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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토크
잘부탁해! 남친!
뭐라까? | 2011.03.21 | 조회 4,562 | 추천 7 댓글 0


때는 여름.. 2009년이었지요.

당시 저는 수험생이었고, 2차 시험을 준비하느라 심신이 지쳐있는 상태였습니다.

유예수험생으로서의 기회였기에 절박했던 상황이었고,

(유예 - 1차를 합격하고 2차를 한번 떨어진 상태로 바로 다음 시험은 2차만 봐도 되지만,

또 떨어지면 1차부터 다시 시작해야함.),

외로움이란 감정도 덩달아 춤을 추던 시기였던 거 같아요.

 

시험을 두달여 남겨 놓은 봄날, 학교도서관에서 공부하는데,

옆자리에 정말 너무 열심히 공부하는 아리따운 여자사람이 눈에 띄는 거에요.

안면은 있었는데 대화를 나눈 적은 없었던 아는 후배의 친구란 건 알고 있었어요.

전 무언가 열심히 하는 사람한테 호감을 느끼는데

그녀는 외모마저 훌륭했거든요.

시험이 얼마 안 남은 상태에서 이성적 판단을 뒤로 한 채


저는 조금씩 추파를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음료수를 가져다 주기도 하고, 괜히 말도 걸어보고,

잘 알지도 못하는 후배를 언급하면서.. 그렇게 그렇게..

 

그런데 예상외로!!! 그녀도 외로웠던건지 반응이 왔어요!! ㅎㅎ

(응시하는 시험의 종목은 달랐지만, 그녀도 2차 준비생)

축제기간에 어디서 공부할거냐쪽지를 남겨주기도 하고,

초콜렛을 주기도 하더라구요.

물론 제가 먼저 갖다 바친 게 있긴 했죠

그래도 반응이 오니까 기분이 진짜 좋았습니다. ㅋㅋ

 

하지만 그녀도 유예수험생.

저나 그녀나 공부가 정말 중요한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상황상, 양심상,


이야기는 가끔씩 잠깐씩 나누면서도연락처는 모르는 상태였었죠.

 

그녀는 시험을 마치고 도서관 자리를 정리했고, 쪽지를 한장 남겼습니다. 

그녀의 시험은 저보다 1주일 정도 빨랐거든요.

시험 잘 보라는 말과 함께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

 

얼씨구나!!!

설렘과 함께 시험을 치렀습니다.  

저는 고이 간직했던 연락처로 문자를 보냈습니다.

다행히도 그녀에게서 답문이 왔어요.

그렇게 첫 약속을 잡았습니다.

2차시험 후 발표를 기다리는 것 외에 별다른 일이 없던 외로운 두명은 많이 친해지게 되었어요.



그리고 4
번쯤 만났을 때였나?

워낙 분위기도 좋고 함께 하는 것이 즐거웠고, 처음부터 호감도 있었고,

저는 남친으로서의 기회를 달라고 말하며 고백을 했습니다.

생각해보겠다고 말하는데, 왠지 잘될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자연스럽게 연락하다가 3일 후.








잘 부탁해!! 남친!! 이라는 문자를 받았고,

이제는 아픈 추억이 된 부농부농의 시간이 시작됩니다.

 

둘 다 발표를 기다리느라 시간은 여유가 있던 상황이었는데

그녀는 또 다른 뭔가를 준비한다며 바쁘더라구요.

그래도 전 항상 꿋꿋하게 그래도 밥은 먹어야 하지 않느냐?”며 불러냈어요.

롯데월드에 가서 아틀란티스를 타고,

선유도 공원에 가서 강물도 구경하고.

학교 안에서는 스쿠터 뒤에 그녀를 태우고 다니기도 했고,

청계천에도 함께 자주 갔습니다.

제가 말을 예쁘게 하지 못해서 정확히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참 좋은 시간이었어요.

그녀는 야경과 강물을 좋아했던 거 같아요저도 덩달아 좋아하게 되었죠.

그렇게 행복했던 2개월이 가고 제 결과가 먼저 발표됩니다. 

결과는 불합격.



그녀는 낙담하던 저를 많이 위로해주었어요
.

그녀의 발표는 1달반 가량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구요.

 

저는 한 번 더 해보기로 마음을 먹고 다시 공부를 시작했고,

그녀는 합격통지를 받았습니다.

워낙 열심히 하던 아이라 예상했던 결과였고,

저는 축하의 말을 전하며


나도 내년에 꼭 합격을 하겠다. 1년만 기다려 달라고 했습니다.

 

그 시점부터 저는 배려를 받고,

그녀는 공부를 하는 저를 케어하는 게 익숙한 입장으로 변화했던 거 같아요.

그리고 자신이 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던

생활측면에서의 노하우를 많이 알려주었었습니다.  

저에게 당시에나 지금이나 참 소중한 조언이었죠.

그녀의 이야기는 그동안의 저의 수험기간을 반성하게 했어요.



반면 배려 받는 것이 익숙해져버린 저
,

그녀가 받았을지 모를 어떤 섭섭함, 서운함을 헤아리지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큰 다툼없이 비교적 무난하게, 기념일은 잘 챙기며

무난히 흘러갔던 관계여서 더욱 돌아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 다음해 초
.

