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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름 연구'에 대하여
가시버시 | 2011.09.14 | 조회 11,523 | 추천 115 댓글 0

'땅이름 연구'에 대하여


81 나찬연


 


1. 머리말


1960년대 이후 급격한 산업화, 공업화로 말미암아 우리 국토도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이러한 물리적인 변화로 말미암아 그 땅에 붙어 있던 땅이름도 많이 바뀌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부산 지역과 같은 대도시와 그 주변뿐만 아니라, 지금은 중소 도시에까지 나타나고 있는 현실이다. 그리고 새로운 땅이나 사물이 생기더라도 그것에 붙는 이름들을 대체로 한자말로 붙이는 경향이 많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우리 한아비들의 숨결이 스며 있는 토박이말 땅이름은 사라져 간다. 좀 거창하게 말하면 이러한 토박이 땅이름이 하나 둘 사라짐에 따라 그 말에 담긴 우리 민족의 얼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땅이름을 연구하는 의의를 알아보고 땅이름 연구 방법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그리고 우리 부산 지역에 나타난 몇 가지 땅이름을 소개하고 그 말밑을 대략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2. 땅이름 조사의 의의


땅이름 조사 혹은 지명 조사는 말 그대로 특정한 지역의 땅이름을 실제 현장 조사를 통하거나 문헌 자료를 중심으로 채집, 정리하고 나아가 그 땅이름의 말밑을 과학적 연구를 통하여 밝혀 내는 작업이다. 땅이름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음운론, 문법론, 의미론, 방언학, 국어사 등 언어학의 전반적인 지식이 있어야 하며, 이러한 기초 지식을 토대로 실제 현장에서 채록한 땅이름 자료를 분석, 해석하고 그 말밑을 밝히는 작업이 필요하다. 결국 땅이름을 조사 연구한다는 것은 방언 조사와 마찬가지로 지역 현장의 조사 작업과 함께, 그 자료를 분석, 해석하고 최종적으로는 다른 지역의 땅이름과 비교하여 그 지역 땅이름의 특징을 살펴보는 복잡한 과정의 연구 활동이다.

그러면 이렇게 복잡한 연구를 왜 하는가? 말의 연구는 공시적인 연구만으로는 부족하다. 따라서 공시적 연구의 모자람을 보완하기 위하여 특정 언어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연구하기도 하며 서로 다른 지역의 말(방언)의 모습을 조사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땅이름, 특히 농어촌 지역의 땅이름은 도시와는 달리 그 생성 시기가 꽤 오래된 것이 많다. 따라서 땅이름 연구를 통해 우리말의 통시적인 측면을 들여다 봄으로써 옛말의 모습을 재구할 수도 있고, 국어사 기술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여 우리말의 뿌리를 캐내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 당장 돈이 생기지 않는 이러한 작업을 계속해 나가는 데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의 목적이 있다.


첫째로, 일차적인 목적으로 땅이름을 채집하여 땅이름의 생성, 어원, 계통, 뜻과 꼴, 접미 형태, 내부적 짜임새, 방언과의 관련성을 연구하여 지명학을 정립한다.


둘째로, 문학, 지리학, 역사학, 사회학, 민속학, 고고학, 인류학, 심리학 따위 인접 학문의 연구에도 도움을 준다.


셋째로, 토박이말을 살려 쓰고 나아가 대부분의 땅이름이 한자말로 바꾸어져 있는 현실에서 원래의 옛 땅이름을 되찾거나, 혹은 새로 땅이름을 지을 때 가능하면 토박이말을 이용하는 의의를 가진다.


넷째로, 우리 조상들의 삶의 방식과 의식 구조를 연구하는 데 도움을 준다.


결국 땅이름 연구는 일차적으로 국어학 발전에 기여하는 데 일차적인 의의를 가지고, 이차적으로는 인접 학문의 발전과 나아가 우리 문화를 보존하고 가꾸는 데 의의가 있다.


3. 땅이름 연구 방법


3.1. 제보자의 해석과 언어학적 분석


땅이름에 대한 그 동안의 접근 방법은 대략 두 가지 방법이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땅이름에 대하여 그 지역의 토박이들의 해석에 의존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방법은 대부분 비전문가인 토박이들이 자신의 언어 지식에 의존하여 땅이름의 유래를 설명하거나 땅이름이 붙은 대상에 관련하여 구비 전승된 전설에 기대어 땅이름의 유래를 설명하는 것이 보통이다. 땅이름을 연구하는 두 번째 방법은 2장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언어학의 지식을 동원하여 조사된 자료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방법으로 이는 곧 학문적인 연구 방법이다. 보통의 경우 이 두 가지 방법을 상호보완적으로 사용하여 연구가 진행된다.  


