의 음운 조직이나 문법 조직 등의 제약을 받아, 본래의 외국어와는 다른 모습을 띠게 된다(이희승 1973). 따라서 외래어란 '일단 국어 체계 속으로 들어와 그 외국어가 국어의 음운조직이나 문법조직 등의 제약을 받는다는 전제 하에서 외국에서 유입되어 제 국어 가운데서 사용되는 단어' 이다. 이 글에서는 외래어가 고유어나 한자어와 결합하여 복합어나 구를 형성할 때, 어떠한 모습으로 수용되는지에 대하여 문법적인 측면을 중심으로 살피고자 한다.


  1.2. 지금까지의 외래어 연구는 외래어 표기법에 대한 것이 주류를 이루었다. 특히, 70년대에 들어서면서 원어의 발음을 살려 그대로 표기해야 한다는 원음주의와 우리 나라 음운에 맞추어 어느 정도 가변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표음주의, 이 두 주장이 팽팽히 맞서 있었다. 원음주의는 78년, '외래어 표기법의 문제점(국어국문학 68, 69호)'에서 통렬히 비판된 뒤 이 논쟁은 결국 79년, 외래어 표기법 개정시안의 수정안이 발표되면서 일단락되었다. 이와 같이 70년대 말과 80년대 초반까지 외래어 표기법에 관한 논란이 당대의 외래어 연구의 핵심을 이루고 있었으며, 80년대를 넘어서면서부터는 외래어가 각국에 어떤 모습으로 수용되는가에 대한 연구 업적이 보인다. 앞선 연구들의 이러한 성과로 말미암아 1990년에는 국어 연구소에서 외래어 표기법 용례집을 출간하여 교과서나 기타 공식적인 상황에서 주로 사용되는 외래어들의 표기법을 정리했다. 이 글은 이러한 앞선 연구의 성과를 바탕으로 외래어 수용의 모습을 살피고자 한다.


  1.3. 이 글은 다음과 같이 전개된다. 2장에서 외래어와 우리말의 차이에 따라, 외국어가 어떠한 모습으로 우리말의 체계에 수용되는가에 대하여, 외래어가 고유어와 결합하여 새로운 낱말을 형성하는 방식을 중심으로 살핀다. 3장에서는 고유어와 한자어가 외래어와 결합하여 복합어와 구를 형성하는 모습을 살핀다.




2. 외래어 수용의 양상




2.1. 언어 구조의 차이


  세계 각국의 언어들은 각각 그 구조, 문법, 어휘 등에서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그 가운데에서 다소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언어들끼리 한데 묶어 큰 단위로 나누기도 하는데, 계통별로 알타이어나 퉁구스어 등으로, 형태적 특징별로는 첨가어, 굴절어, 고립어 등으로 나누는 것이 그것이다.

  한국어는 뿌리에 파생가지나 굴곡가지가 붙어서 단어를 이루는 첨가어에 속한다. 형태상의 특징으로 모든 문법적 형태는 반드시 뿌리나 줄기 뒤에 온다는 것을 먼저 들 수 있다. 즉 토씨는 임자씨 뒤에 붙어 쓰이며, 굴곡가지는 풀이씨 줄기 뒤에 쓰인다. 가지에 있어서도 뜻을 더해 주는 것 중에는 뿌리 앞에 오는 일이 있으나 문법적 기능을 보이는 가지는 반드시 뿌리 뒤에 온다. 통어상의 특징은 말마디의 자리옮김이 자유롭다는 것이다. 다른 낱말을 꾸미는 어찌씨나 매김씨는 자리를 옮기지 못한다. 또한 임자씨를 꾸며주는 매김씨는 그것이 낱말이든 구이든 반드시 꾸밈을 받는 임자씨 앞에만 온다(고영근·남기심:1993).

  이와 같은 한국어의 특질을 바탕으로 어떻게 영어가 우리말 속에 외래어로서 수용되는지를 살펴 보자. 체계가 다른 언어로부터 언어 단위(주로 이름씨)를 차용하는 방법을 보면 다음과 같다.


(1)ㄱ. 핸들, 버터, 가스

       ㄴ. 라이타, 라디오, 램프, 로봇

       ㄷ. railway → 철로, 철도  elevator → 승강기  steamship → 증기선

       ㄹ. strike   스트라이크, apartment   아파트

       ㅁ. 텔레비젼 : tele(遠) + vision(視)

