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동영상 포인트
공지 [필독]회원등급 확인 및 기준, 등급조정 신청 방법 안..
자유토크
빈손남
씩씨기 | 2011.04.09 | 조회 7,967 | 추천 7 댓글 0


제 친구의 과선배였던 그 남자와는 한참전에 두어번 정도 마주쳐

안면은 있는 상태였지만 연락처는 모르는 사이였어요.

처음 본 날을 기준으로 한 3년정도 지난 어느날.

오랜만에 친구랑 함께 몇번 더 만날 일이 있었는데,

갑자기 제 친구에게 봉봉이()의 번호를 내놓아라 그렇지 않으면 구워서 먹으리.”

하며 저에게 본격 작업을 들어오셨죠.

 

너의 똥머리가 귀여워.”

오 마이 레이디. 자꾸 보니 너 이뻐.”

등등의 드립은 저에게 제대로 먹혔습니다.



전 제가 키 큰 사람 좋아하는 줄 알았어요
.

근데 이 사람은 170도 한참 안되는데

거 참 이상하게 끌리더라구요..

저희는 순조롭게 깨볶깨볶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그는 학생, 저는 이직중이라 넉넉치 못한 형편에,

호화 데이트 따위는 꿈도 못 꿨지만 진짜 행복했어요.

난 널 사랑하고 넌 날 사랑했으니까!!

ㅋㅋㅋㅋ

 

저희가 사귄 지도 100일이 되었습니다.

나이 들어 이런 기념일 따우 챙기고 살아야 되나 싶긴 했는데,

평소 남친이 늘 쓰고 다니던 낡은 모자가 맘에 걸려서 모자를 샀고,

그것으론 약소할 것 같아 좋다고 얘기하던 향수도 샀습니다.

선물사면서 완전 즐거웠어요.

그거 받고 분명 좋아할 거니까!

바리바리 사들고 약속장소로 갔어요.

 

어라? 남친은 빈손이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괜찮아요!

난 널 사랑하고 넌 날 사랑했으니까!!

ㅋㅋㅋㅋ

 

백일 후에도 남친과 저는 다시 분홍분홍... (이었다고 믿을래요. ㅋㅋ ㅜㅜ)

그리고 곧 코스모스 학기로 남친이 졸업을 했고,

그 달말에는 그의 대학원 입학 시험이 있었어요.

이때쯤.. 남친은 저에게 조금씩 히스테리(=유세)를 부리기 시작합디다.

연락하는 것으로다가 닦달하지 말라..

공부해야 한다..

누가 하지 말랍디까.. ㅋㅋ



공부한대서 간식사들고 서프라이즈 도서관 찾아갔더니
,

친구들이랑 놀고 자빠졌고,

열람실 자리 앉아서 게임하고 있고 등등의 전과가 화려한데,

[공부하는데] 연락하는 걸로 쪼았다고 질할질할..

 

홀언니 저요.

전에 '잔혹연애사'사연 올리신 자매님(바로가기 뿅! [황망한연애담] 잔혹연애사(3)완결)

만큼 내 안에 지랄이를 품고 사는 성격이거든요.

저는 남친이랑 캥거루 스테키집 가서 음식 주문해놓고 싸우다

스프만 먹고 나온 적도 있어요..

나오면서 계단에서 지갑이며 핸드폰이며 광속 광파워로 내던진 적도 있구요.

舊舊舊 남친이랑은 카페에서 싸우다가 너 잠깐 있어봐.” 하고

남친만 카페에 혼자 두고 저만 집에 온 적도 있고...

암튼 저도 한욱!!하는 성격인데요.

근데 공부한다.” “협조해라.” “질할 좀 하지 마라.” 하니 참았습니다.

나이도 먹었고 좀 참아주는 게 미덕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거든요.

 

암튼! 남친의 수험유세가 극에 달하던 대학원 시험 전날,

이벤트의 황제이신 저의 부친께서 백화점에 친히 방문하시어

찹쌀떡세트를 구매하셔서는 남친이 사는 동네까지 비를 뚫고 오신거에요.

그때 저희는 데이트 중이었어요.

