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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토크
(등산정보)야외생활의 조강지처
산악인 | 2011.09.06 | 조회 11,255 | 추천 0 댓글 3









배낭을 꾸릴 때 코펠(Kocher)만큼 박대를 받는 눈물겨운 장비도 없다. 무게가 그리 나가는 것도 아니면서 부피만 커 이 장비를 일단 넣고 나면 배낭 속 공간이 영 어정쩡해져버리기 때문이다. 또 장기산행이라면 끼니마다 꺼내 써야 하니 보통 성가신 물건이 아니다. 사용할 때마다 세척 후 물기를 제대로 빼지 않고 넣으면 다른 짐을 적시기도 한다.


또 사정이 여의치 않아 세척을 하산 후로 미뤄야 할 경우에는 음식물 냄새가 배낭에 배어 산꾼들은 질색을 한다. 차라리 무거운 텐트를 넣는 게 속 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산행에서 코펠만큼 헌신적인 장비도 없다. 산행으로 지친 허기를 달랠 때마다, 화력 조절을 잘못해 바닥을 시커멓게 태워도, 오래 사용해 찌그러지고 긁혀 볼품없이 변해도 어떤 재료를 받아들이든 맛있는 요리로 만들어내는 데 제 역할을 충실히 한다.


또 코펠은 산과의 화해를 산친구와의 우정을 주선하는 매개체다. 하루의 산행을 마치고 야영지에 도착해 텐트를 치고 나면 누가 뭐랄 것도 없이 산친구들은 스토브 위에 얹힌 코펠 주변으로 옹기종기 모여앉는다. 찌개가 끓고 밥이 뜸 들여지는 동안 오순도순 정담을 나누다보면 배낭무게와 자신의 의지와 힘겨루기 했던 낮 동안의 악몽조차 달콤한 추억으로 탈바꿈하고 마는 것이다.


‘등산이나 캠핑용으로 고안된 휴대용 조리기구’를 가리키는 ‘코펠’은 ‘삶는 도구’ 혹은 ‘끓이는 도구’를 뜻하는 독일어 ‘Kocher’의 잘못 보급된 표기이다. ‘코헬(콕헬)’이나 ‘코허(콕허)’라 해야 옳다. 영어로는 ‘쿡킹세트(Cooking Set)’라 하면 될텐데 긴 단어가 번거로워서인지 잘 쓰이지 않는다. 이미 ‘코펠’로 정착되어 사용되더라도 참고로 알아둘 필요가 있겠다.


열전도 빠르고 가벼운 알루미늄 코펠


산에서 맨처음 선보인 휴대용 조리기구는 군용 반합이다. 우리나라 산악활동 초창기인 1960∼70년대에 활동한 산악인들이라면 나무 막대기에 반합을 걸어놓고 땔감을 피워 밥을 하는 흑백사진 한 장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시커멓게 그을린 반합과 니커보커즈를 입고 둘러선 모습은 이젠 향수의 대명사가 되었다. 의류, 암벽장비, 텐트, 배낭 등이 변화와 개선을 거듭해온 것에 비하면 코펠은 변화가 거의 없다. 재질은 알루미늄에서 스테인리스, 티타늄까지 선보이고 있고 형태도 원형, 사각형이 나오지만 역시 주종은 알루미늄 원형 코펠이다.


알루미늄 코펠은 쉽게 찌그러지고 긁히며 일정 기간 사용하면 부식되어 금속물질이 묻어나오는 등 강도나 위생상 한계를 지니고 있다. 스테인리스코펠은 이런 단점을 극복해주지만 무거운 것이 흠이다. 알루미늄과 스테인리스의 단점을 모두 극복한 것이 티타늄 코펠이다. 티타늄은 알루미늄보다 가벼우면서 쇠에 비견될 정도로 단단하다.


또 쉽게 부식되지 않으며 금속성 특유의 냄새도 없어 위생적인데 이런 장점으로 최근에는 티타늄 스푼세트나 시에라 컵도 생산되고 있다. 그러나 티타늄 제품은 가격이 비싼 게 결정적인 흠이다. 무게를 줄여야 하는 고소등반에 많이 사용된다. 알루미늄은 근본적으로 열 전도성이 철의 3배 스테인리스나 티타늄의 10배이며, 무게는 철이나 스테인리스의 삼분의 일 정도이다. 제조업자들은 알루미늄 코펠의 단점을 보완시키는 몇가지 공법을 개발함으로써 열전도성이 좋고 가벼운 알루미늄의 장점들을 극대화시키는데 성공했다.


진양상사의 하드 아노다이징공법(Hard Anodizing, 일명 초경질산화공법)’이나 일본 모리타사의 ‘아르마이트가공’ 등이 그 공법들이다. 이들 공법은 용어는 다르지만 원리는 같다. 순도 99퍼센트의 알루미늄을 전해액 속에 담궈 전기분해를 시킴으로써 알루미늄 안팎에 자체 피막을 형성시키는 공법이다.