       ㅂ. 스마트(smart)하다, 젠틀(gentle)하다, 소프트(soft)하다  


  (1ㄱ)은 외국어의 어형과 원음을 그대로 차용하는 방식으로, 표음문자를 사용하는 언어에 있어서는 대개 이런 방식을 사용한다. (1ㄴ)처럼 국어에는 어두에 유음이 올 수 없는 두음법칙이 있지만 '라디오, 램프, 로봇'과 같이 두음법칙에 어긋나는 단어들이 흔히 사용되게 되고 있는데, 이 경우는 원어의 발음을 그대로 남겨둔 것이다. (1ㄷ)은 외국어를 자국의 언어로 번역하여 쓰는 방식이다. 이를 번역어 또는 역어라 하기도 한다. (1ㄹ)은 다른 언어와 국어의 음운체계의 차이로 인하여 수입 당시의 원래 발음이 자국의 음운체계에 따라 변화된 경우이다. 한국어에서는 영어에서와 같이 유성폐쇄음 [b]나 유음 [l]이 어두에서 발음될 수 없기 때문에 이와 같이 한국어식으로 발음된다. (1ㅁ)과 같이 겹닿소리떼를 피하기 위하여 음절수를 늘린다든지, 긴 음절의 일부를 줄여 간략히 한다든지와 같은 변화도 생긴다. (1ㅂ)은 어휘론적 또는 의미론적인 동화로, 우리는 그 어원을 생각하지 않고 단지 '수상기'라는 뜻으로만 사용한다. 원말의 복합어가 우리말에 와서는 단일어로 된 것이다. (1ㅅ)은 문법적인 동화를 나타내는 것으로, 이것은 원어에 있는 문법적 특성이 한국어의 체계에 따라 변형되거나 상실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주로 한국어에서는 외래어를 이름씨 또는 뿌리 단위로 차용하게 되는데, 이를 움직씨나 그림씨로 만들기 위해서 원어에 다시 '-하다' 등의 가지를 붙이게 된다. 한편 원어에서 이름씨로만 쓰이는 단어에 '-하다'가 붙어 풀이씨가 되는 경우도 있다. 즉, 원래의 말에 없는 우리말의 뒷가지를 첨가함으로써 문법적으로 한국어에 동화시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뒷가지 '-하다'를 붙여 차용한 경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여기에서 외래어 수용과정의 문제가 되는 것은 어떠한 언어 단위를 차용하는 것인가에 관한 문제이다. 한국어에 차용된 말은 대부분 이름씨로 이루어져 있다. 원어가 이름씨일 경우에는 그대로 차용하고, 이름씨가 아닌 경우에도 대개 한국어의 이름씨로 변형 시켜서 차용한다. 만일에 이들을 풀이씨로 사용하고자 할 때에는 뒷가지 '-하다'를 붙여서 사용한다. 이러한 방식은 우리 조상들이 중국어를 차용할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이것은 오늘날, 대부분의 한자어는 이름씨로 쓰일 수 있는 동시에, '-하다'만 붙이면 풀이씨로도 쓰일 수 있어서 언어생활에서 더 많은 한자어가 사용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2.2. 문법요소와 어휘요소의 수용


  2.2.1. 낱말은 문법요소와 어휘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문법요소는 구속형식으로서 한국어의 굴곡가지, 영어의 관사, 전치사, 이름씨의 복수형, 풀이씨의 활용형(시제, 격 등) 등을 들 수 있다. 어휘요소는 자립형식으로 그 자신이 자립적인 어휘의미를 가진 요소를 말한다. 그래서 외래어가 수용될 때 어휘요소는 유입이 비교적 자유롭지만, 문법요소는 문법적인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한국어의 구조와 맞지 않을 뿐 아니라 한국어의 구조를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에 수용이 어렵다. 따라서 영어 낱말을 수용할 때, 문법요소는 떼어내고 대개 기본형인 어휘요소의 모습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


(2)먹-(어근) + -다,  -고, -으니, -어서, -게, -는 …(씨끝)

(3)a boy, the girl

(4)in that room, in Korea

(5)duke → 공작, duchess → 공작부인

(6)boy ; boys

(7)히트되다, 히트곡


  (2)는 우리말의 문법요소가 실현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3)은 이름씨의 경우, 그에 붙는 관사는 우리말의 구조와 맞지 않기 때문에 제외되고 이름씨만 들어오는 것을 보여준다. (4)는 전치사나 부사도 (3)과 마찬가지라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5)에서처럼 성의 구분이 있을 경우, 우리말로 쓰일 때 그 구분은 우리말로 대체되거나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고, (6)에서처럼 복수를 나타내는 뒷가지 등은 거의 무시된 채 한국어 뒷가지로 대체되는 경우가 많다. 풀이씨의 경우에는 (7)에서처럼 먼저 기본형이 이름씨처럼 유입되고 원래 붙어 있던 시제나 상 등은 다시 한국어의 문법 요소로 대치된다. 즉, 풀이씨가 유입될 때는 먼저 이름씨로 유입되어 그 한국어화한 이름씨에 파생가지가 붙고 거기에 다시 굴곡가지가 붙는 등의 활용을 보이는 것이다.


(8)ㄱ. He catched that she did not have the money.

     ㄴ. 그는 그녀가 돈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캐치(catch)했다.

     ㄷ. 캐치하다, 터치하다, 러시하다 등


  번역문이 아니더라도 원어 그 자체에 서법요소가 붙지 않고, 우리말다운 표현으로 바뀐 뒤에 서법요소가 실현되는 현상은 그 예가 많이 보인다.

