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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로 유감 마지막편
북기 | 2020.01.28 | 조회 186 | 추천 1 댓글 0
그런데 나온 사람은 그뇨가 아니라 운전기사였다. 문을 연 운전기사가 나에게 손짓을 했다.
 “형씨, 들오소.”
 잠시 어안이 벙벙했다. 어찌된 영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싸워 보지도 않았는데 상대가 항복을 해버린 것 같은 그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운전기사의 불손한(?) 태도도 마음에 걸렸다. 나를 내동댕이 치면서도 표정에는 어쩔 수 없다는 듯한 미안함 같은 것이 배어 있었는데, 이번에는 같잖다는 듯이 나의 아래 위를 훑어보는 것이었다.
 그런 생각들을 다 정리하기에는 현관은 너무 가까웠다. 현관 거울에 비친 내 몰골은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얼굴이며 팔은 모기에게 물린 자국으로 성한 데가 없었고, 옷은 구겨지고 더러워져서 걸인보다 나을 게 없었다. 그래도 나의 불굴의 의지를 보여줄 수 있어 괜찮을 것도 같았다.
 거실에는 그뇨의 아버지, 엄마 그리고 그뇨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뇨의 아버지는 파이프 담배를 꼬나물고 비스듬히 소파에 기대어 있고, 그뇨의 엄마는 뭔가 불안해하는 낯빛을 하고 있었으며, 그 옆에 그뇨ㅡ내 사랑하는 그뇨가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나는 얼른 그뇨에게 애절한 눈길을 보냈다. 그래도 그뇨는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나는 일단 그뇨의 아버지, 엄마에게 큰절을 올렸다.
 “일마야, 내 니인테 절 받을라꼬 부른 기 아이다! 내 이바구했제. 우리 미희가 니 싫다 칸다꼬. 그라고 인자 우리 미희 결혼날짜 잡아났다.”
 “그럴 리가 없심더! 그럴 리가 없심더!”
 나는 그뇨를 바라보며 외치다시피 했다. 그뇨에게 동의를 구하는 뜻이었다. 그러나 그뇨의 표정은 너무나 냉랭했다.
 “일마가 이거 속고마 살았나? 미희야, 니 입으로 말해조라.”
 “예.”
 부드러움을 한껏 가장한 그뇨 아버지의 말에 그뇨는 너무나 다소곳하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나 이제 낭만씨 싫어요! 그리고 나 결혼해요. 축하 해주러 올 거죠?”
 그뇨의 말은 마치 오래 연습한 것처럼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진심이 아니야! 진심이 아니라꼬! 이거너 절때 니 진심이 아니야!”
 나는 애원하며 울부짖었다. 그뇨의 아버지는 득의양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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