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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토크
일상 생활에서 흔히 쓰이는 전라도 말 가운데 '찌클다'
이슬 | 2011.07.16 | 조회 11,993 | 추천 134 댓글 0
       물만 찌클지 말고 때도 좀 빗게야 일상 생활에서 흔히 쓰이는 전라도 말 가운데 '찌클다'라는 동사가 있다. <액체나 가루 따위를 뿌리거나 끼얹다> 정도의 뜻을 갖는데, '마당에다 물 좀 찌클어야 쓰겄다. 문지가 풀풀 나서 어디 쓰겄냐?'처럼 쓰일 때에는 '뿌리다'와 같지만, '물만 찌클지 말고 때도 좀 빗게라'와 같이 목욕하는 아이에게 말할 때는 '끼얹다'의 뜻으로 쓰인다. 그밖에도 '되아지 밥 주데끼 퍼 주지 말고 쪼깨썩만 찌클어 줘라'라고 말할 때는 <뿌리듯이 조금씩 주는 행위>를 뜻하기도 한다.



이처럼 '찌클다'는 전라도 말에서 일상적으로 흔히 쓰는 말인데도, 그 어원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별로 없었다. 그러나 '찌클다'의 첫 음절 '찌'와 둘째 음절 '클'이 어원적으로 분석될 수 있다는 사실만 알면 그 정체를 파악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다.



우선 '찌클다'의 '찌'는 표준어 '끼얹다'의 '끼'와 어원이 같다. 다만 표준어의 '끼'가 전라도 말에서 구개음화되어 '찌'로 변했을 뿐이다. 마치 장갑을 '낀다'를 전라도에서 '찐다'로 말하는 것과 같은 변화를 겪었던 것이다.



표준말 '끼얹다'는 <액체나 가루 따위를 다른 물건 위에 흩어지게 뿌리는> 것을 의미하므로, <다른 물건 위에 올려놓다>는 뜻을 갖는 '얹다'가 이 말 속에 포함되어 있음은 쉽게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끼얹다'는 원래 '끼다'와 '얹다'의 두 낱말이 합쳐진 것이라 하겠다. '끼다'는 옛말이나 현대말에서 홀로 쓰이는 일은 찾을 수 없는데, 옛말에는 '티다'로 쓰이는 예가 보인다.



즉 17세기 초 허준이 지은 『언해태산집요』(諺解胎産集要)에 '숫블에 초텨'라는 말로 나오고, 17세기 말 문헌인『역어유해』(譯語類解)라는 책에는 '믈티다(潑水)'가 있다. 이 말은 다시 18세기 말에 『역어유해보』(譯語類解補)에서 '믈 끼치다(撤水)'로 나타나는데, 이들은 모두 <물이나 액체 등을 뿌리다>의 뜻을 가졌다. 이 '티다'의 ''가 곧 '끼얹다'의 '끼'인 것이다. 옛말 '티다'의 '-티-'는 접미사로서 강세를 나타내었던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 티다'는 <함부로 물을 뿌리다> 정도의 뜻을 가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현대 표준말에 '끼뜨리다'라는 말이 있는데, <사방으로 퍼뜨리다>의 뜻을 가져 '소문을 끼뜨리다'처럼 쓰인다. 이 말에 보이는 '끼' 역시 '끼얹다'의 '끼'와 같은 것이다.  다만 '끼뜨리다'는 물과 같은 액체를 뿌리는 것이 아니라 소문 따위를 널리 퍼뜨리는 점에서 약간의 의미 차이가 있기는 하다.



이런 점을 보면 전라도 말 '찌클다'에 보이는 '찌'가 옛말 '티다'의 ''나 현대어 '끼얹다' 또는 '끼뜨리다' 등에 보이는 '끼'와 같은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찌'에 붙는 '클'은 무엇일까? 이것은 '티다'의 '-티-'와 마찬가지로 전라도 말의 강세 접미사이다. 따라서 '찌클다'는 <가루나 액체 따위를 함부로 뿌리다> 등의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서, 옛말의 '티다'에 그대로 대응한다고 할 수 있다.



접미사 '-클-'은 '찌클다' 외에 '미클다'나 '어클다'와 같은 전라도 말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미클다'는 '밀다'보다 미는 정도가 센 말로서, 원래는 동사 '밀다'를 포함한 '밀클다'였을 것이다. 그런데 첫 음절과 둘째 음절의 끝소리가 모두 /ㄹ/이기 때문에, 그 가운데 하나인 '밀-'의 /ㄹ/이 탈락되어 지금의 '미클다'가 되었다. '미클다'는 표준말의 '밀치다'와 뜻이 같은데, 여기에서도 우리는 전라도 말의 '-클-'과 표준말의 '-치-'가 대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어클다'는 표준말의 '엎지르다'에 대응하는데, 전라도에서는 '물 어클었다. 언능 걸레 갖고 오니라'처럼 쓰인다. '어클다'는 원래 '엎클다'에서 온 것으로서, '엎클다'의 '엎'은 '엎지르다'의 '엎'과 같은 것이다. 이 '엎'이 뒷소리에 동화되어 '엌클다'가 되고, 같은 소리 /ㅋ/이 이어 소리나는 것을 피해 '어클다'로 변하게 된 것이다.



'어클다'는 때로 '허클다'로도 쓰이는데, '허클다'는 '어클다'보다 말맛이 약간 세다. 모음 대신 /ㅎ/을 덧붙여 말맛을 세게 만드는 것은 전라도 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다. '아따'보다는 '하따'가, '아이고'보다는 '하이고'가 말맛이 더 세게 느껴지는 것도 같은 이유인데, 표준말에서도 '엉클다'와 '헝클다'에서 같은 현상이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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