이에 반해서 어휘요소는 그 유입이 비교적 자유롭다. 낱말은 어휘적 성질이 강하고 그 자체만으로는 문법에 있어서 크게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문법요소에 비하여 많은 어휘들이 유입된다. 대부분의 외래어들이 우리말로 유입될 때는 이러한 경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이름씨가 가장 많이 유입되는데, 이에 관한 논의는 2장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한다.


  2.2.2.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영어가 외래어로 수용되는 모습을 폼사별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영어의 품사를 위의 기준에 따라 분류해 보면, 어휘적 성격을 가진 요소는 이름씨, 대이름씨, 움직씨, 그림씨, 어찌씨, 느낌씨, 문법적 성격의 품사는 관사, 전치사, 접속사로 나눌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마찬가지로 문법적 성질이 강한 관사뿐만 아니라 문장 안에서 낱말과 낱말의 관계를 나타내주는 전치사와 접속사는 그 유입이 제한된다. 이 장에서 다룰 내용은 어휘적 성격의 품사인 이름씨, 대이름씨, 풀이씨, 그림씨, 어찌씨, 느낌씨가 한국어에 어떠한 양상으로 유입되는가에 관한 것이다.

이름씨의 경우에는 이름씨 그 자체로 유입된다.


(9)mask → 마스크, sement → 시멘트, bus → 버스


  대이름씨는 유입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설령 한국어에 나타난다 할지라도 그것은 외국어로서의 자격을 가지는 것이지 한국어에 동화한 외래어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대이름씨는 주로 상품명, 상표, 간판에 주로 쓰인다.


(10)쉬즈(잡지명 She's), 히즈 앤 허즈(상표명 His and Hers) 등


  이들은 외국어의 자격을 가지고 들어오기 때문에 한국어의 문법제약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이들은 관사, 격변화, 복수형 등이 그대로 쓰이며 접속사, 전치사 등도 제약없이 쓰인다.


(11)가드(guard)하다, 어필(appeal)하다, 오버(over)하다, 에러(error)나다, 스카웃(scaut)되다

(12)내추럴(natural)하다, 로맨틱(romantic)하다, 리얼(real)하다, 핸섬(handsome)하다, 보이시(boish)하다, 샤프(sharp)하다, 소프트(soft)하다, 스마트(smart)하다, 패셔너블(fashionable)하다


  움직씨의 경우에는 영어에서의 움직씨가 한국어로 유입될 때 이름씨로 유입된다. (11∼12)처럼 이렇게 이름씨화된 낱말에 뒷가지 '-하다', '-되다', '-나다' 등을 붙여 우리말의 풀이씨로 사용한다. 그림씨의 경우도 풀이씨와 비슷한 경로를 밟는다.  


(13)오버(over)한 연기, 내추럴(natural)한 화장, 에러(error)난 디스켓, 샤프(sharp)한 이미지 등

(14)내추럴(natural)하게 보이다


  (13∼14)에서처럼 움직씨와 그림씨는 문장에서 풀이말로 쓰일 뿐만 아니라 매김씨끝 '-ㄴ' 혹은 어찌씨끝 '-게, -지, -고' 등을 붙여 한국어의 풀이씨와 그림씨와 마찬가지로 이름씨를 수식하는 매김씨로 혹은 움직씨를 수식하는 어찌씨로 쓰이기도 한다. 영어에서의 움직씨는 풀이말의 기능만을 담당하고 있으나 한국어로 유입되면서 한국어의 움직씨와 유사한 특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영어의 only, scarcely, just 등과 같은 부사는 직접적으로 수용되는 예가 거의 없다. 영어에서의 어찌씨는 매김씨형에 '-ly'를 붙이거나 그 꼴이 그림씨와 비슷하기 때문에 우리말에 유입될 때에는 주로 그림씨로 들어온다. 또한 그림씨와 꼴이 같지 않은 어찌씨라 하더라도 문장 전체를 수식하거나 급, 분사 등을 수식하는 등 문법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우리말에 거의 수용되지 않는다.

  느낌씨는 이름씨처럼 그 유입이 비교적 자유롭기는 하나 거의 수용되지 않는데, 이는 사람의 감정이나 느낌을 나타내는 어휘가 나라마다 발달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느낌씨는 독립성이 강한 어휘이므로 한국어에 원어 그대로 유입되어 주로 문장 안에서 쓰이지 아니하고 따로 하나의 문장으로써 성립하여 쓰인다.

  

(15)노(No)!, 오케이(OK)! 등


2.3. 외래어의 뿌리되기와 가지되기


2.3.1. 뿌리되기


  다른 나라의 말이 우리 나라에 유입될 때, 한국어의 뒷가지나 앞가지를 붙여 한 낱말로 쓰여 뿌리가 되는 경우가 있다. 먼저 이름씨가 되는 경우를 살펴 보겠다.


