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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토크
흔한 성장통
멍때리다 | 2011.04.16 | 조회 5,561 | 추천 12 댓글 0


저요.. 이십대 초반에는 자존감이 무척 강해 보였을꺼에요..

하지만 달리 말한다면,

남들 눈에는 남자에 관심 없어 보이는 철벽녀인데

속으로는 사실 남자에게 관심도 엄청 많고

대쉬했다가 차이면 창피하니까 먼저 다가와 주시는 분만 교제하는

소극적인 여성이었던 거죠.

 

하지만 2005년 대학 졸업반인 그 당시에는

서너번의 교제를 거치고 대략적인 이성교제의 감을 잡은 상태였죠.

 

맘에 드는 상대에게 공략하기 위한

“이성에게 먹히는 나의 강점(이라 쓰지만 결국엔 "이성에게 만만하게 보이는 법")”

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고,

연애초반에는 어떻게 하고, 중반에는 어떻게 하고...

요래요래 단계별 교본까지 머릿속에 있는(줄 알고 있던) 상태였어요.

 

원래 모르는 것보다 어설프게 아는 게 무서운 것처럼,

한마디로 쥐뿔도 모르면서 근자감으로 똘똘 뭉친 상꼬맹이였지요.

 

그즈음 졸업을 못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으로 열심히 수업을 듣던 중

한 오라버니를 알게 됩니다.

 

진짜 정말 다 좋았어요. 그 당시에는요.

2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눠보고

말투, 목소리, 외모, 그냥 사람에 대한 느낌이 참 좋다라고 생각했어요.

 

이제부터 그 오빠를 준수남이라고 부릅니다.

준수남은 손에 낀 커플링도 없고...

주말에 뭐해요...?” 라는 저의 질문에.

그냥 도서관 다녀.” 합니다.

 

그 오라버니가 제법 마음에 들었던 저는

만만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열심히 웃고 문자도 보내보고, 밥사달라고 잉잉거리고 그랬어요.

 

준수남은 답장도 성실히 보내주고, 제게 밥도 사주었지만

먼저 뭘 하자고 적극적으로 반응하지는 않더라구요.

 

그래서 역시 저 혼자(=상처받지 않기 위해)

그는 나에게 충분히 반하지 않았다.”

결론 내리고 맘을 접으려고 하는 찰나.

 

준수남에게 3년 넘게 사귄 여친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오빠 여친 있었냐?”는 물음에

그는 그렇다.”며 멋쩍게 대답하더라구요.

 

그 다음날부터 그의 손가락에는 커플링이 끼워져 있었습니다.

그동안 그렇게 여러 번 단둘이 밥을(=밥뿐이었지만) 먹었는데

여친있다는 사실을 얘기하지 않은 것은 일부러 안한 것이겠지만,


그저 심증일 뿐이었죠.

 

그렇게 그와의 인연은 물음표를 남긴 채 끝이 납니다.

 

그의 심중이 궁금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그것을 안들, 여친있는 남자에게 뭘 어쩌겠습니까?

그는 그저 아는 학교선배로 남습니다.

 



 

시간은 점프하여.

2007.

 

그 당시 저는 소개팅으로 만난 남친과

2년째 사귀고 있는 직장인이었습니다.

 

사실 설레이는 사랑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성격이 너무 잘 맞고, 편하고, 재미 있었어요.

말그대로 죽이 잘 맞는 친구였어요.

 

하지만 2년을 만나고 나니,

결혼을 생각할 시기가 다가오니 생각이 많아졌어요.

 

가끔 그가 저 몰래 놀러 다니다가 들키기도 하구요.

관계는 조금싹 소원해지는가 싶고..

이 사람이 나를 진짜 사랑하는가?”에 자신도 없었구요.

“이 사람이 나의 마지막 사랑인가?” 에 스스로 답을 내놓지도 못했습니다.

 

“한 1-2년 사귀다가 이 사람이 나한테 헤어지자고 하면

난 과년한 노처녀로 버려지는 거겠지?? “

부정적인 상상의 나래도 활짝 펼쳐봅니다.

 



 

그리고 그때.

졸업반 당시 좋아했던 준수남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완전 잊고 있었는데... 너무 놀랬어요.

한편으로는 반가웠구요.

 

그는 밥한끼 먹고 싶다고 근황을 전해왔고,

저는 나가기로 했습니다.

 

남자친구에게는 대학친구만나러 간다고 했는데.

자세한 건 물어보지도 않더라구요.

(묻지도 않은 것을 줄줄 이야기할만큼.


제 마음이 그를 곱게 봐주지 않았던거지요..)

 

어쨌든 전, 준수남을 만나러 갑니다.

 

만나서 밥을 먹으며 어떤 일을 하고 사는지 등을 서로 물어봅니다.

그러다가 그 오빠가 갑자기

“예전에 너에게 호감이 있었다.”라고 얘기하더라구요.