유예에서 떨어졌던 저는 1차시험부터 다시 봤고, 그녀는 연수원에 입소했어요.

전해들은 이야기로는 연수원 생활이 정말 경쟁이 치열하고, 힘든 곳이랬는데..

제 상황이 급했던 저는 그녀를 마음써서 케어해주지 못하고,

돌아온 2차시험을 향해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부터 조금씩 삐그덕거렸던 거 같아요

그동안엔.. 1주일에 1번은 만났었는데.. 간격이 점점 길어지더라구요.

저의 시험을 앞두고는 한두달동안 거의 만나지 못했구요..

 

시간은 좀 더 흘러,

2년과정의 연수생인 그녀는 방학이 되고,

저는 또 발표를 기다리는 상황.

 

저는 이제 좀 한가해져서 작년처럼 자주 만나고 싶었는데

그 친구는 방학때도 2학기를 위해 공부를 해야 하는 상황이더라구요.

제가 시간이 많으니까 저는 저대로 여행다니고 놀고,

가끔 가서 얼굴 보고 오고 그런 상황인데,

마음이 서로 전같지 않다는 걸 알겠더라구요..

 

오랜만에 같이 교외로 놀러갔다 온 날,


그녀에게 전화로 예전만 못하다는 말을 듣게 되었어요.

신나게 놀다 오면 그래도 감정이 되살아나고 괜찮을 줄 알았는데..

하지만 그 말을 듣고도 저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던 것 같아요.

대수롭지 않게. 가끔 그럴 수도 있는거지. ..’



그녀는 방학에도 열심히 공부를 해야 하는 사람이라

자주 만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고,

자주 보는 걸 원치도 않아 하는 느낌이었어요.

그녀에겐 커리어도 매우 중요해보였고,

저도 그 정도는 당연히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만나서도 밍밍, 예전같지 않은 시간이 이어집니다.

제가 무심했어요.

그녀 입장에서는 시험준비하는 사람 1년을 기다려준 거였고,

합격자와 수험생의 만남자체가 합격자가 수험생을 뒷바라지 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당시에는 그 판단이 잘 서지 않았다는 것이죠.



또한 판단의 문제를 떠나서 서로 사랑한다면 살펴줬어야 했는데
,

익숙함이 설레임을 많이 넘어선 단계였던 거 같아요.

'시간을 안내주는 그녀'에 대한 고민만 늘어갔습니다.

제가 아주 많이 후회하는 부분입니다.

 

그렇게 권태기 + 냉각기의 시간을 갖다가 다시 제 발표의 시간이 다가옵니다.

그녀는 불안해하는 저를 응원해줍니다.

이번엔 느낌이 좋고, 열심히 한 거 내가 잘 안다!” 해주면서요...

 

하지만 결과는 낙방.

 

불행 중 다행히도 내년에는 합격할 확률이 매우 높은 상태의 불합격이였어요.

(자세히 설명하기가 좀 애매하지만, 제가 응시하는 시험의 특징입니다.)

방심만 하지 않으면 내년에는 반드시 붙을 수 있을 것을 생각할 수 있었죠.

 

 

하지만 발표가 났던 바로 그날.







충격적이게도 이별통보를 받습니다
.

조금이나마 예상을 했어야 하는데....

 

그래도 1년 넘게 만났는데 어떻게 이러나라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당시에 도 났구요.

 

붙잡으려는 시도를 하긴 했는데, 정말 같이 연락이 끊겼습니다.

연수원앞으로 찾아가서 전화를 해도 그녀는 받지 않았습니다.

지속적으로 몇 번 더 연락을 해보았으나 역시나 연락이 잘 안됩니다.

힘들더라구요.

내가 그동안 그렇게 못해줬나 라는 생각도 들면서..


자괴감상실감이 컸습니다.

 

1년 뒤.





저도 합격을 하고
, 관련분야에 취업을 합니다.

나름 사자직업이 되니 소개팅도 제법 들어오고, 꿈꾸던 전문가로서의 생활을 시작합니다.

또한 일에 아직 익숙치가 않아 바쁜 상황이 이어집니다.

그 와중에도 저는 계속 사람을 만납니다.

그런데..







소개팅을 해보고 진전이 돼도..


예전 그녀가 계속 생각이 나고비교를 하게 되고, 뭔가 아쉽습니다.

 

저도 제가 이런 상태가 될 줄은 정말 몰랐거든요.

헤어지는 과정이 나이쓰하지 않았기에 다시 연결이 될 가능성도 거의 없습니다만,

아직도 저는 찌질하게 궁상을 떨고 있어요.

많이 아쉬워요이렇게 된 게..


못해준 미련이 뒤늦게 제 발목을 잡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이럴 줄은 정말 몰랐는데
,

이해가 안될 정도로 과거에 얽매이는 스스로가 싫어집니다.

저도 저를 잘 모르겠네요.




예전의 추억과 후회에서 좀 벗어나서 새로운 분을 만나고 싶습니다.


이젠 잘 헤아릴 자신이 있는데..



 

후련하게 정리하고 가고 싶은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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