(16) 이름씨가 되는 경우

    ㄱ. 앞가지+외래어=이름씨

        금메달, 급커브, 반코트, 생크림, 저칼로리, 청재킷 등

    ㄴ. 외래어+뒷가지=이름씨

        골프장, 가쉽거리, 메모지, 고딕체, 디스코장, 라이트급, 레이더망, 레코드점, 리듬감, 링겔병, 메뉴판, 멜로물, 바자회, 박스형, 미그기, 밴드부, 베이지색, 사인회, 아랍인, 싱크대, 히트곡


(17)ㄱ. 급커브, 반코트, 생크림, 저칼로리, 청재킷 등

         ㄴ. 레이더망, 레코드점, 리듬감, 밴드부, 조깅화, 체스판, 이슬람교, 프로용 등

         ㄷ. 골프장, 디스코장, 볼링장 등

         ㄹ. 멜로물, 액션물, 프린트물

         ㅁ. 고딕체, 아랍인

         ㅂ. 링겔병, 메뉴판, 베이지색, 오존층, 싱크대, 알로에즙, 올리브관

         ㅅ. 바자회, 사인회, 메모지, 라이트급, 박스형, 알칼리성, 암모니아수, 에너지원,

         에세이집


  (17ㄱ)에서처럼 앞가지를 붙여 이름씨가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의 외래어 뿌리는 대부분 이름씨이다. (17ㄴ)은 외래어 뿌리에 뒷가지를 붙여 이름씨가 되는 경우이다. (17ㄷ)은 움직임을 나타내는 뿌리와 장소를 나타내는 뒷가지인 '장'이 결합하여 장소를 나타내는 이름씨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결합의 범위가 비교적 넓다. 이와 비슷한 예로 (17ㄹ)처럼 영화나 드라마의 장르 또는 어떤 물건의 종류를 나타내는 뒷가지 '물'도 다른 뒷가지에 비해 많은 분포를 보이고 있다. (17ㅁ)은 '사람'을 나타내는 '인'이나 일정한 형식을 나타내는 '-체'와 같은 뒷가지들로서 주로 고유이름씨와 결합한다. 따라서 이들은 다른 외래어 뿌리보다 넓은 범위에 쓰인다. (17ㅂ)처럼 한자어 뒷가지로서 한국어의 월에서 어느 정도 자립성을 가지고 홀로 쓰일 수 있는 예가 있다. 그리고 (17ㅅ)처럼 그 외의 경우들이 있다. 그리고 이들 가운데에는 '-거리'와 같이 순 우리말과 결합한 것도 있다. 뿐만 아니라 외국어의 머릿글자만 따서 한국어와 결합시켜 하나의 낱말을 만든 것도 있다. 예를 들어, '헬기'의 경우는 원어 '헬리콥터(helicopter)'에서 앞글자 '헬'에 뒷가지 '-기(機)'를 붙인 것이다.

  다음으로 가지가 붙어 풀이씨가 되는 외래어 뿌리를 살펴보자.


(18)풀이말이 되는 경우

    ㄱ. '-하다'류 : 가드하다, 내추럴하다, 로맨틱하다, 보이시(boish)하다, 리얼하다, 핸섬하다, 심플하다, 스마트하다, 모던하다, 아이러니하다, 어필하다, 오버하다, 샤프하다, 소프트하다, 쇼킹하다, 스마트하다  

    ㄴ. 그 외 : 펑크나다, 에러나다, 스카웃되다, 볼륨있다, 스릴있다 등


  이것은 앞에서처럼 영어에서의 풀이씨나 그림씨가 한국어에 유입될 때 이것을 먼저 한국어의 이름씨로 변형시켜 차용한다. 만일 이들을 풀이씨로 사용하고자 한다면 (18ㄱ)처럼 뒷가지 '-하다' 등의 뒷가지를 붙여서 사용한다. 그리고 (18ㄴ)에서 보는 바와 같이 '-나다, -되다, -있다' 등과 같은 뒷가지를 결합시키기도 한다.


2.3.2. 파생가지되기


  자국에서는 하나의 낱말로 쓰이나 이것이 한국어에 유입되면서 마치 가지처럼 쓰이는 것이 있다. 외래어 가운데에서 그 용례가 흔하지는 않지만 파생가지로서 쓰이는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19)man : 삼성맨, 스포츠맨, 푸시맨 등


  여기서의 man은 영어에서 남자, 인간, 부하, 남편 등을 가리키는 이름씨로도 쓰이고, '병사를 배치하다' 혹은 '용기를 내게 하다'라는 뜻의 움직씨로서도 월 안에서 낱말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한국어에 유입되면서 '-에 종사하는 사람', 혹은 '-에 속해있는 사람'의 의미로서 마치 뒷가지처럼 쓰이고 있다.