첫 번째 방법은 비록 비과학적인 면은 있으나, 기초 자료를 수집하는 단계에서 반드시 밟아야 할 조사 절차이다. 즉 땅이름 대부분이 특정한 지역의 방언으로 되어 있고, 큰 행정 구역의 땅이름이 아니면 대체로 글자로 적히지 않고 오랜 동안 구비 전승되어 온 것들이 많다. 그러므로 어지간한 국어학적 지식을 갖춘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조사 지역의 토박이들의 해석이 없으면 그 어형을 분석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실례를 들어 보겠다.

필자가 장안면 좌동리 지역의 지명을 조사할 때 한글학회가 펴낸 [한국지명총람]의 경남남도 편에서 기초 자료를 뽑았다. 그 가운데 현지 발음으로 '강낭꼴', '배낭꼴'이라는 땅이름의 말밑을 밝히려 했는데, 지명총람에도 구체적인 해석이 나와 있지 않고 그 지역의 토박이 노인들에게도 물어봐도 거기가 어느 곳인지는 알고 있으나, 그 땅이름의 말밑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냥 어릴 적부터 '강낭꼴, 배낭꼴'이라고 불러 왔다고만 하였다. 그러다가 좌동리의 최사술 노인(남, 당시 78세)이 그 말의 말밑을 '감나무골, 배나무골'으로 증언해 주었다. 최사술 노인은 자신은 그 곳에 감나무와 배나무가 있는 것을 보지 못했으나, 그 분의 할아버지 때에는 그 지역에 각각 감나무와 배나무가 많아서 그 땅이름이 '감나무골'과 '배나무골'이라고 하였다는 것이다. 이는 최 노인이 어렸을 때 자기 할아버지에게 직접 물어서 들은 이야기라고 전해 주었다. 최 노인의 도움말이 없었던들 '강낭꼴'에서 '감나무골'이라는 어형을 이끌어 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토박이들의 해석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특정한 땅이름의 말밑을 그대로 확정하여도 곤란한 문제가 발생한다. 토박이들의 말밑 해석은 그야말로 '전설 따라 삼천리' 식의 해석이어서 반드시 언어학적으로 검증을 해 보아야 한다. 한 예를 들어 보겠다.

장안면에는 '달음산'이라는 큰 산이 있는데, 이 달음산은 기장군 지역에서는 가장 큰 산으로 지역 주민


들이 아끼는 산이다. 글쓴이는 땅이름에 이 '달음산'의 땅이름이 무슨 뜻으로 붙여졌는가가 궁금해서 지역 토박이 노인들에게 말밑을 물어 보았다. 그 동네에서 제법 지역 유지 소리를 듣는 노인이 한 편의 전설을 들려 주었다.

"장안 지역이 해안가인 관계로 아주 옛날에 큰 해일이 난 적이 있는데, 장안면 일대가 모두 바닷물에 잠기고 그 산의 꼭대기만 잠기지 않아서 주민들이 그 곳에 올라 물난리를 피했다고 한다. 달음산의 꼭대기가 직사각형 모양의 큰 바위로 되어 있어 물 위에 드러난 부분이 마치 '다리미' 모양이었다. 그 후로 그 산의 이름이 '다리미산'이 되었는데, 그 말이 변해서 달음산이 되었다."  

할아버지의 이런 설명이 그럴듯하기는 하지만 학문적으로 보면 이는 근거가 없는 말이다.  어원적으로 보면 '달음산'에서 '달'이란 말은 山이란 뜻이다. 따라서 '달음산'은 '산의 산'이란 뜻으로 산이 두 번 겹쳐서 쓰인 말이다. '산중의 산'이므로 그 지역에서 제일 높은 산이라는 뜻도 있을 것 같다. '달음산'을 '다리미산'으로 해석하는 경우에는 토박이 제보자들의 해설이 잘못되어 있으므로 반드시 언어학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또 하나의 예를 들어 보면, 흔히들 시골의 땅이름에는 '고래논, 고래밭' 등이 많이 나타나는데, 이 경우 '고래'의 말밑이 문제가 된다. 대체로 토박이들은 '고래'를 바다에 사는 동물 고래(鯨)로 해석하여 터무니없는 전설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이 '고래'는 [골+애]로 분석되며 '골'은 골짜기라는 뜻이 된다. 따라서 '고래논'은 '골짜기에 사이에 있는 논'이라는 말밑을 가지며 '고래밭'은 '골짜기에 사이에 있는 밭'이란 뜻이다.   

결국 땅이름은 연구는 제보자 중심의 해석을 참고 자료로 하여, 이를 언어학적 방법론을 이용하여 분석, 해석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3.2. 자료 채집 방법


 먼저 답사 지역을 선정하고, 1/25,000 지도를 구입하여 배수 크기로 확대 복사한다. 가능하면 조사자가 이러한 지도를 이용하여 개략적인 지도를 직접 손으로 그려서 제시하거나 면(읍) 사무소나 파출소의 관내 지도를 이용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다.

