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기업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드라마 '좋아하면 울리는'의 외피는 10대에서 20대로 이어지는 청춘들의 삼각 로맨스다. 좋아하는 사람이 반경 10미터 안에 들어오면 알람이 울리는 앱 '좋알람'을 소재로 신인류의 사랑을 그린 파릇파릇한 로맨스. 배우들의 말갛고 고운 얼굴과 풋풋한 분위기는 학원물의 특성을 그대로 따르는 듯 하다.
한꺼풀 벗겨 더 안으로 들어가면, 또 다른 이야기가 겹겹이 쌓여 있다. 좋아한다는 감정 때문에 행복하지만 불행한 이들도 속출한다. 상처받은 마음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도 있고, '마음'의 갯수로 계급이 생성되기도 한다. 사랑한다고 생각했지만 알람없는 고요한 소리는 스스로를 의심하게도 만든다. '좋아하면 울리는'을 받치고 있는 세 인물 역시 마찬가지다. 밝아 보이는 조조(김소현 분)는 부모의 부재로 인한 상처가 있고, 모두가 선망하는 선오(송강 분)는 부모가 있음에도 사랑이 없는 집에서 성장한 아픔이 있으며, 건강하고 착한 성품을 지닌 혜영(정가람 분)은 자신보다 자신이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희생과 양보가 익숙해진 처연함을 끌어 안고 있다.
'오디션' '언플러그드 보이'로 한국 순정만화사에 한 획을 그은 천계영 작가가 지난 2015년부터 연재한 웹툰 '좋아하면 울리는'. KBS에서 '눈길' '쌈마이웨이' 등을 연출한 이나정 감독은 이 웹툰 속에 쌓인 여러 이야기 레이어들을 들춰봤다. 그리고 단순한 첫사랑물이 아닌, '좋아한다'는 감정의 '이 쪽' 끝부터 '저 쪽' 끝까지 담는 '좋아하면 울리는'을 완성했다. "처음엔 순정만화처럼 보이지만 인물들 안에 뭐랄까 '마음의 지하실'이 있다. 어두운 면이나, 상처입은 면들이 보였다. 그런 상황에서도 견디는 아이들의 모습이 있더라. 스토리, 대사, 좋알람이라는 소재가 좋기도 했지만 천작가님이 쓰시는 감정이나 인생에 대한 이야기도 깊이가 있어서 더 좋았다."
같은 맥락으로, 기존의 첫사랑물을 답습하지 않으려 했다.
"이와이 슌지 계열의 일본 첫사랑물, 또 인기를 끌었던 대만의 첫사랑물처럼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 1번이었다. ('좋아하면 울리는'은) 풋풋한 첫사랑같아도 그 밑에 또 다른 레이어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한국드라마라고 생각했다. 진하고 리얼한, 그래서 평범한 학원물과는 다른 깊이를 그리고 싶었다."
상대적으로 가볍고 풋풋하게 그려지는 10대의 사랑이지만, 이나정 감독의 생각은 반대였다. 오히려 10대의 사랑이 가장 진지해서 '오글'거리지 않았냐면서. "10대 때 사랑을 할 때는 진지하고 더 진했던 것 같다. 그때는 작은 것도 더 섬세하게 고민했다. 오히려 나는 30대 넘어가면서 더 유치해지는 것 같더라.(웃음) 누군가는 10대의 사랑이 오그라든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더 순수하고 사랑에 있어서 진지해서인 것 같다. 그래서 10대의 사랑은 진하고 진지하게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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