3. 외래어의 복합어와 구 형성




3.1. 복합어 되기


3.1.1. 합성어 되기

  


  외래어는 주로 낱말 단위로 유입되기 때문에 비통어적 합성어로 형성되기 힘들다. 따라서 낱말 단위로 들어온 외래어와 우리말 낱말이 결합하는 모습, 즉 통어적 합성어를 중심으로 살펴볼 것이다.


가. 합성이름씨 되기


  통어적 합성어 가운데 이름씨 만들기에는 이름씨와 이름씨가 결합한 것, 매김씨와 이름씨가 결합한 것, 그리고 풀이씨와 이름씨가 결합한 것이 있다. 외래어에서 합성어를 이루는 것은 이름씨와 이름씨의 경우가 대부분이며 매김씨와 결합하는 경우에는 한국어 매김씨와 외래어 이름씨와의 결합이 대부분이나, 그 모습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풀이씨와 이름씨가 결합하는 예에는 외래어 풀이씨에 우리말 이름씨가 붙기도 한다. 먼저 두 낱말이 더해져서 합성이름씨를 이루는 경우를 살펴보자. 이 경우에는 각각 우리말에서 자립하여 한 낱말로 쓰이면서 서로 결합하여 새로운 낱말을 만든다.

그 모습을 살펴보면, 원어의 뿌리과 우리말 뿌리의 위치가 서로 자유롭고 합성이름씨를 만들면서 의미의 중심이 되는 부분은 일정한 규칙 없이 배치되는 듯하다. 먼저 한국어 이름씨와 외래어 이름씨가 합하여 이름씨가 된 경우를 살펴보자.


(20)도시가스, 기차레일, 머리핀, 회센터, 선물세트, 신용카드, 레저용품, 버스기사,

      금메달


  (20)에서 보듯이 이들은 주로 두 자립형식의 이름씨들이 모여서 새로운 뜻의 낱말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뜻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만약 어느 정도 의미의 변화가 있다해도 그것은 완전히 다른 의미로 쓰이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21)ㄱ. 레저용품, 버스기사, 기타줄

      ㄴ. 히트곡, 히트작


  (21ㄱ)은 외래어 이름씨에 우리말 이름씨가 붙은 경우이고, (21ㄴ)의 '히트(hit)'는 영어에서 풀이씨로서 '때리다, 치다, 명중시키다'의 의미를 가진다. 이것이 한국어에 유입되면서 '성공'이라는 의미를 더하여 이름씨로 유입되면서 그 활용형은 '히트하다, 히트되다'라는 풀이씨로 쓰이게 된다. 다시금 이 풀이씨가 '곡' 혹은 '작품'이라는 이름씨 등과 함께 쓰여 '흥행에 성공한'의 의미를 지니게 되는 것으로 외래어 풀이씨와 한국어 이름씨와의 결합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 합성풀이씨 되기


  합성 풀이씨 되기는 위의 합성이름씨 되기와 대조적으로 그 용례가 거의 없는 듯하다. 이것은 외래어의 풀이씨와 우리말의 풀이씨가 지닌 서로 다른 성질 때문인 듯하다. 우리말의 움직씨는 주로 풀이씨로 쓰여서 거기에 서법의 문법요소들이 실현되는데 비해 외래어의 경우는 그렇지 않아서 합성풀이씨로 이루어지는 용례를 발견하기 힘들다. 이것은 영어의 풀이씨가 우리말에 수용될 때 먼저 이름씨로 변용되어 들어오는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22)에러나다, 펑크나다


  (22)와 같은 경우는 외래어가 이름씨로 들어오기 때문에 풀이씨+풀이씨 구조는 성립될 수 없으며 이름씨+풀이씨의 구조는 '-나다' 정도에 그친다. 이름씨로서의 외래어 뿌리에 우리말 풀이씨 뿌리가 결합하는 양상이 이와 같이 드물게 나타날 뿐이다.


3.1.2. 파생어 되기


가. 파생이름씨 되기


  (23)에서 보는 바와 같이 앞가지와 외래어 뿌리가 결합하여 이름씨를 만드는 경우를 볼 수 있다.


(23)급커브, 반코트, 성발렌타인


  '커브'라는 단순한 굴곡을 나타내는 낱말에 '급'이라는 한자어 앞가지가 붙어서 '정도가 심한 굴곡'이라는 뜻의 낱말을 만들어내고, 옷의 한 가지인 '코트'에 '반'이라는 한자어 앞가지가 붙어서 '길이의 제한이 있는 옷의 종류'라는 의미로 쓰인다. 사람의 이름인 '발렌타인'에 그 본래 의미를 나타내 주기 위해 '성(聖)'이라는 한자어가 붙어서 낱말을 이루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외래어 뿌리에 그 의미를 제한하거나 분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주로 한자어의 앞가지가 붙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우리말의 앞가지가 붙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24)ㄱ. 가쉽거리, 삼바춤, 맘보춤, 키위맛