그리고 면(읍) 사무소, 군청, 도청, 문화원, 홍보실, 학교 등 공공 기관에 협조를 요청하여, 그 고장의 내역, 위치, 지도(군사, 행정 지도 따위), 인구, 면적 등 도움이 될 만한 자료, 특히 도지, 군지, 연감 등의 자료를 입수한다. 농어촌 지역에서는 특히 행정 기관의 협조가 매우 중요하다. 군지나 읍지, 연감 등에는 흔히 그 지역 땅이름의 말밑을 분석해 놓은 경우가 많아서 이를 이용하면 효과적이다. 그리고 땅이름에 대한 기초 자료로서 [한국 지명 총람(한글학회)]과 같은 서적을 통하여 그 지역의 땅이름의 목록을 미리 조사하여 실제 조사 현장에서 제보자에게 확인하는 것이 좋다. 제보자들이 대부분 고령이어서 자기 지역에 있는 땅이름이라도 조사자에게 즉각 즉각 제시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땅이름 조사는 제보자 선정이 방언 조사보다도 훨씬 까다롭다. 땅이름에 대하여 별관심이 없는 사람 100명보다는 평소 땅이름에 관심이 많은 한 사람의 제보자가 훨씬 나은 경우가 많다. 따라서 조사 지역의 이장 등에게 의뢰하여 그 고장 토박이로서 연세가 많으면서, 그 고장의 여러 가지 일에 관하여 자세히 아는 분을 제보자로 선정한다. 이 때 가능한 여성은 피하는 것이 좋은데, 이들은 특정한 지역에 토박이로 오래 살았다고 하더라도 땅이름의 말밑에 대하여는 관심이 없는 것이 보통이다. 땅이름 조사와 방언 조사는 그 조사 방법과 절차가 비슷하기는 하지만 제보자 선정 문제에 관한 한 차이가 크게 난다. 방언 조사는 오히려 저학력이면서 여성 노인의 경우가 나은데, 땅이름 조사는 어느 정도의 학력을 갖춘 남성 제보자가 훨씬 좋은 제보자이다. 그리고 한 지역에 적절한 제보자가 없으면 이웃 마을의 제보자


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대개 땅이름에 밝은 사람은 이웃 마을의 땅이름에서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땅이름에 밝은 사람은 이웃 마을에 자신과 같이 땅이름에 밝은 사람이 누구인가를 잘 알고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타 지역의 제보자를 선정할 때 이들의 소개를 받는 것이 좋다.

자료를 채집할 때에는 제보자로부터 들은 땅이름을 소리나는 대로 음성 전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청취 능력에 한계가 있으므로 음성을 정밀하게 표기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음성을 전사하되 변이형태를 그대로 적는다. 한자말로 된 땅이름은 꼭 한자를 물어서 확인한다. 같은 대상을 토박이말로 부르기도 하고 한자말로 부르기도 하므로 복수 땅이름의 가능성을 반드시 확인하여야 한다.

그리고 제보자에게 정확한 어형과 더불어 그 말이 생긴 필연적인 까닭, 유래, 변화 과정, 주위 환경, 위치, 지세 따위 땅이름과 관련된 사항을 질문하여 일일이 기록해 둔다. 이들의 해석이 터무니없다고 생각되더라도 그들의 설명대로 기록해 둔다. 그리고 지도에 작은 땅이름(소지명)을 연필로 표기한다. 채집이 끝난 다음에는 꼭 제보자의 인적 사항을 기록한다. 나이, 성별, 학력, 주소, 출생지, 현 거주지에서 생활한 기간 등이 기록 대상이다.

땅이름은 마을, 작은 마을(소지명), 뜸, 고개, 골, 논, 밭, 산, 바위, 강, 내, 골짜기, 연못, 들, 다리, 방죽(제방), 봉우리, 서낭당, 터, 우물, 뚝, 부두, 언덕, 폭포, 길, 산부리, 곶, 돈대, 섬, 보, 굴, 무덤, 성, 제단, 목, 등성이, 계곡, 수문 따위가 조사 대상이 된다.


4. 땅이름 말밑 분석


이 장에서는 우리 지역 사회인 기장군 장안읍에 있는 몇 가지 땅이름의 말밑을 소개하고자 한다.

◎ '삼밭골'(장안읍 명례리)


지역 토박이들이 '삼받꼴, 삼박꼴'로 부르는 골짜기 이름인데, 일차적으로는 '삼밭(麻田)'이 있는 골짜기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 골짜기에는 삼밭이 있은 적이 없다고들 한다.  지역 토박이들도 땅이름의 유래를 알 수 없다고들 했다. 어찌된 일일까?

