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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언 조사가 뭐:래요?"
여러싸람 | 2012.03.02 | 조회 15,149 | 추천 2 댓글 0
"방언 조사가 뭐:래요?"           



                                                                              글쓴이: 언어학과 박사과정 조원형

 


 


  ※ '방언 조사가 뭐:래요"는 강원도 정선 지역 방언으로 "방언 조사가 뭐예요"라는 뜻임.


 


   먼저 개인적인 얘기를 하나 하고 시작한다. 강원도 정선이 고향인 나는 자연스럽게 강원도 영동지방 방언을 몸에 익히며 자랐고, 그 때문에 경기도로 이사온 바로 그날 ―1990년 초였다―부터 사투리 때문에 심한 혼란을 겪었다. 학교에서 표준어를 써야 한다고 배운 데다가 어려서부터 유난히 '바른 말'에 애착이 많았기 때문에, 그 때까지만 해도 나는 당연히 표준어를 쓰고 있다고 생각했었던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사투리를 쓰고 있었다니, 내가 받은 충격은 결코 적지 않았다. 그래서 그 뒤 나는 줄곧 사투리를 고치려고 안간힘을 써 왔다. 물론 사투리를 '고치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한 일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이는 내가 언어학의 길에 들어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으니 아무튼 나에게는 고마운 일이다.


   오랜 옛날부터 지금까지 어느 시대 어디에서나 방언은 사람들의 큰 관심거리였다. 나처럼 두 방언을 함께 경험하고 혼란을 겪은 사람도 많으며, 꼭 그러지 않더라도 갖가지 경로로 거의 모든 사람들이 방언 차이를 실감한다.


   '방언'이란 한 지역에서 쓰이는 말을 뜻한다. 이 말은 보통 단일한 언어의 여러 이형태를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한국어의 경기 방언, 서북 방언, 제주 방언 등이 그 예이다. 방언은 그 자체로 완벽한 언어 체계이며, 같은 방언을 쓰는 사람들끼리는 그 방언으로 모든 뜻을 서로 주고받을 수 있다. 이에 반해 '사투리'는 여러 방언 중 '표준어'로 정한 특정 방언과 다른 어휘나 문법, 음운 요소를 뜻한다. 우리 나라에서는 경기 방언을 표준어로 삼고 있다. 따라서 이 글의 제목으로 쓰인 말은 강원도 영동 '방언'이자, 표준어에 대해서는 '사투리'이다. 그런데 '사투리'라는 말은 때로 '저급한 말'이라는 가치 개념을 포함하기도 한다. 언어 표준화의 관점에서 보면 사투리는 쓰지 말아야 할 말이기 때문이다. 사실 언어 표준화는 어느 정도 필요하다. 그러나 '사투리'라 불리는 방언들 또한 훌륭한 언어 체계이므로, 무조건 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저급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이러한 방언을 연구하는 일은 우선 한 언어의 모습을 총체적으로 이해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우리말의 경우, 표준어인 경기 방언만으로 우리말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경기, 영동(강원), 충청, 서남, 동남, 제주, 서북, 동북 등 수많은 방언들이 모여 우리말을 이루고 있다. 우리말을 제대로 이해하고자 한다면, 표준어만을 아는 데서 그치지 말고 여러 방언도 깊이 이해하여야 한다. 이 모든 방언들이 우리말을 구성하는 요소이자 하나같이 소중하고 가치있는 언어이기 때문이다. 방언 연구는 또한 지역 문화를 지키고 가꾸는 데도 큰 도움을 준다. 방언은 지역 문화를 이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도구이자 지역 문화를 창조하는 도구이다. <정선 아리랑>을 다른 방언으로 부르면 그 노랫말에 담긴 정감을 그대로 담을 수 없다. 전라도가 본고장인 판소리는 서남 방언으로 불러야 제맛이 난다. 뿐만 아니라, 방언 조사를 하며 터득한 조사 방법과 요령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언어를 조사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지난 2000년 7월에 우리 과에서는 내몽골에서 어웡키어 등 퉁구스 제어를 조사한 바 있는데, 그 때도 방언 조사 때와 똑같은 방식으로 그 언어들을 조사하였다. 다만 한국어 대신 현지 제보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중국어'로 질문을 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이처럼 방언 조사는 여러모로 매우 값진 일이다.


   이 때문에 많은 언어학자들이 방언을 연구하고 있고, 우리 언어학과에서도 해마다 늦가을이 되면 전국 각지로 방언 조사를 떠나고 있다. 지난 2000년에는 전라남도 담양으로 방언 조사를 다녀왔으며, 99년과 98년에는 각각 강원도 정선과 충청북도 단양에 다녀왔다. 방언 조사는 새로운 언어 현상을 수집하고 분석하는 훈련을 충분히 받은 언어학자가 해당 방언의 토박이 화자와 직접 면담하거나, 문서로 된 질문지와 답안지를 우편 등 통신 수단으로 주고받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 중 문서를 이용하는 방식은 조사자(언어학자)가 불가피하게 제보자(토박이 화자)를 직접 만날 수 없을 때에 한해서만 쓰이는데, 이는 문자가 자칫 한 언어 체계의 실상을 왜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제목을 예로 들면, 그 글만으로는 문장 끝의 '요'를 마치 표준어의 평서문처럼 낮은 억양으로 말한다는 정보를 얻을 수 없다. 그렇다고 제보자에게 억양이나 성조 표시를 함께 해 달라고 하기도 힘들다. 더욱이 제보자는 보통 60대 이상 노인층으로 한정되는데, 이 세대에는 글을 모르시는 분들이 더러 계시기 때문에 문서로써 조사를 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따라서 가능한 한 조사자가 제보자와 직접 이야기를 주고받는 형식으로 방언을 조사하여야 한다.