         ㄴ. 액션물, 프린트물, 멜로물

         ㄷ. 고딕체, 라틴어, 이슬람교, 아랍인, 브이자

         ㄹ. 조깅화, 테니스화, 트레이닝복, 파티복

         ㅁ. 모던풍, 바로크풍

         ㅂ. 레코드점, 팬시점

         ㅅ. 골프장, 리셉션장, 풀장, 디스코장, 테니스장, 볼링장, 복싱장, 베드민턴장

         ㅇ. 게릴라전, 데뷔전, 드로잉전

         ㅈ. 라이트급, 헤비급, 매머드급, 프로급

         ㅊ. 바자회, 사인회


  (24)는 외래어 뿌리에 뒷가지가 붙어서 파생이름씨를 이루는 것으로, 앞선 장의 '외래어의 뿌리되기'와 연관되는 부분이다. 이 경우에도 순수한 우리말의 뒷가지보다는 한자어 뒷가지가 주로 사용되는데 원어 자체가 이름씨가 아니므로 그것을 우리말 이름씨로 만들어주기 위해 뒷가지가 결합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의미는 원어의 의미를 보다 분명하게 나타내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24ㄱ)은 외래어 뿌리에 우리말 고유어가 붙어 이름씨가 되는 것이고, (24ㄴ∼ㅂ)처럼 한자어와 결합하는 경우가 있다. (24ㅅ∼ㅊ)의 '장', '전', '급', '회' 따위는 주로 고유이름씨와 결합하여 그 고유이름씨의 용도나 성질 등을 나타내 준다. 특히 (24ㅊ)의 '급'은 외래어 그림씨 뿌리와 결합하는 것이 그 특징이다.


(25)ㄱ. 링겔병, 메뉴판, 레이더망, 알로에즙, 싱크대, 체스판, 텐트촌, 오존층, 올리브관, 올리브유, 오렌지색, 베이지색, 아이보리색, 아치형, 박스형, 리본형, 리듬감

         ㄴ. 호르몬제, 암모니아수, 호텔업, 골프채, 갱단

         ㄷ. 메모지, 컴퓨터용, 프로용, 프레스기, 프린트기, 알칼리성, 에너지원, 에세이집, 밴드부, 복싱부, 아트지, 피라미드식, 뷔페식, 옴니버스식


  (25ㄱ)은 비교적 자립성이 강한 한자어와 결합한 예이고, (25ㄴ∼ㄷ)은 한자어 가운데에도 외래어 뿌리와의 관계가 대등한 것이 있고 종속적인 것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파생이름씨의 경우, 가지인 것처럼 보이는 것이 많지만 또한 자립적인 성격을 지니는 것들로 볼 수 있는 것이 있다. '색, 층, 판, 맛'과 같은 요소들의 경우, 뒷가지로 보기보다 자립형식으로 보아 합성이름씨로 볼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 그러나 위와 같은 요소들은 주로 자립형식에 붙어서 쓰이는 것들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뒷가지로 파악한다.


나. 파생풀이씨 되기


  외래어 뿌리에 우리말 뒷가지가 결합되어 풀이씨를 이루는 것으로 대부분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26)ㄱ. -하다 : 가드-, 내추럴-, 로맨틱-, 리얼-, 리드-, 핸섬-, 보이시(boish)-, 심플-, 아이러니-, 어필-, 모던-, 오버-, 샤프-, 소프트-, 쇼킹-, 스마트-, 유니크-, 캐치-, 터치- 등

         ㄴ. -되다 : 스카웃-, 픽업- 등

         ㄷ. -있다 : 볼륨-, 스릴- 등


  파생풀이씨를 이루는 경우는 외래어에 뒷가지 '하다, 되다, 있다' 등이 붙어서 낱말을 이루는 경우가 주를 이룬다. 외래어 뿌리는 원어에서 풀이씨로 쓰이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말에서는 그림씨나 이름씨로 쓰이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풀이씨로 만드는 뒷가지를 덧붙여서 우리말의 풀이씨로 만들어 낸다.

  그 중에서도 (26ㄱ)에서처럼 '-하다'가 붙는 예가 두드러지게 보이는데, 이 경우에는 주로 움직씨와 그림씨 뿌리의 풀이씨로의 파생이 많이 보인다. (26ㄴ)은 움직씨나 움직씨구의 원어를 뿌리로 사용하는데, 이 경우에는 의미에 있어서의 차이가 있다. 외래어의 경우에는 'X가 Y를 스카웃하다'의 형식으로 임자말에 초점이 부여되고, 우리말의 경우에는 'X가 Y에 스카웃되다'의 형식으로 대상에 초점이 부여되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는 언어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서 오는 결과인 듯하다. (26ㄷ)의 경우는 주로 이름씨나 그림씨에 '-있다'가 결합하는 것으로, 어떠한 모습을 나타내는데 그 모습은 임자말이 가지는 특성이라고 파악하여 소유의 표현을 사용한 듯하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하나의 낱말을 만들어내는 경우에는 원어의 품사에 그대로 따르지 않고 우리말의 구조와 인식에 맞도록하여 쓰는 것을 알 수 있다.


