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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토크 | ||||||
날 키운 것의 팔할 민들레 | 2011.03.22 | 조회 4,454 | 추천 4 댓글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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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자에게 많이 당하고 살았었어요
여중, 여고를 다녀 남자에 대한 기대가 컸던건지..
연애가 뭐하는 건지.. 사귀는 게 어떤건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시작한 첫 연애부터 꼬이기 시작했지요.
대학때 씨씨였던 남자는 4년 내내 사귀었음에도
절 내버려두고 종일 동아리활동만 하거나..
다른 여자 집 앞에 찾아가거나..
친구 커플이랑 다른 여자(제 동기)와함께 2:2로 여행을 가기도 하는 사람이었어요..
그때부터 속이 썩어갔나봐요.. 우유부단하고 여자가 많은 아이였죠.
우유부단하고 여자가 많은 남자와 만난다는 건..
왕따를 감수하고 외롭게 살 각오가 되어있어야만 할 수 있던 건가봐요.
유일한 내 편인 남친이 내 편이 아니었으니..
저는 그때 참 힘들었어요.
스물일곱이 되고 만난 공무원이었던 오빠는,
저와 만난지 세번만에 결혼을 전제로 진지하게 만나자해서 사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알고 보니 8년동안 사귀고 있는 여자친구가 있었더라구요..
그는 이렇게 변명을 했어요.
"30대는 다 그렇게 연애해. 이건 나쁜게 아니야...."
30대들의 사랑이 정말 다 이런걸까.. 충격을 많이 받았었어요.
전 이 남자랑 결혼하는 건 줄 알았거든요..
그는 몇 달만에 더 어리고 예쁜 공무원 여자아이에게 갔어요.
그런데 제가 그 연애에 영향을 많이 받게 되었나봐요..
'30대엔 누구나 그럴 수 있구나...'하고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공무원오빠를 만날 무렵에 알게 된 다른 오빠한분이 있었는데
1년반동안 절 좋아해주셨어요.
이 오빠는 오랫동안 절 따라다녔고
제게 돈을 아끼지 않았어요. 스킨십도 조심스러워했고요.
만나면 굉장히 잘했고 자상했어요.
핸드폰이 늘 잠겨있고, 주말에 가끔 연락이 안됐지만.
의심할 수 없었어요. 그만큼 잘 했으니깐.
결혼을 전제로 만나자고 했던 그는 양다리였습니다.
제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순진한 모습이 그의 진짜라고 생각했었나봐요.
거짓말도 할 줄 모르고 진심만 얘기하는 사람이라 생각했었나봐요.
제 얘기도 잘 들어주고.. 잘해줘서 믿었어요...
이 사람이 저랑 의대생 여자아이 사이에서 양다리였다는 걸 알고 헤어졌지만,
제 가치관이 한층 더 많이 바뀌게 된 것 같아요.
사람에 대한 믿음이 없어졌어요.
근데요...
제가 이제 여러 사람을 동시에 만나니깐 알겠어요.
있잖아요... 두 사람을 동시에 만나면 상대에게 돈을 아끼지 않게 돼요.
미안한 마음도 있거든요.
스킨십을 안해도 딴데가서 하면 되니 불평하지 않게 되고
만나면 굉장히 너그러워지더라구요.
평소엔 신경 안쓰고 사니 상대를 연락으로 닦달할 일도 없고..
다른 사람이 더 있으니, 따라다니는 것도 조급하지 않게 할 수 있었던 마음도 이해해요.
신경을 끄고 살다보니, 만나기 직전이라도 좀 챙겨보자 싶어,
이것저것 맛집도 알아보게 되고요.
나란 사람이 자상해져요.
그리고, 평소 핸드폰에 비밀번호를 걸어놓았던 것이.
가끔 전화가 꺼져있던 것이.
자꾸 네비에 다른 지역이 찍혔던 것이.
그러면서도 나만 의심병환자로 몰았던 것이.
같이 있을 때면 핸드폰을 멀찍이 던져 놓았던 것이.
핸드폰보려고 하면 싫어했던 것이.
모두 이해가 돼요. 이제야.
감자언니.
전 지금 사귀지도 않은 채 여러명의 남자와 연락하고 있어요.
근데도 그들은 다 제가 다른 여자랑 다르게 배려심있고 착한 여자라고 말해요.
이렇게 착한 여자 처음본대요.
이상형이래요.
본인들이 생각해도 매너없는 행동을 실수해도 화를 안내는 게 신기하대요.
이런게 개념녀래요.
휴... 전 배려심 있는 게 아니에요..
그들에게 관심이 없어서 나쁜 것도 그냥 넘기고,
즐기려고 만나는 것이니, 돈도 함께 쓰고, 찌뿌리기 싫어 웃어 넘길 뿐이에요.
나랑 상관없는 사람이니까요..
잘못한 거 지적 같은 거 안해요.
그런 노력을 내가 왜 해주겠어요.
아니다 싶으면 끊으면 그만인데요..
전 남자를 진지하게 만날 마음이 없어요.
제 안목을 믿을 수가 없거든요.
또 사람을 믿었을 때 닥칠지 모르는 상처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요.
그리고 사랑받을 자신도 없고...
누가 나와 진지하게 만나줄 것 같지 않아요.
이렇게 남대하듯 하면 다들 좋아해주니, 이게 잘하는 건가... 이젠 진지한 사랑얘기가 나오면 제가 더 헷갈려요...
사람을 믿고 싶은데요, 자신이 없어요..
그리고 제게 다가오는 남자분들에게도 미안하긴하지만..
한가지 다행인건 그들도 재고 있는 중인 것 같아요.
아니면 사귀는 줄 아는걸까요..?
몇달째 사귀자는 말도 없고... 그냥 만나고 있어요.
다행인 게 아닌건가...
그냥 그 남자들에게 똑같이 굴고 싶었어요.
나 참 못됐어요.
사연을 두번씩읽으니 언니랑 더 친해진 느낌이에요.
지금 맘이 많이 편해졌어요.
지금 밖에 눈이 오는데...
신경림의 가난한 사랑 노래가 생각나요.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언니야, 사실 우리 아빤 나쁜 아빠 종합 선물세트예요.
어쩌면 엄마팔자를 닮아서
제가 이렇게 나쁜 남자들만 만난건 아닌가 싶어요.
우리아빤요, 술도 도박도 여자도 폭력도 무능력함도...
모두 갖춘 완벽한 사람이거든요.
아빠가 너무 무서웠어요.
스물아홉.
너무 세상을 많이 알아버린걸까요..
전 그동안 성추행도 많이 당했고 납치미수도 성폭행미수도 있었고,
얼마전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연쇄살인범도 마주쳤었어요.
많은 시련이 나를 성장시켜주리라 믿었어요. 그치만. 너무 지쳐요.
너무 많은 시련은 저를 쓰러지게 하네요.
생활도. 사랑도. 일도. 자신이 없어요.
우리 엄마처럼 살면 안되는데 ...
난 장녀인데 ...
돈 벌어야하는데 ...
이런 책임감들이 오늘도 저를 눌러요.
또 아침이네요.
이런 말 꺼낼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아, 참 말씀드리고 싶어요.
자기 성격을 감추고 상대에게 맞춰준다는 건
상대에게 관심이 없는걸 뜻하기도 해요.
잔소리 하지 않는 다는 건 상관이 없는 걸 뜻하기도 하구요.
'천사같은 성격에 꿈에 바라던 이상형'을 만났다면
그 이상형은 상대를 좋아하는 게 아닐 수 있어요..
그냥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상대가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세상엔 저같은 사람도 많이 있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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