이 경우 '삼'은 한자말 三이고 '받'은 '머리나 부리'의 뜻이다. 이 계통의 땅이름에서는 산이나 봉우리의 뜻으로 나타나 있는 것이 많다. 따라서 이 '삼밭꼴'은 다음과 같이 분석된다.


        삼(三) + 받(머리, 봉우리, 산등성이) + 골(골짜기)  


이를 토대로 해석하면 '등성이가 연속으로 세 군데 져 있는 골짜기'란 뜻이 된다.


◎ 울리(장안읍 명례리)


현 장안읍의 명례리(鳴禮里)는 옛 토박이 이름이 '울리'였다. 그런데 일제 시대 때 행정 관리들이 이 말을 '울다'에서 온 말로 해석하여 행정 구역 명칭을 '명례리(鳴禮里)'로 고친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되다 보니까 이 한자 이름에서 마을 이름의 유래가 새로이 생기게 되었다. 일부 마을 사람들은 '명례리' 혹은 '울리'가 '옛부터 이 마을이 다른 마을보다 번성하여 '떵떵 울리고 사는 동네'라는 뜻으로 지어진 이름'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울리'의 '울'은 '울타리(柵)'에서 온 말이다. 이 곳이 옛날에 동래군에서 울주군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위치하여 군사적 요충지로서 마을 주위에 군사용 목책이 쳐 있었던 마을이란 뜻이다. 이 말밑을 잘못 이해한 이들이 명례리로 고친 경우이다.


◎ 질고재(장안읍 길천리)


장안읍 길천리(吉川里)는 옛 이름이 '질고재'였다. 이 마을은 고리 바로 옆 마을로 바닷가에 위치한 어촌이다. 이 '질고재'와 관련된 땅이름으로 '질고잿골, 질고잿들, 질고재무릉지' 등의 땅이름이 있다. 이 '질고재'는 다음과 같이 분석된다.


 질(←질다: 길다) + 곶(串: 바다나 들로 길게 내민 곳) + 애(땅이름

 만드는 접사)


이 마을의 지형이 바닷가 쪽으로 길게 뻗어 있는 모양이라고 해서 '길다란 곶'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 구무꼴(장안읍 고무)


월내리에서 장안사로 가는 도중에 '고무'라는 동네가 있다. 이 '고무'는 한자로 '古武'라고 표기되어 있다. 그 지역의 토박이들에게 물어도 '古武'의 마을 이름의 유래를 알지 못했다. 옛날에 그 동네에 유명한 장군이나 무사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전쟁이나 무기와 관련된 이야기도 없어서 땅이름을 유래를 알아낼 수가 없었다. 그러다 이웃 마을인 좌동리에 사는 최사술 노인이 말하기를 지금의 고무 마을은 자기들이 어렸을 때 원래 '고무'라고 부르지 않았고 '구무꼴'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리고 '구무'는 '古武'라는 한자와 관련이 없다고 한다. 그 마을이 길가에 붙어 있어서 산 위에서 보면 마을이 꼭 구무(구멍) 모양을 하고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였다. 필자는 그 말을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지금의 '구멍'의 옛말이 '구무, 굼ㄱ'이고 지금도 경상도 지방에서는 구멍을 '구무'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하마터면 영원히 묻혀 버릴 번한 말밑이 최 노인의 도움으로 되살아난 것이다.     


5. 맺음말


이상으로 땅이름 연구의 의의와 방법, 그리고 기장군 장안읍 지역의 몇 가지 땅이름의 말밑에 대하여 대략적으로 살펴보았다. 정보화 시대에 급격한 사회 변화에 따라 수많은 토박이말 땅이름이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새로이 생겨나는 한자말 땅이름들……. 이는 단순히 땅이름 몇 개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땅이름에 붙어 있는 우리 한아비들의 슬기와 마음이 하나 하나 사라지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비록 땅이름 조사와 연구 활동은 비록 돈이 되는 일은 아니지만 우리 겨레의 문화 유산을 수집하고 정리하는 작업이 된다.

장안읍 명례리에 '섬뜰'이라는 들판이 있다. 제법 넓은 들판에 여기 저기 소나무 숲이 있는 구릉지가 네 다섯 군데 흩어져 있는 곳이다. 늦가을 해가 저물 적에 산 위에서 그 '섬뜰'의 들판을 내려다 보면서 '섬이 흩어진 바다'의 모양 그대로이구나!' 하고 감탄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 '섬뜰'이 관내 지도에는 '도야(島野)'로 바뀌어 적혀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리고 당시 팔순이 넘은 좌동리의 최사술 노인, 구순이 넘은 월내리의 박정기 노인, 그 분들은 모두 살아있는 땅이름 사전이었다. 그러나 이 분들이 언제까지 살아 계셔서 사전 역할을 하실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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