 

일부러 여친있는 거 말안했던 것이 맞고,

본인도 가끔 제게 호감을 표시했는데,

그게 티가 나서 제가 눈치챌까봐 조마조마했다고.

지금은 그 여친과 헤어진 상태고..

그 여친은 별로 였다며 블라블라...

 

그 말에 기뻤어요.

 

권태기였지만 남자친구가 있는 마당에

이 오빠랑 지금 잘되려는 마음은 정말 없었구요.

나 혼자만의 초라하고 구질한 짝사랑이 아니었다는 게

조금 흐뭇한 정도였어요.

 

머랄까 아름다운 추억같은 거 있잖아요.



영화 러브레터에서 보면

동명이인인 남자아이가 자신의 초상화를 몰래 그린 거를 알게 되잖아요.

동명이인이라 놀림 받아서 나를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어른이 되어서 좋은 감정을 품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거요...

 

 

이 날의 만남은 그때 그냥 훈훈하게 그렇게 마무리 되었어야 했습니다. .

 







 

흐믓한 마음에 나도 호감있었다.”고 표현했어요.

서로 좋아했었지만 표현못했던. 그런 아련한 낭만이자 추억으로 얘기한 거였어요.

 

그런데 그 오빠가 눈빛을 반짝거리더니

너무 기쁘다면서 자기랑 만나보자고 합니다.

 

오빠 저 남친있는 거 모르세요?”라고 물었습니다.

그 오빠는 놀라면서 사실 저의 미니홈피 자주 들어와서 보는데

미니홈피의 분위기 상 없는 줄 알았답니다.

 

티를 안낸 것은 사실이에요.

이름만 1촌일 뿐 습자지 같이 얇은 친분의 사람들에게

남친의 얼굴까지 공개하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준수남은 남친에 대해서 꼬치꼬치 캐묻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질문..

“그 사람이 널 많이 사랑하니...?”

 

자신없던 저는 고개를 떨구었죠.

 

..

이 사람이 절 많이 사랑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두렵고 자신 없었습니다.

저를 사랑한다고는 얘기해준 적이 없었어요.

게다가 그때는 저에게 소홀하고 있던 때였구요.

 

준수남 오빠는 대답을 머뭇거리는 절보면서,

이때다 싶었는지 저에게 "헤어지라."고 설득을 시작합니다.

 

그는 널 사랑하지 않고 이미 끝난 것과 다름없다.”

어차피 헤어지는 과도기일뿐

정리만 남은 사이

  

그리고 준수남이 제 손을 잡고,

살짝 입을 맞추는데 솔직히 싫지는 않았습니다.

 

이러면 안된다는 것을 알았지만 술기운과 더불어

2년전 "잃어버렸던 진짜 인연을 이제야 찾았다."

착각의 힘을 빌어서 거부하지 않았습니다.

 

예전에 호감이 있었고

그때의 그 사람에 대한 좋은 느낌도 그대로 였거든요.


설명은 좀 힘들지만, 막 남자로 좋았다기보다는, 좋은 사람이란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자신과 사귀자면서 더욱 하게 다가오길래,

그것은 stop.

너무 저돌적이다 싶어서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와버렸습니다.

 

택시안에서 핸드폰을 열어봤는데

남친 이 시키는 뭘하는 지 문자하나 전화통도 없더라구요.

전화할까하다가 어차피 궁금하지도 않을 텐데...’

핸드폰을 닫았습니다.

 

그날 이후부터 준수남한테서 전화와 문자가 번갈아가면서 왔어요.

"남친 헤어지고 나한테 와라."

"한 번에 헤어지기 힘들면 시간을 줄께."

"넌 진짜 괜찮은 여자다. 그런 가치를 인정해줄 수 있는 나에게 와라."

 

하지만 만나지는 않았어요.

준수남이 너무 저돌적으로 나올까봐 겁났고

강하게 거부하기 싫어질까 겁났습니다

 

저는 결국 남자친구에게 "헤어지자."고 했습니다.

권태기이기는 했지만

이 남자가 싫어져서 헤어지려는 것은 아니었어요.



그냥
"양심의 가책없이 준수남을 만나고 싶었다."는 생각이 강했죠.

근데 차마 "딴 놈에게 갈 거다."라고 말은 못하겠더라구요.

그저 늘 싸우던 문제를 핑계 삼았습니다.

 

"그러자."

그의 대답.

그는 한번 절 잡지도 않았어요.

제가 이별을 말하기를 기다린 사람 같았습니다.

그가 많이 슬퍼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쿨한 반응"

이상하게 마음이 허탈하기까지 하더라구요.

 

그리고준수남에게 연락하여 남친과 헤어졌다고 알렸습니다.

그 다음날 데이트를 하며 그와 만나기로 합니다.

그리고 정식으로 사귀기로 한거죠.

 

그리고 3일후..

 

헤어진 남친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집 앞이니 나오라."

나갔습니다.

 

3일 사이 수척해진 얼굴로

"네가 연락할 줄 알았다."

