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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토크
축구신동 김병장
지지리 | 2011.05.01 | 조회 5,260 | 추천 3 댓글 0


대학 졸업반 시절.

저는 남친의 양다리 중 짤린 다리가 됩니다. ㅜㅜ

정이 깊지는 않아 실연이 극심히 아프진 않았습니다만

"나도 부농부농해질테다.

너만 부농부농 할 줄 아느냐.

내게도 그럴 능력이 있다. "


라는 (쓸데없는)오기로 소개팅을 부탁하고 다녔었어요.

 

그리하여 친구의 지인의 남자친구.

그러니까 생판 남이 급하게 주선해준 모르는 사람과 만나게 됩니다.

남들보다 군대를 늦게 가시어


이제 말년휴가를 나오신다는 병장님이셨습니다.

 

첫 이미지는 나쁘지 않았어요.

오히려 음식점도 미리 알아오시는 바람에 호감이 상승.

 

음식점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다가

군인이시니 힘든 점이 많겠다는 제 말에

그는 물만난 물고기가 되십니다.

씐나셔서 군대 얘길 다다다다... 하시더라구요.

 

삽질을 하는 요령이나 별을 단 장성들의 이야기,

걸그룹의 행차로 광란이 되었다던 축제이야기.

자신이 군대에서 이루어낸 불가능의 실현.

 

처음엔 재미있게 들었어요.

전 잘 모르는 신세계잖아요.

 

제 호응과 추임새에 탄력받으신 병장님은 더 씐나서 말씀하셨어요.

 

"제가 축구 잘 한다고 말씀 안 드렸죠?

여자들은 군대얘기 싫어한다는데..

게다가 군대에서 축구한 얘긴 더 싫어한다고 하더라구요."

 

"아뇨. 전 괜찮아요. 지금 하신 얘기 다 재미있었어요."

 

. 그때까지 전 왜 여자들이 왜 군대얘길 싫어하는지 몰랐었어요.

그간 남자사람친구들에게 간혹 들어온 군대 얘기는

그렇게 질색할 이야기도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전 방심한겁니다.

 

그는 정말 환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1. 이병 때 군대에서 축구를 했는데

선임이 자신을 축구신동이라며 귀여워해줬단 이야기



2.
그 뒤 다른 연대와 축구를 했는데

다 진 게임을 자기가 역전골을 넣어 이긴 이야기



3.
비오는 날엔 공이 잘 안 나가는데도 불구하고

자기네 골대 골 앞에서 공을 찼는데 상대팀 골대에 슛! 골인!!된 이야기



4.
연대장 앞에서 축구 한 게임하고 또 자기때문에 이겼으며

연대장이 축구를 잘 한다고 칭찬해준 이야기



5.
눈 내릴 때 눈 맞아가며 축구를 하였으나

그런 악조건에서도 자신의 투지는 불타올라 또 이겼단 이야기



6.
자신이 절대 골을 넣을 수 없는 위치에서 골을 넣었는데

그 때 슛은 안쪽 발로 해야 하며 경사와 각도는... 블라블라



7.
상병달면서 축구의 신으로 등극.

수비수 3명이 자기를 전담하였으나 이렇게저렇게 제치며

또 골들을 넣으셨단 이야기



8.
전반부에서 다 지던 게임을 후반부에 자기가 투입되자마자

설욕을 하여 통쾌하게 이겼다는 얘기.



9.
축구선수로 학창시절을 보낸 후임병이 자신을 우상으로 숭배한단 얘기.

 

등등등.


 

제 머리에 해석된 내용은

군대에서 축구신동으로 활약했다는 이야기

날씨와 사람등 버전을 달리해가며 10가지 정도..--;;.

 

여자들이 왜 군대에서 축구한 얘길 싫어하는지 체험해보니 알겠더라구요.

 

여자들은 군대, 축구 또는 군대와 축구를 싫어하는게 아니라,





내가 대답할 수 없는 얘기


+


난 최고다라는 잘난 척




 상상할 수 없어서 공감조차 안됨.


 



을 싫어하는 거였더라구요
...

패널티킥과 코너킥 간신히 구분하는 저에게


발의 각도 이런 거 잘 상상 안가거든요..

 

에효. 제가 하라고 했으니 그만하라고도 못하겠고..

 

머릿 속으론

"그릏게 축구 잘하믄 프로 뛰시지. 왜 나에게 이러시나요...."

란 생각도 뭉게뭉게 피어오릅니다만

프로정신 투철한 제 얼굴은 웃어줍니다.