그때까지는 부모님과 남친이 대면한 적이 없어서

제가 중간에서 찹쌀떡을 받아 남친에게 전달했습니다. 

감사하다고 전해드려.” 라는 말을 끝으로

그는 대학원 시험에서 장렬히... 낙방합니다.

 

그러다 돌아온 200.

친구들이랑 머리식힐 겸 해외여행을 간다네요?

그래 갔다오렴. 가서 머리 잘 식히고 오렴. 우뜌뜌뜌뜌뜌뜌 해줬어요.

물론 선물쪼가리 같은 건 없었죠.

괜찮았어요!!! ㅋㅋㅋ

난 널 사랑하고 넌 날 사랑했으니까!!!

 

시간은 흘러 제 생일이 돌아옵니다.

그르쵸. 그는 빈손입니다.

생일축하 쪽지한장 없습니다.

하다못해 축하하는 척도 없습니다.

그의 설명은

"우리집은 생일챙기는 개념이 없다. 그냥 미역국 먹는 날이다.

그리고 오늘은 나의 면접일이니 네가 이해를 해다오." 였습니다.

 

그래도 그렇지, 그날은 제 생일이기도 하지만,

식사자리에서 저희 부모님과 정식으로 대면하는 자리였는데요..

ㅋㅋ 안개꽃 한송이 안들고 왔더라구요.

 

남친의 생일에 케익은 괜히 만들어 바쳤나봅니다.

아까워라.

 

시간은 지나 새해를 맞이합니다.

그 사이에 저는 (업종의 특성상) 이직률, 취업률, 퇴사율이 굉장히 높은 회사에

쉽게 다시 취업을 했고,

대기업만 노리다 취업이 안돼서 전전긍긍하던 남친은 보험사 인턴으로 들어갔어요.

 

몇 포인트 이상 달성해야 수료증이 나오는 보험회사 인턴인데,

우리 부모님은 보험가입을 탐탁치 않아하신다..

나 보험실적 어디서 가서 채우냐..”

물먹은 이불솜마냥 축 쳐져서는 저에게 한탄, 걱정..

 

.. 이 오십니까?

전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호구+er 의 길로 들어섭니다.

 

"니껀 보험 평가점수가 낮으니까

너희 부모님이 하나씩 들어주시면 좋은데...

아 너희 삼촌댁은 식구가 많으니까

식구수대로 하나씩만 들어주시면 인데."

 

결국 삼촌댁은 컷하고 저랑 아빠가 보험을 들어줬어요.

분명 필요한 서류에 아버지 연락처가 있었을 텐데도

보험 가입 완료되고도 고갱님~ 소정의 선물입니다!”는 고사하고

감사합니다.” 따위의 문자 한통이 없더라구요.

이때 눈치를 챘었어야 했는데.. 아놔. ㅋㅋㅋ

 

연수때 등산간다고 우리아빠 등산화도 빌려갔었는데

신고 나서는 제 편에 돌려보내며 잘 신었어!”

. -_-

직접 갖다 드리고 잘 신었습니다.” 해야 되는게 아닌가 싶은 건

저의 기대수준이 유난히 높은 탓이 겠지요...

 

그렇게 두달인가?

인턴생활도 때려치웁니다.

 

그 후로도 저희 부모님이 식사 초대를 몇 번 더 하셔서

남친은 저희 집 방문을 했지만 언제나 빈손.

 

그냥 친구 집 갈 때도 보통 빈손으로 안가지 않나요?

하물며 여자친구 집에 초대받아 오면서 어떻게 사이다 한병을 안 사오는지.. .

언제나 핑계는

"인턴비 뻔한데 나 방세내고 공과금내고 그러다 보면 진짜 돈이 없어.." 하는 짜증.

부모님보기 민망했던 저는 제 돈으로 케익 사서 들려주며

이거 오빠가 산거야!” 합니다.

쓰면서 보니 제가 더 등신같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엄만 자취하는 그 놈 먹이라고기에 반찬에 과일에 떡에

제 편으로 엄청 싸다 보내주기도 하셨지요.

하지만 이 놈은 말로도 보답이라는 게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직접 말하면 청구서 받는 줄 아나봐요.