3.3. 외래어의 구 형성


  이 글에서 사용하는 구의 개념은 보통 문법에서 언급되는 '둘 또는 그 이상의 어절이 어울려서 큰 마디가 된 말'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외래어 복합어의 설정 중 형태상 띄어쓰기로 되어 있어 한 낱말로 보기는 어려우나 의미상으로는 한 낱말처럼 구실하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다. 이것은 들 이상의 낱말이 통사적 구성으로 결합된 단위로서 함성어처럼 보이기는 하나 두 요소 모두 완전한 자립형식일 뿐만 아니라 그 둘 사이에 휴지를 넣을 수 있는 것으로 보아 합성어로 보기에는 곤란하여 따로 설정한 하나의 단위이다. 이와 같이 위에서 살펴본 합성어, 즉 한 낱말을 만들어 내는 것과 차이가 있어 하나의 낱말로 보기 힘드는 것들이 있는데 이를 '구'라고 이름짓고 살펴보겠다.

  이들 중에는 넷 이상의 낱말로 된 것들도 있으나, 그것들은 대개 어색하여 잘 쓰이지 않기 때문에, 둘이나 세 낱말로 된 구에 한정하여 살핀다.


3.3.1. 두 낱말로 된 구


  먼저 외래어 낱말과 우리말 낱말의 결합으로 형성된 구를 살펴보면 (27)과 같다.


(27)가우스 기호, 골프 연습장, 나일론 양말, 다이빙 선수, 다이어트 식품, 덤핑 판매, 도미노 현상, 라이벌 의식, 라틴 음악, 럭비 경기, 레슨 시간, 레슬링 경기, 레이저 총, 레저 용품, 록 가수, 르네상스 시대, 르포 작가, 라이벌 의식, 리듬 감각, 랭킹 순위


  이들은 주로 이름씨와 이름씨의 결합한 것으로 서로 다른 의미를 나타내는 요소들이 하나가 되어 새로운 의미를 나타내는 경우도 있고, 같은 의미를 반복해서 쓰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이들 가운데 (28)처럼 단순어로서의 외래어 낱말과 합성된 것뿐만 아니라 원어상의 합성어가 하나의 단위가 되어 다시 우리말과 복합된 경우도 있다.


(28)논스톱 운항, 온라인 제도


  다음으로 한국어 낱말과 외래어 낱말의 결합 양상을 살펴보면 (29)와 같다.


(29)ㄱ. 여행 가이드, 고속 버스, 고화질 TV, 함수 그래프, 침대 매트리스, 반액 세일, 정규 리그, 나비 리본, 무주 리조트, 전자 메일, 막대 그래프, 연탄 가스

         ㄴ. 변속 기어

         ㄷ. 자선 바자, 외환 딜러


  이 경우는 우리말 낱말이 앞에서 결합하는 모습을 모여주는 것으로, (29ㄱ)처럼 매김구조를 가진 것들도 있고 (29ㄴ)처럼 풀이구조를 가진 것들도 있고, (29ㄷ)처럼 자립적인 요소들 끼리의 결합으로 볼 수 있는 것들도 있다. 이들 가운데 (29ㄱ)의 유형이 많음을 알 수 있다.


3.3.2. 세 낱말로 된 구


(30)ㄱ. 컴퓨터 마이크로 필름, 홈 커밍 데이, 홈 코믹 드라마, 시추에이션 코믹 드라마, 아마 복싱 챔피언, 화이트 플루츠 케익, 프로 골프 투어, 풀 코스 레이스