내가 한 짓에 대한 책임은 질 줄 아는 여자랍니다. _V

 

병장님은 아직 축구에 빠져 계시고

2차를 가지 않겠다고 굳게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래서 소개팅 음식값은 제가 계산했어요.

그래야 나중에 딴소리 들을 일도 없으니까요.

 

테이블에서 계산하고 이제 일어나야되겠다 싶을 때쯤

병장님이 자신의 미래를 설계합니다.

 


1. 부모님의 노고가 얼마나 큰지 깨달았다.

효자가 되겠다.



2.
군대에 있으니 내가 얼마나 대학생활을 대충했는지 아까웠다.

대학원에 진학하여 학식을 높이고 정말 공부도 열심히해서

스펙도 빵빵하게 쌓겠다.



3.
자격증도 따고 등록금도 알바해서 내가 벌겠다.

더 이상 부모님께 기대지 않겠다.



4.
이쁜 여자친구를 사귀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싶다.

절대로 여자친구 울릴 일은 하지 않겠다.

남자가 자기 여자를 울리다니!! 창피한 일이다.


 

이런 어른스러운 말을 뫅뫅 합니다.

책임감과 열정, 비젼이 가득해 보이는 그의 말을 듣다보니

그가 달리 보입니다.

 

경솔하게 축구얘기 좀 길게 한 걸 가지고

보석을 몰라볼 뻔한건가 싶어서 2차를 가기로 마음을 고쳐먹어요.

 

그렇게 우리는 길을 나섭니다.

길에서 지나가는 군인과 고무신커플을 마주칩니다.

병장님이 말하네요.

 

"쟤네는 얼마 안가서 헤어질거다.

남자가 아직 일병인데 상병쯤되면 다 헤어지게 되어있다.

아직도 1년도 넘게 남았다니 불쌍한 녀석. ㅋㅋㅋ

겨우 일병따위가 쪽팔리지도 않나 군복을 입고 돌아 다니다니."

 

아니... 왜 같은 군인끼리 비웃지?’

싶었으나 넘겼어요.

 

전 아직 좀전의 어른스러운 그의 말을 기억하니까요.

 

전 술을 잘 못합니다만.

그는 제가 삶을 재미없게 산다며.

삶을 즐기는 주효한 방법은 음주라며 강추합니다.

술 못 먹는 사람은 답답해 보인다며.

다 먹으면서 그렇게 핑계를 대는것이거나 권태로운 사람이래요.

그르믄서 너도 답답한 사람이냐고 저를 도발합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호프집에 앉았습니다.

나란 여자는.. 후후훗.

이렇게 쉬운 여자에요.

 

술이 한 모금 두 모금 들어가고

처음엔 저랑 속도를 맞추던 병장님은

영 제 속도가 답답했는지 고속도로마냥 쭉쭉 뻗어갑니다.

 

그리고 다시 시작된 군대이야기.

 

이번엔 버전이 좀 달라졌어요.  

 


군대가 얼마나 힘든지 아는가.

군대에서 썩은 아까운 내 청춘.

자유의 억압.


 

. 저도 어느 정도는 알아요.

 

군대가기 전엔 욕 한마디 안하던 제 바욜로지컬 브로도

군대댕겨 오고선 숫자욕을 아무렇지도 않게 남발하고

아무것도 아닌 일에 윽박지르고 분노하는 것을 목도하였으므로,

군대가 사람을 변화시킬만큼 어렵고 힘든 곳이구나..’

정도는 저도 이해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가 안쓰러웠어요.

 

다독여주었습니다

 

 

 

.

 

곧 그는 하소연을 하던 모성애유발자에서

분노한 용가리로 변신하여 내게 을 뿜어댔습니다.

 

"너는 내가 군대 가있는 동안 재미지게 놀았지.

억울하게 누군 놀고 누군 군대서 썩냐.

너도 군대가야 한다.

여자들도 다 군대가야 하는데!!

이게 무슨 남녀평등이냐.

미국은 군인 엄청 대접해준다.

우리나라만 군인을 푸대접한다.

이게 다 있는 사람은 군대 안가고 여자도 군대 안가서다!!!"

 

.... 아직 흠뻑 취한 것도 아닌데...

소주는 제가 첫잔을 아직 붙들고 있고..

한병시킨 소주도 아직 좀 있는데요.. 이제 이 분 반병쯤 잡순거죠..

그를 달래봅니다..

 

"많이 힘든거 안다.

그래도 나라위해 고생하는 거 다 알고 고마워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한층 더 숭하게 업글됩니다.

 

"너같은 여자들은 군인들 무시하고 그러지?

(X) 군인들은(X) 맨날 차이고 불쌍하다.”