 

남친은 상반기 공채서도 쓴맛을 보고

다시 인턴을 전전하다 수시채용을 이용해 모 대기업에 합격했어요.

 

두둥!

미친듯이 기뻐해줬습니다. 맘고생 하던 거 아니까요.

이제 좀 맘편하게 연애할 수 있겠구나.’ 진짜 좋았어요

 

그의 첫 월급날.

외아들이였던 남친은 (본인)부모님한테 그동안 받기만 했다며

이번 월급은 부모님께 다 쓰고 싶다고 했어요.

그래라 했습니다. 저한테도 우리 부모님은 1순위니까요.

 

부모님 선물을 사면서 저한테도 운동화 한켤레를 사주더라구요. 고마웠죠.

부모님 선물을 사면서

"너희 부모님께는 내가 두번째 월급을 타면 은혜를 갚으마!" 라고 말을 해주길래,

... 그동안 돈이 정말 없어서 그랬나보다..

마음이 이쁘기도 하지...’

 

 

라고 생각한 내가 등신이지. ㅋㅋ

 

두번째 월급 탔는데 감감 무소식이더라구요.

제가 나서서 네 이놈! 왜 우리 부모의 선물은 약속대로 내놓지 않는 것이냐!?”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두번째 월급을 탔으니 난 시계를 사야하겠다!” 라는

그 놈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어요.

혹시 잊어버렸나 싶어 "근뎅... 우리 엄빠 선물은...?" 해 봤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 맞다.."  

.

 

이 놈은 그냥 지나가는 말로다가

네 부모에게 내가 은혜를 갚겠다 한건가봐요..

경제적인걸 떠나서 그냥 예의가 없었던 놈 같아요.

 

할부랑 뭐랑뭐랑 또 핑계를 대더니 돈 없다,

벌어봤자 쓸 돈이 없다블라블라









얘기끝에 우리가 간 곳은 사과가게
.

 

 







떡하니 아이패드를 일시불로 지르네요
?



(
.. 너 돈 없다며..)

 

제 생일엔 자기가 다니는 회사 화장품 사준다고 큰소리 떵떵 치길래,

저렴한 기초셋트 골랐더니

임직원몰에서 스크래치 상품으로 사다주더라구요..

집에 와서 열어보니 뚜껑에 이가 나가있었죠..

 

그러던 중 저의 직장 생활은 몹시 고됐고,

평생 직업으로는 아닌 것같다는 생각에 전직을 목표로 퇴사를 하게 됩니다.



어린 나이가 아니라서 걱정도 부담도 많이 되었지만

안정된 미래를 위해서는 감수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부모님도 제 뜻에 찬성해주셨구요.

 

그리고 직장인이 된 남친은 연락의 빈도가 현저히 낮아집니다.

뭐 백수일 때에 비해 바쁜거야 당연하니 이해했어요.

업무시간중에 연락안되고 그러는거 그럴 수 있다 이해했어요.

 

남친은 2주짜리 연수를 갑니다.

연수 들어가기 전전날 밤 문자가 오네요.

"봉봉아 나 짐 넣어갈 큰 가방이 없는데 집에 혹시 가방있어?"

 

필요할때만 연락이 잘 되는걸 쫌 더 빨리 인식했어야 했나요...ㅋㅋ

전 무촉등신이 된 채 남친의 농락월드에 빠져듭니다.

"응 있어. 내일 회사로 갖다줄게."

등신같은 년

 

 

이 접니다... ㅋㅋ

 

다음날 전 큰 가방을 끌고 전철을 타고 남친의 회사까지 기어갔어요. ㅋㅋ

그리고 그 새키는 제가 빌려준 가방을 들고 눈누난나 연수에 들어갔겠죠..

연수원에 들어가고 하루이틀.. 사나흘은 연락이 잘 되더니 어느날 .

문자 몇개보내면 답문하나 오는가 싶더니 또 뚝.

그렇게 해외견학포함 쭈욱 연락이 안되더라구요.

 

그 전부터 슬슬 -한 촉이 와서

.. 이제 정리할땐가? 아니면 이게 남들이 말하는 권태긴가?

극복만 잘 하면 되나?’

(저 혼자서--;;) 아주 혼란스러웠습니다. 

