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은 웃는다는데 있다. 웃을 줄 아는 그 한가지만은 타 동물이 제 아무리 흉내를 내려고 해도 못 내게 돼 있다. 인간은 이 웃는 무기(?) 때문에 만물의 영장이 되었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만약 웃을 때 하얗게 빛나는 치아가 없다면 그 웃음은 참 괴상하다 못해 섬뜩스러울 것이 틀림없다. 마치 뻥 뚫린 굴 속을 보는 느낌일 것이다. 아니면 시커먼 굴뚝을 들여다보는 기분이거나 대포 아가리를 들여다 볼 때의 그 섬뜩한 기분일시 분명하다. 또한 치아는 있되 그 치아가 하얗게 빛나지 않고 거므틱한 빛을 띠거나 어느 한 부분이 썩어 있다면 그 역시 환한 웃음이 되진 못할 것이다. 치아는 음식을 부수는 역할만 하는게 아니다. 말을 할 때 그 사람의 입 모양을 만들어 주고 발음을 도와주며 표정을 제대로 드러나게 해준다. 어디 그뿐인가. 인간만이 낼 수 있는 웃음을 최상의 것으로 만들어 준다.
웃음이 이쁜 사람, 그는 행복한 사람이다. 몇 해 전에 동남아를 관광할 기회가 있어 한 열흘간 외국바람을 쐰 적이 있었다. 여러 해가 지난 오늘까지도 가장 인상에 남는 사람은 태국 파타야에서 만났던 호텔 여종업원의 해맑은 웃음이었다. 아니 더 자세히 말하자면 검은 피부 속에서 하얗게 빛나던 건치였다. 그녀는 손님들에게 줄 커피를 들고 서 있었는데 웃느라 약간 벌린 입 사이로 드러난 치아가 그야말로 바닷가의 흰 조개 이상으로 반짝였다. 그 때문에 우리 일행은 잘 맞지 않는 식사지만 게눈 감추듯 했던 것이다. 그녀가 따라주는 커피 한 잔을 얻어먹기 위하여 어떤 사람은 두 잔을 얻어 마신 사람도 있었다.
하얀 치아는 건강을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자기를 드러내주는 인상의 하나로서도 아주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열흘동안 5개국을 둘러본 가운데서 한 호텔 종업원의 해맑은 웃음이 가장 인상깊게 남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이리라. 그날 아침 창문 사이로 들어온 이국 햇살에 비쳐진 하얀 건치는 분명 해맑은 웃음의 비밀스런 부분이었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