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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
sicker2002 | 2019.11.19 | 조회 184 | 추천 0 댓글 0

무심無心

 

김남주

 

아침 햇살이 은사시나무 우듬지에서 파르르 떨고

산골을 타고 흐르는 물소리는 내 귀에서 맑다

나는 지금 어머니를 따라 산사(山寺)를 찾아가고 있다

 

어머니 그동안 이 고개를 몇번이나 넘으셨어요

 

니가 까막소 간 뒤로 이날 이때까장 그랬으니까

나도 모르겄다야 이 고개를 몇차례나 넘었는지

 

옥살이 십년 동안 단 한번도 자식을 보러

감옥을 찾은 적은 없었으되

정월 초하루나 팔월 보름날 같은 날이면

한번도 빠짐없이 절을 찾으셨다는 어머니

그런 어머니를 두고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하지만

실은 나도 모를 일이다

자식이 보고 싶을 때

감옥 대신 절을 찾으셨던 어머니의 그 속을

이제 이 고개만 넘으면 어머니 그 절이 나오지요

 

그래 그래 하면서 어머니는 숨이 차는지

공양으로 바칠 두어 됫박 쌀차둥이를 머리에서 내려 놓고

후유 후유 한숨을 거듭 쉰다

 

니 나왔으께 인자 나는 눈 감고 저승 가겄어야

니 새끼가 너 같은 놈 나오면 그때는

니 여편네가 이 고개를 넘을 것이로구만

풍진 세상에 남정네가 드나들 곳은 까막소고

아낙네는 정갈하게 몸 씻고 절을 찾아 나서는 것이여

 

*"인자 오냐" 그뿐이었다, 내가 옥문을 나와 십년 만에 고향집을 찾았을 때 어머니가 내

게 하신 말씀은. '어디 몸 상한 데는 없느냐' '고생 많이 했지야' 이따위 말씀도 하지 않았

다. 나는 이런 어머님의 속을 알지 못한다. 무심(無心), 이 한마디의 말 속에 내 어머니의

 속이 담겨 있는지도 모른다. 희로애락에 들뜨거나 호들갑스럽지 않은 내 어머니가 때로

는 부처님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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