         ㄴ. 베이비 붐 세대, 데스크탑형

         ㄷ. 이노신산 소오다, 베이지색 코로나

         ㄹ. 알칼리성 음료, 스타일화하다, 스크린 영어회화

         ㅁ. 생크림 케이크, 동계 올림픽 게임

         ㅂ. 항 히스타민제, 갑상선 호르몬제

         ㅅ. 여자농구 코치


  (30ㄱ)은 '외래어+외래어+외래어'의 경우로 주로 앞의 두 요소가 마지막 요소를 꾸미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이들 요소가 각각 자립요소로 쓰여서 하나의 구를 이루는 경우도 있지만, 구속형식으로서 자립형식을 꾸며주거나 뒷가지처럼 쓰이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히트 앤드 런'처럼 풀이씨와 접속사가 그대로 사용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런 경우는 외래어에서 마치 관용구처럼 쓰이기 때문에 체계적으로 규칙화하는 방법을 찾기 힘들다. (30ㄴ)은 '외래어+외래어+한국어'의 용례들로 역시 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자립형식끼리의 결합으로만 파악하기 힘들고 그 규칙의 설정 또한 어렵다. (30ㄷ)은 '외래어+한국어+외래어'의 경우로, 가운데 요소가 뒷가지처럼 쓰이는 것을 볼 수 있다. (30ㄹ)은 '외래어+한국어+한국어'의 유형으로 가운데 요소는 뒷가지처럼 쓰이고 뒤의 요소는 자립형식으로서 한 낱말을 이루는 것이 보통이다. (30ㅁ)은 '한국어+외래어+외래어'의 유형으로 앞에서 결합하는 앞 요소의 경우는 자립형식으로도 쓰이고 구속형식으로도 쓰이는 특징이 보이지만, 외래어의 경우는 거의가 자립형식으로만 쓰이는 듯하다. (30ㅂ)은 '한국어+외래어+한국어'의 유형으로 이런 형식의 결합에 사용되는 '제'와 같은 뒷가지는 약의 효능을 나타내는 것으로 대부분의 약품 이름 다음에 붙을 수 있다. 이처럼 (30ㅅ)은 '한국어+한국어+외래어'의 유형으로 이런 낱말들의 배열은 낱말의 성질에 따라 낱말 맨 앞에 쓰이는 것은 앞에만, 끝에 쓰이는 것은 끝에만 쓰이는 경우가 많다. '코치'라는 낱말은 그 내용으로 보아 다른 낱말이 앞에 오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이러한 배열은 꼭 외래어와 한국어의 경우에만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말에도 이와 똑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4. 마무리




  이 글에서 우리는 영어계 외래어가 우리말에 녹아들면서 어떠한 양상으로 복합어와 구를 형성하는지에 관해 알아보았다. 이를 위하여 먼저 한국어와 외국어의 언어 구조의 차이를 살펴 보았고, 다른 언어와 차이를 보이는 한국어의 특질을 바탕으로 어떻게 영어가 우리말 속에 외래어로서 수용되는지를 살펴보았다. 그 양상으로는 음운론적, 문법적, 어휘론적 동화가 있는데, 이 글에서는 문법적인 동화를 중심으로 복합어와 구의 형성을 대상으로 하였다. 외래어가 유입될 때는 그 원어의 형태적, 통어적 특질에는 상관없이 우리 나라 말의 형태, 통어적 체계를 따른다는 것을 보았다. 영어에서의 풀이씨는 그 자체로 하나의 낱말을 이루는 데 비해, 이것이 우리말로 사용될 때에는 '-하다'와 같은 뒷가지가 붙어 하나의 낱말을 이룬다. 또한, 외래어의 이름씨도 한국어의 체계 안에 쓰일 때에는 우리말 토씨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을 살펴보았다. 외래어의 문법요소와 어휘요소 가운데에서 어휘적 요소가 문법요소에 비해 월등히 많이 들어오는데 이것은 우리말의 특징을 나타내는 문법요소의 기능을 외래어의 문법요소가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파악했다.

  먼저 외래어가 우리말에 뿌리 혹은 가지로 쓰인 모습을 보면, 대부분 외래어 이름씨에 우리말 앞가지나 뒷가지를 덧붙여 이름씨나 풀이씨를 만든다. 그 중 특이하게 외래어 그림씨 뿌리에 뒷가지가 붙어 이름씨를 만드는 경우가 있었다(라이트급). 그리고 가지로 쓰이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으나 '맨(man)'과 같이 한국어에서는 하나의 독립된 낱말로서 쓰이지 않고 다른 낱말에 붙어 그 낱말 뜻을 한정하는 경우도 있었다.

  합성어 되기에서는 비통어적 합성어보다는 통어적 합성어 되기가 우세하였으며, 그 가운데서도 이름씨와 이름씨의 결합의 모습이 많았다. 합성풀이씨 되기는 합성이름씨 되기와 비교하여 '-나다'와 결합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용례가 거의 없는 듯한데, 이것은 위에서 밝힌 바와 같이 우리말과 외래어의 서법요소 실현양상이 서로 다르고 우리말에 외래어 풀이씨가 사용될 때는 먼저 이름씨로 변용되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하였다.

  외래어의 구 형성에서는 한국어 낱말과 외래어 낱말의 결합은 이름씨와 이름씨의 결합이 대부분이었다. 셋 이상의 낱말로 된 구에는 외래어 끼리의 복합어로 쓰이는 것, 한국어와 외래어가 복합으로 쓰이는 것이 있었다. 이 가운데에는 먼저 외래어와 구속형식으로서의 한자어가 결합하여 파생어를 이룬 후, 거기에 다시 자립형식의 한자어가 결합하는 경우도 있다. 세 낱말 이상의 복합어에는 스포츠용어, 전문용어가 많았다. 이들은 우리의 일상생활에 흔히 쓰이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되고, 우리말 낱말만들기의 분야에서는 논의하기 힘들기 때문에 제외하였다. 결국 여기에 나타나는 낱말의 배열은 우리말의 배열과 같은 양상을 보여 외래어가 우리말에 유입되어 복합어나 구를 형성할 때, 우리말의 언어구조를 대체적으로 따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참 고 문 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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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5), {20세기 우리말의 형태론}, 샘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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