"이 세상에 너만큼 나에 대해 잘 아는 여자는 없다."

"네가 헤어진 이유... 내가 고칠께.

결혼하자.. 다음주에 우리 부모님 만나자."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그 순간 전

제가 매우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의 슬픈 얼굴을 보니까 너무 맘이 아픈거에요.

나도 그를 "사랑한다."는 생각이 퍼뜩든 것이 그 순간이었습니다.

 

친구같이 편하게 지낸 연인이지만

그가 정말 나를 각별하게 생각했다는 것을 그날 밤에야 알았어요.

저 역시도 그를 각별하게 생각했다는 것을 알았어요.

 

하지만.. 차마 그 모든 것을 돌릴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것을 돌리기 위해서는

"남친 있는데도 다가온 준수남"에게

마음이 갑자기 바뀌었다고 이별을 고해야 했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남자친구에게 솔직하게

준수남의 존재를 밝히고 용서를 빌어야 하는 거라 생각했어요.

 

이야기를 다 듣고도 날 사랑할 수 있을까?”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그냥 그를 보면서 미안하다고 펑펑 울었습니다.

 

그렇게 남친과도 완전히 헤어지고

준수남이 연락을 해오는데.. 이상하게 맘이 안생기는 거에요.

사귀기로 하면서 본격적인 데이트를 시작했으나, 여전했습니다.

 

여차저차해서 준수남과 저는 1달 만에 깨빡이 납니다.

과정은 생략할께요.

둘 다 서로의 기대에 못미쳤었던 게지요.

 

진짜 혼자가 되고 나니

내가 딴 사람에게 마음이 있어서 헤어진 줄도 모르고 있을

헤어진 남친이 생각나더라구요.

 

염치없이 다시 만나고 싶다고 얘기는 못할 것 같았어요.

하지만 그냥 궁금하고..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먹먹하고 터질 것 같아서

목소리라도 들으면 어떨까 싶어서 전화를 걸었어요.

번호를 바꿨더군요.. 연락이 닿지 않았어요..

 

그리고 2달 후...

그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바뀐 번호가 찍혀있는 문자가 온거에요.

 

그 문자를 보니 살 것 같더라구요.

그 번호로 전화했지만 그는 받지 않았습니다.


일부러 받지 않는 것같았어요..

제가 계속 연락해서 며칠만에 통화가 됐고. 우린 만났습니다.

 

차마 다시 만나자는 얘기는 못했지만

제 절박한 눈빛에 그는 눈치를 챈 것같았습니다.



"
너에게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어요.

영화보면서 눈물한방울 흘리지 않는 저인데

그 말은 듣는 순간 미친듯이 울었습니다.

 

그는 술을 들이키더라구요.

많이 취하자 또 말합니다.

"사실은 만나는 사람이 있다."

"그래도 너만한 여자는 만나기 어려울 것을 안다.

넌 특별했다.

만약에 우리가 다시 만난다 한들

넌 나같은 새키한테 만족하며 살 수 있겠냐?"

 

당신은 좋은 남자라고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진심이었구요.

그리고 많이 미안했습니다.

 

제가 이별의 핑계로 댔던 여러 이야기들을

그는 맘 속에 담아두고 있었던 거죠.

 

그날 술에 많이 취한 그와 저는 같이 밤을 보냅니다.

그 밤동안 저는 그가 했던 말을 다 기억하고 있어요.

글로 다 표현하기 힘들지만,

그가 나와 꿈꿨""던 미래...

그가 저로 인해 얼마나 상처받았었는지... 등등



그렇게 같이 밤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그가 제게 돌아온 것이 아니었죠. 

그는 "시간을 달라."고 했어요.



시간을 달라...



아무리 우리가 연인이었고 많은 밤을 함께 보낸 사이이긴 했지만
,

다시 함께 하게 된 남자에게 들은

기다리라.”는 말은 너무 잔인하게 느껴졌어요.

지금은 어느 정도 그 심정을 이해합니다.

 

또한진실을 말하지 못한 양심의 가책이 여전히 저를 짓눌렀습니다.

그에게 이 사실을 말해야 하나로 정말 많은 고민을 했지요.

하지만 차마 말할 수 없었구요.

전 그에게 "그만 하겠다."라고 말합니다.

그는 좀 황당해했지만 순순히 알았다고 이야기했구요.

 

그냥 그 당시에는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어요.



그의 앞에서 진실을 마주할 용기가 안나서 도망친 걸 수도 있구요
.

뒤늦게나마 많이 사랑했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과

안좋은 사이로 끝나는 것이 두려웠을 수도 있구요.

그의 희망고문이 끝나지 않을까봐 두려워서일 수도 있구요...

나 같은 여자보다는 더 좋은 사람 만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구요.

아무튼 그랬습니다.

 

혹시라도 연락하고 싶어질까봐

모든 커뮤니티탈퇴, 번호영구삭제는 물론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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