   면담을 통한 방언 조사는 다음과 같이 한다. 조사 대상 방언의 어떤 면을 조사할지 먼저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에 따라 조사자가 제보자에게 질문을 한다. 예를 들면, 표준어로는 '튀밥'이라고 불리는 사물이 어떻게 불리는지 알기 위해 '쌀이나 옥수수를 튀긴 것을 뭐라고 합니까?' 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러면 질문을 받은 제보자는 자기가 알고 있는 이름을 댄다. 이 때 제보자가 쓰는 방언에 따라 다른 어형이 나오게 된다. 즉, 방언에 따라 '튀밥', '광밥', '박산' 등 서로 다른 어형이 나오는 것이다. 조사자는 제보자가 말한 어형을 재빠르고 정확하게 기록해야 한다. 기록은 국제 음성문자(IPA)로 하는 것이 원칙이다. 영어 사전이나 불어 사전에 나오는 이른바 '발음 기호'가 바로 국제 음성문자이다. 이는 그 어형의 소리값을 정확히 기록하기 위해서이다. 'ㅚ', 'ㅟ'를 단모음 [ø], [y]로 발음하는 지역도 있고, 이중모음 [we], [wi]로 발음하는 지역도 있다. 이 때문에 만일 한 소리값을 'ㅟ'로 적었다면 나중에 분석할 때 이것이 [y]였는지 [wi]였는지 알기가 힘들어진다. 그러나 국제 음성문자로 적었다면, 정확히 적은 한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이렇게 기록한 여러 어형을 분석하고 기술하면 비로소 방언 조사는 끝난다.


   질문을 할 때는 원하는 어형을 정확히 얻을 수 있도록 간결하면서도 알기 쉽게 해야 한다. 질문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원하는 어형을 얻기가 힘들어진다. '혀'를 설명하기 위해 단지 "입 안에 있는 것이 뭐예요?" 하면 '이빨'이라는 대답을 얻을 수도 있다. 심지어 정확히 질문한 경우에도 엉뚱한 대답이 나올 수 있다. 표준어의 '벼'에 해당하는 어형을 얻으려고 "모내기를 해서 논에 심는 곡식이 뭐예요?" 하면 제보자는 "우리 동네에선 말야, '중호베'라는 걸 심거든. 그런데 그 중호베라는 놈이 어떤 종자인고 하니……"와 같이 질문 의도에서 벗어난 대답을 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1998년 조사 때 이 질문을 했다가 30분 동안이나 벼 종자 이야기만 들은 적이 있다. 조사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이처럼 의도에서 벗어난 대답이 나오는 것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 제보자의 이야기 속에서 주목할 만한 방언형을 얻어내는 경우도 가끔 있지만, 사전에 세운 조사 계획에 충실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과에서 방언 조사를 가면 위와 같이 힘든 조사만을 하는 것이 아니다. 조사 과정에서 질문·대답과 관련해 재미난 일도 많이 일어나고(예전에 인기를 끌었던 '서세원의 좋은 세상 만들기'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그 방송 내용보다 더 재미있는 일도 많이 일어난다. 물론 노인 희화화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조사를 끝내고 나서 하는 관광도 여느 여행보다 훨씬 즐겁다. 열심히 공부하고 나서 노는 것이 그냥 노는 것보다 더 신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나는 작년에 방언 조사를 마치고 나서 다녀왔던 담양 소쇄원과 고창 선운사를 결코 잊을 수 없다. 밤에는 여러 선생님, 대학원생, 학부생이 모두 한데 어울려, 학문과 인생을 논하며 술잔을 기울이기도 한다. 대학인으로서 이토록 정감있는 일도 드물 것이다. 방언 조사는 언어학 공부를 하며 놀기도 하고 인생도 배우는, 언어학과만의 매우 뜻깊은 행사이다.


   위에서 방언 조사는 '훈련을 충분히 받은 언어학자'가 한다고 했다. 그렇다고 방언 조사에 학부생들이 참여하기를 꺼리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한 훈련은 학부생 시절부터 조사에 참여하면서 실수도 겪어 보고 자기 나름대로 분석도 해 가며 쌓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하는 방언 조사가 아직은 완벽하고 훌륭한 조사라 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런 현장 학습을 통해 우리는 진정한 언어학도로 거듭날 수 있다. 게다가 꼭 공부를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자연 속에서 늦가을의 정취에 흠뻑 젖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고, 방언 조사를 함께 하며 쌓이는 우정과 추억도 대학 생활에서 절대 빼 놓아서는 안 되는 보물이다. 그 때문에 "'언어 조사' 수업은 전공선택이지만 방언 조사는 전공필수"라는 말도 있다. 올 가을에도 어김없이 우리 나라 어디에선가 하게 될 '01 방언 조사에 많은 01학번들이 함께하기를 바라며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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