그러므로 이는 피막을 덧붙이는 ‘테프론 가공’과는 다르다. 하드 아노다이징이나 아르마이트가공은 전기분해 동안 일반 알루미늄 피막에 형성되어 있는 분자 사이의 거리나 흠집 등을 없애줌으로써 일반 알루미늄보다 피막의 두께나 강도를 10배 이상 높여주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알루미늄 한겹은 세 겹의 효과를 내어 자연 마모나 열에 강하며 코팅처리처럼 벗겨질 염려도 없다. 코펠을 사용하는 많은 사람들의 불만은 손잡이가 잘 망가지고 내부 바닥에 음식물이 쉽게 들러붙어 시커멓게 타 위생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손잡이야 비교적 단순한 제작상의 문제이겠지만 바닥은 보다 기술적인 공법을 요한다.


스테인리스 코펠 중에는 가정용 주방용품에서 각광받는 ‘3중 바닥’을 갖춘 제품도 있다. 알루미늄 코펠에서는 대개 프라이팬 바닥에만 특수 가공을 하는 편이다. 모리타사의 논스틱 시리즈의 경우는 프라이팬뿐만 아니라 코펠에도 ‘스미후론 가공’을 적용하고 있는데 이는 〈그림 1〉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바닥에 불소수지막으로 요철을 만들어 음식물이 잘 붙지 않고 쉽게 떨어지도록 한 원리다.


원형과 사각형 코펠의 장단점


코펠은 원형과 사각형 두가지다. 원형은 배낭을 꾸릴 때 공간의 낭비가 심한 반면 사각형은 배낭 속의 공간을 절약해준다. 그러나 이것은 배낭을 꾸릴 때의 문제이고 막상 취사를 할 때는 사정이 좀 다르다. 사각코펠의 경우 모서리진 부분에 열 전달율이 원형에 비해 떨어져 대용량의 경우 밥이 설익을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사각코펠은 소용량일 때 유용하고, 중 대용량 취사를 할 때는 원형코펠이 권할 만하다. 사각코펠은 배낭 부피를 최소화시켜야 하는 암벽과 리지 등의 전문등반이나 혼자만의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매우 환영받고 있다.


취사를 할 때는 코펠과 스토브가 늘 함께 필요한데 이 두가지 고민을 한꺼번에 해결하면서도 부피도 부담을 주지 않는 아이디어 상품이 진양상사에서 나왔다. 즉 코펠 속에 개스스토브가 들어있는 세트 제품인데 부피는 보통 코펠과 같으면서 조리 용기 속에는 230그램짜리 개스통도 넣을 수 있게 설계했다. 코펠은 조리 용기, 프라이팬, 주전자, 식기, 국자, 주걱 등이 보통 1조를 이룬다.


이때 3인용 이하인 경우는 대개 프라이팬이나 주전자는 들어있지 않다. 8인용 이상의 코펠에는 프라이팬의 깊이를 보통 코펠 뚜껑보다 깊게 만들어 전골 음식을 끓이기 좋도록 만든 것도 있다. 이때 프라이팬은 음식물이 들러붙지 않도록 한 특수가공이나 코팅처리가 잘 되어 있는지 주의깊게 살펴보도록 한다. 6인용 이상의 대용량 코펠의 경우 뚜껑이 고정식으로 된 것이 있는데 이는 많은 양의 밥을 뜸 들일 때나 오래 끓여야 하는 음식을 조리할 때 유용하다.


또 코펠 속의 음식물이 들여다보이도록 뚜껑에 유리 등 투명한 재질을 사용한 코펠도 있다. 음식물이 눌어붙었다 하여 무리하게 긁어내면 코팅이나 피막이 손상되기 쉬우므로 물에 담가두었다 닦도록 한다. 닦을 때는 식기용 중성세제를 스펀지나 수세미를 묻혀 쓰는 것이 좋은데 세제가 없다고 모래 등으로 문지르면 피막에 손상이 간다. 빈 그릇을 태우는 것 역시 피막을 손상시키므로 주의해야 한다. 산이나 야외에서 취사를 할 때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 환경문제이다. 남은 음식물 처리는 물론이고 기름기가 많이 묻은 코펠은 휴지 등으로 닦아낸 다음 집에 돌아와 중성세제로 세척하도록 한다. <이정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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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보이스 | 추천 0 | 09.10  
힘든 산행 중 끓여먹는 라면 맛도 그에 뒤지지 않을 정도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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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너럴 | 추천 0 | 09.08  
그렇죠 아직도 그 맛을 잊을수가 없어요 ㅋㅋ 식객이었나요? 거기에서 나오는 라면맛 찾으러 와서 맞는 후임 보면서 완전 캐공감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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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롱이 | 추천 0 | 09.07  
군용 반합이 진짜 최고죠 ㅋㅋㅋ 거기에 끓여먹는 라면의 맛이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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