 

혼자 앓다가 진지하게 얘기 좀 할라치면,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이상한 소리 하지 말라는 둥

진지한 대화는 개뿔, 일상적인 대화 할 시간도 없었지요.

 

다음날 제가 점심이나 같이 먹자고 연락을 했더니,




ㄴㄴ



라고 답문을 보냈던 그 새키..


ㅋㅋ

너 이 새키 연수원에서 뭔 일 있던거냐? ㅋㅋ

 

그리고 간만에 만나 밥부터 먹자고 식당에 들어갔는데

다짜고짜 그 놈이 저에게 하는 말.

 

"그래서 너 언제 취업할건데?

너 어린 나이 아니야.

네가 아직 사회의 냉혹한 현실을 모른다.

됐다. 밥이나 먹자."

 

어머. 엊그제 취업한 놈이 별 훈계를 다해요. ㅋㅋ

 

저는 대학 4년을 스트레이트로 졸업했고 졸업 후에 바로 일을 시작해서

쉰 적이 없는 사람이거든요.

이제 입사한지 두어달도 안된 수습 비린내 나는 놈이 어디다 대고..

안정된 미래를 위해 내가 내 힘쏟아가며 열심히 살겠다는데

뭔 산통깨는 멍멍이 소린지..

 

그렇게 꾸질꾸질한 기분으로 밥을 먹고,

이 새키가 빌려갔던 가방은

물론 제 손으로 집까지 끌고 옵니다.;;

 

. 연수중에 잠시 해외로 견학간 (돈 없다던) 그 놈은

50만원짜리 시계를 떡하니 차고 나와서는

면세에서 싸게 샀다며 자랑질까지 하더라구요.

돈이 없어서 우리 엄마아빠한테는
7
추천

반대
0
카카오톡 공유 보내기 버튼
댓글쓰기
최신순 추천순
* 가 *로 시작되는 경상도 사투리 (0)
사이사이 | 조회 13,428 | 추천 147 | 04.02
[전라도사투리] 많이쓰이는 사투리.... (2)
여우랑 | 조회 15,005 | 추천 81 | 04.02
제주도 사투리 수수께끼 모음(2) (0)
사이사이 | 조회 10,701 | 추천 71 | 04.02
서른의 고민 (0)
아 정말 | 조회 7,024 | 추천 8 | 04.02
자로 오이소 (0)
이쁜걸 | 조회 11,086 | 추천 106 | 04.01
[전라도사투리] 우리지역 여수 방언 (1)
저고리 | 조회 16,326 | 추천 79 | 04.01
제주도 사투리 수수께끼 모음(1) (0)
사이사이 | 조회 10,385 | 추천 53 | 04.01
서른의 고민Ⅱ (0)
달마 | 조회 5,505 | 추천 10 | 04.01
기신 씨나락 까묵는 소리의 유래 (0)
와우 | 조회 10,155 | 추천 131 | 03.22
[전라도 사투리] ** 이거 해석 가.. (0)
와우 | 조회 13,880 | 추천 91 | 03.22
명절. (0)
<**~~> | 조회 8,890 | 추천 101 | 03.22
날 키운 것의 팔할 (0)
민들레 | 조회 4,433 | 추천 4 | 03.22
경상도말 호칭 및 인칭 용어 (3)
깨구락지 | 조회 13,940 | 추천 123 | 03.21
(전라도사투리) 민학가 사투리 버전 (1)
사고나 | 조회 14,445 | 추천 133 | 03.21
많이 쓰는 제주도 사투리... (0)
유라슈 | 조회 10,018 | 추천 101 | 03.21
잘부탁해! 남친! (0)
뭐라까? | 조회 4,539 | 추천 7 | 03.21
경상도말 일상 생활 용어 (0)
영영후~ | 조회 11,844 | 추천 117 | 03.20
[ 전라도 사투리 ] 아따 !! 날씨.. (0)
고마하쇼 | 조회 12,145 | 추천 90 | 03.20
제주도..고향말..! 잘 모르겠네.... (2)
소근소근 | 조회 11,177 | 추천 119 | 03.20
경상도말 동물 명칭 용어 (1)
어서오라지 | 조회 11,419 | 추천 140 | 03.17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