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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토크
오빠의 기도
귤베이글 | 2012.01.19 | 조회 6,380 | 추천 10 댓글 0


때는 작년 여름.

대학원 생활에도 익숙해져, 이제 좀 여유도 있겠다,

[연애 좀 하고 시포!!]라고 노래를 부르며

주변 사람들에게 압박주던 무렵이었습니다.

 

저는 스무살 꼬꼬마 때 만났던 첫남친 빼고는

거쳐간 남친이 모두 외국인들이었기 때문에

문화 차이, 언어 차이로 고생을 했던 과거가 있답니다.

 

하여, 다른 거 다 필요없고, 그냥 착하고,

말을 좀 편하게, 내가 하는 말 다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 , 착한 한국남자) 고 말하고 다녔습니다.

 

같은 대학원에 아는 남동생이 정말 착한 형(이하 믿음오빠)이 있다면서

소개시켜주겠다고 하더라구요

같은 학교라면서. 심지어 한국어, 일어, 영어가 되니

누나가 어느 나라 말로 하던 다 알아들을 거라면서,

게다가 종교도 같으니 이런 아름다운 경우가 어디있냐며.

 

원래 [남자가 좋다고 하는 남자가 진짜 진국]이라면서,

자기가 보증하겠다고 하더라구요.

그 말에는 또 일리가 있기에, 바로 -! 을 날렸습니다.

 

사진을 교환했는데, 괜찮더라고요.

잘 생기진 않았지만 호감있는 얼굴?

 

1주일 후에 만나기로 했는데, 남동생이 그러는 거에요.

“저기요, 근데 누나. 믿음이 형이 키가 좀 작아요.”

 

제가 큽니다만,

전 남자쪽이 컴플렉스가 없는 이상,

키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 편이라서 괜찮다고 했습니다.

게다가 사진상 체격이 있어 보이셔서

막 비교되게 왜소해 보이진 않을 것 같더라고요.

전 제 키가 충분히 크기 때문에 남자에게까지 그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남자분들이 커서싫다 내치지만 않으시면 감사할 뿐이죠.

 

상냥하게 웃으면서 시작한 소개팅은 순조로웠어요.

착실하게 준비해 오셨더라고요.

가까운 곳맛있다는 스파게티 집 알아봐주셨고, 예약도 해주셨고.

이야기도 잘 통했습니다.

5시 반에 만나서 11시 정도에 카페에서 나왔으니까요.

 

그 다음에도 몇 번 만남을 가졌는데,

말하는 것도 그렇고, 대하는 것도 그렇고,

끊임없이 다음 약속을 잡는 것도 그렇고,

새로운 데이트 아이템을 생각해 오는 것도 그렇고,

계속 만나고 싶어하는 눈치였습니다.

 

카페 가면 제 취향도 기억해 놓고 있다가,

케이크 주문하면 떠먹여 주려고 하고. (엄훠.. 거절.. --;;)

레스토랑도 바꿔가면서 맛집투어 시켜주고.

말하고 있다 보면,

이 사람이 나한테서 눈을 못 떼고 있구나.’ 싶을 때도 있고.

 

카톡/전화의 양과 질로 보아서,

그분은 이미 남친의 행세를 하셨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반면 저의 마음은...

딴 건 다 좋았는데..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어 고민중이었습니다.

 

그 분의(자신의)외모집착증.

처음엔 작은 키에 컴플렉스가 없는 분이어서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그 분은 자신의 외모에 상당히 공(!)을 들이는 분이었고

자신감이 충만하신 분이셨어요.

이런(!) 자신감때문에 남자다워 보인다고 했던건가?’ 싶기도 했고요.

 

그 분은 마침, 10키로 감량을 끝내시고

감격의 도가니에서 빠져사시던 중이었습니다..

앞으로 6개월만 있으면 교정기를 뺄 수 있는

기쁨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이기도 했구요.

 

저도 다이어트 해봐서 그 성공의 기쁨을 아니까, 가만 들어주긴 했으나,

자꾸 밥먹는데 다이어트 어떻게 했는지 이야기하고,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거 먹고 체중유지하려면 몇 시간 달려야 하는지

강조해서 정말 체할 것 같았거든요

비비크림이며, 립글로스며 뭔 화장품을 저보다 많이 아시더라고요.

 

그래도 다른 부분이 많이 통하고 해서,

만나자고 하면 만나볼 생각으로 고민할 정도의 호감은 있었어요..

 

하지만 믿음오빠는 결정타를 날리지 않았습니다.

피차 일이 바빠 3주후로 다음 약속을 잡았고, 그간에는 카톡만 죽어라 했죠.

3주후 만남에선 뭔가 말이 있을 줄 알았어요.

 

그리고 밤늦게까지 데이트를 하고 나서 집으로 가는 길에

이 분이 드디어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내가 소개팅을 안 해봐서 몰랐는데,

1) 소개팅하고 나면 애프터가 큰 의미가 있는 것이며,

2) 계속 결정타를 날리지 않는 애매한 태도는 상대에게 실례인 것이다.

라는 사실을 동생이 말을 해줘서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말을 계속하길. 자기에게 시간을 좀 달라.. ;;;

이 뻗쳤지만 참아야죠. 뭐. 

. 뭐 그러시라고. (나도 딱히 맘에 있는 거 아니다 뭐.)

 

그리고, 며칠 뒤, 전 깨끗하게 차였습니다.

 

“난 아직 누굴 만날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거 같아.

소개팅이 이렇게 급하게(이미 두달만남) 결정해야 하는 건 줄은 몰랐어.

이렇게 급하게는 못 정하겠으니까 그냥 안 만나는 게 좋을 것 같아

 

뭐랄까, 이렇게 근 2달간 데이트 해놓고 차인 것..