 

어머....

저는 군인들 무시한 적 없는데요.

브로있는 제 입장에선


군인들은 보면 안쓰럽고 동생같고 오빠같고 하는데..

 

글구.. 아까 그 커플 비웃었던 건 잖아요.

차일거라고 저주한 것도 잖아요.

군대는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심한 곳인가봐요.

글고 왜 욕을 하고 지랄임미?

저도 슬슬 짜증이 치밉니다.

일단 달래보는데, 제가 다독일 수록 그는 더 폭발합니다.

 



 

"너 왜 군대 안갔냐. 대답해라. 당장.

너 지금 나 군인이라고 무시하냐?"

 

"지원해서 갔으면 되는 걸 왜 안갔는지 빨리 말해라.

내가 군대에서 고생하는 동안 넌 펑펑 놀았잖아.

정신상태가 글러먹어서 우리나라 여자들은 놀 줄만 알고

하는 거 없이 남자들에게 바라는 것만 많다.

돈도 남자가 다 쓰고 나라도 남자가 지키고,

결혼하면 집도 남자가 해가냐.

여자들도 이래서 다 가야 하는거다.

혹한기훈련 한 번 받아봐야 정신차린다."

 

"저기요.. 아까 밥은 내가 샀잖아요.

그리고 우리 오늘 처음 봤잖아요.

내가 병장님에게 뭘 어쨌다고 나에게 이러세요.

아까까지 군대 축구 얘기도 다 들어줬고,

여기서도 기분 상할 말은 하나도 안했어요.

군인들. 저도 고생하는거 알고 감사해요.

우리오빠도 군대 다녀와서 조금은 안다고 말했잖아요."

 

어느새 전 존댓말을 하고 있어요.




전 화나면 말 험하게 하는 사람이라

존댓말써야 그나마 예의의 수준이유지되는 여자거든요.



맞아요
.

전 화가 난겁니다. 

어디서 뺨 맞고 와서 나한테다 분풀이하는 건지!!!

 

별 근거도 없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서 모든 여자를 도매급으로

남자덕에 산다.’

남자한테 빨대 꽃고 산다.’ 이런 얘기 저는 정말 싫어요.

우리나라 여자는 다 이렇고.

어쩌고 저쩌고..

 



 

소개팅 나온 여자가 전 남친에게 상처입고,

소개팅남에게 남자들 다 쓰레기다.

나는 양다리인줄도 모르고 당했다.

내 친구는 임신한 거 말했다가 헤어졌다.

남자엄마가 안된다고 했댄다.

한국남자는 모두 마마보이에 몸만 밝힌다.


너도 그렇지?

 

라고 소개팅녀가 울분을 뿜었을 때,

무고한 소개팅남이 할 말없는 것과 비슷한거죠....

 

그런 말 하고 싶으면 그렇게 남의 덕에 사는 여자한테 가서

그 여자한테 가서 해!!!!야지요..-_-




남자 벗겨먹는 재주도 없고, 덕보는 실력도 없는,

더구나 오늘 처음 본, 밥도 사준 나를 싸잡아서

이상한 여자 만드는 거.

피해망상에 사로잡혀서 열등감 갖는 걸로 밖에 안보여요.

 

이 시점에서 제가 양다리중 한쪽다리인줄도 모르고 살면서

물색없이 퍼주고 살았던 이야기는 안해도 되겠지요. ㅜㅜ

 

그제서야 상황판단하고

이건 말로 해서 될 이야기가 아니구나 싶어서 나가려는데,


그가 제 팔을 붙잡았어요.

전 남자힘이 그렇게 쎈 줄 처음 알았어요.

내가 아무리 힘을 써도 손가락 다섯개를

못 이기더라구요.

 

그렇게 우린 다시 착석.

그는 나를 벽안쪽에 앉히고 옆에 앉아서 내가 못 나가도록 막고 있어요.

 

그리고 또 다시 시작된 군대 이야기.

아니. 차별적 발언.

 

"너네 여자들 툭하면


여자는 임신하고 남자는 군대가는거라고 하는데 그게 같냐?

여자는 임신 안해도 되잖아.


선택이 있는데 왜 그게 군대랑 같아?

그리고 열달이잖아.

그 열달동안 남편 부려먹으면서 여왕처럼 지내잖아."

 

"나는 그런거 몰라요.

남이 열달 동안 남편 부려먹는지 어떤지 난 관심 없어요.

그리고 군대와 임신은 비교자체가 불가능한

질적으로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왜 비교가 안되냐.

너네가 불리할거 같으니까 그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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