참... 부끄러워서 어디 말도 못 하겠습디다.

 

전 그렇게 제 소개팅이 끝난 건 줄 알았어요.








아니 끝났어야 했어요. ㅜㅜ

 

 

그로부터 3개월 후.


문자가 왔습니다.

 

“나 믿음오빠야.

내가 오늘 기도하면서 깨달았는데 너한테 참 잘못한 거 같아.

만나서 용서를 구하고 싶어.”

 

아니, 용서는 또 뭔 소리랍니까.

남녀가 안 맞으면 누군가는 차고 차이고 하는 거잖아요.

 

게다가 왠 기도 드립..

이게.. 믿는 사람들끼리는 절대자의 우리 사이에 대한 개입 언급은


피하는 게 예의이자, 불문율이거든요.



‘아
- 너의 하나님 아부지가 너에게 날 고딴 식으로 찬 게 잘못이라고 하셨구나

내 하나님 아부지는 별 말씀 없으셨는데.--;;’

라면 참 곤난한 형국이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괜찮다고, 만날 필요는 없다고 거절했는데,

자기는 기도하면서 깨달은 거라며

[만나서] 용서를 구하고 싶으니 자길 돕는 셈 치고 만나달라는 거예요.

 

어쨋든 만났어요.

어차피 같은 학교 다니는 사이라 그냥 근처에서 보면 되니까.

 

근데 막상 만나니까

너무 보고 싶었다.”

네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매너는 또 좋아서 공원에서 만나면서

따뜻한 캔 음료수 사와서 하나는 넣어주고, 하나는 따 주고...



말은 또 여전히 잘 통하는지라 잘 웃고 이야기 하고 헤어지는데
.

 

혹시 남자친구는 생겼니?”

아니요..” (. 슬퍼라.)

 

그 말에 용기를 얻으셨는지(?) 다시 예전처럼 연락을 해오셨습니다. 

본인 일기를 제 카톡에 남기고.

또 이것 저것 만날 핑계도 만드시고.

 

여전히 외모집착증세는 있으셨고,

요즘은 눈썹문신을 고려하고 있다길래,

"고거하면 나는 너 다시는 보기 싫을 것 같다." 고 했더니 또 금방 접으시더만요.

(집착하시는 분이 제 말을 어느 정도 듣는 걸 보면

절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 하이간 전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리고 다시 그렇게 지내게 된 얼마 후,

우리는 주말에 미술관에 갈 약속을 잡아놓은 상태였어요.

근데 주중 어느날 밤 9시에 연락이 온 거예요.

꼭 할 말이 있다면서, 오늘 꼭 하고 싶다했고,



전 정녕 나갈 형편이 되질 않았어요
.

정말 과제가 급해서 안 될 것 같다.”

어차피 주말에 보니까 그 때 말하시면 안 되냐?”

했지만, 30분이면 된다.

내 꼴이 말이 아니다.”

했는데도, 괜찮다. (내가 안 괜찮다고!)

 

하도 조르길래,

그 때부턴 같이 사는 친구와 상의 끝에,

뭔가 심상치 않은 얘기를 하려나부다.”

친구는 또 막 이건 고백이다.

이 야밤에 불러내서 30분 이야기할 건 고백밖에 없다.”

막 설레발을 쳤어요. 저도 좀 두근했죠.

 

 

그렇게 들은 고백.





.

 

고백은 고백이었어요.

 

11시쯤 만나서 한 20분을 동네를 돌았어요.

그러면서 돌려 돌려 말하는데

이게 [사랑의 고백]이 아니라, [거절의 고백].

 

네가 좋긴 하다. 근데 우린 안 될 것 같다.

네가 좋긴 하다. 근데 여자로 느껴지진 않는다.

 

 

...아 놔. 뭐 이런 황당한 경우가.

저 지금 같은 남자에게 2번째 차이는 거 아닙니까?

 

언제 제가 먼저 연락했나요?

언제 제가 먼저 고백했나요?

 

그래서 제 기분을 털어놓았죠.

 

난 지금 무지 황당하다.

그럼 지금까지 데이트는 다 뭐며,

보고싶었다, 목소리 듣고 싶었다, 귀엽다, 이런건 다 뭐냐.

연락은 왜 했냐. 그 카톡들은 다 뭐냐.

라고요.

 

 

그랬더니, 당황은 왜 하누?

침을 꿀꺽 삼키면서 미안하다.”고 하더라고요.

 

됐으니, 이젠 보지 말자.”고 했어요.

당근, 그 미술관 데이트 약속도 취소.

근데 그 데이트 약속 취소하니까 또 막 당황하대요.;;;;

정말 알 수가 없어요.

 

 

근데, 그 고백이 끝이 아니었어요.

집에 돌아와서,

기다리고 있던 친구에게 다 일러바치며 한참 얘기하다가 페이스북을 열었는데,

그 분이 저랑 헤어지고 나서 막 쓰신 코멘트가 뜹니다

 

[신앙의 고백]

악마와의 싸움에서 승리했다.

나는 하나님께 순종할 수 있었다.

중간에 시험이 있었다. 유혹도 있었다.

하지만 난 순종했다.

순전히 내려놓고 드리고 난 다음의 마음의 평화.


감사하다. 난 승리한 것이다.”

 

 

. . .

 

 

이해가 되십니까?

.. 악마가 되었던 거였어요.

시험이었고, 유혹이었고.


아하하하하.

 

도대체 어디가 시험이고, 유혹이었을까요?

 

저 분의 하나님 아부지는

1) 처음에 너의 첫 소개팅녀를 고딴 식으로 찬 게 잘못이라고 용서를 구하라


고 말씀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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