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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육아
조금 오래 된 2008.12.24 둘째 출산후기
jungun1 | 2011.08.29 | 조회 8,008 | 추천 12 댓글 0
2008년 12월 23일 오후 6시 정각

 


이틀 전부터 이슬이 비춰 내심 긴장하고 있었는데,


재인이 어린이 집 데리러 가는 시간인 오후 여섯 시 정확히 5분 간격 진통이 시작되었다.


처음엔 긴가 민가 했는데, 시간마저 정확한 것을 보고는 분명히 진통임을 직감했다.


전날부터 휴가를 내고 소식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신랑에게 '나 배 아파~~' 하고 이야기하고,


바로 김옥진 조산사님(아래 원장님)께 전화를 드렸다. 서울에서 동창 모임을 하고 계시던 원장님,


놀라서 바로 내려오신다고 한다. 


진통 주기는 5분 간격이었지만 시간은 30초 정도로 꽤 긴 편이었고, 진통 올 때마다 얼굴을 찡그리고


아픔을 참는 나를 보고 첫째 재인이가 '엄마 아파?' 하며 울먹거린다. "아니야, 동생이 이제 태어나려는 거야.. 재인아, 동생 나올 때 같이 있고 싶어?" 물으니 싫다고 고개를 흔든다. '그럼 온양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가 있자~" 그러자 또 싫다고 운다. 아이고, 배는 아프고 신랑은 갑자기 시작된 진통과


재인이의 보챔에 정신이 없어서 자꾸 재인이를 뭐라고 하는데, 나는 재인이를 감싸며 마침 전화온


시어른들께 와서 재인이를 데리고 가 달라고 부탁드렸다.


 


내일은 크리스마스... 산타 할아버지를 며칠 동안 기다려 온 터라 선물 사러 가자는 말씀에 냉큼


재인이가 시부모님을 따라나서서 드디어 좀 차분하게 아가맞을 준비를 시작했다. 저녁 준비할 정신은


없어서 재인이가 먹고 싶어하던 피자와 치킨을 시켜주고, 남편은 좋아하는 백건우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연주곡을 잔잔하게 틀어놓은 채, 아가맞이할 거실을 깨끗이 치우고 내가 편안히 있을 수 있도록


따뜻한 이불을 펴 놓았다. 원장님은 서울서 내려 오시는 동안 아기를 낳을까 봐 노심초사하신 듯


내려오는 길 내내 전화로 상황 확인을 하시고, 너무 진통이 빨라지면 병원에 가도 된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절대로 그럴 수는 없으니, 빨리 오세요~~' 라고 답을 보내고, 진통을 참으며 맛있게 저녁을 먹었다.


 


9시.. 드디어 원장님이 집에 도착하셨다. 남편분이 운전을 해 주셔서 빨리 내려왔다며 환하게 웃으셨다. 8개월, 막달에 조산원에 가서 뵈었지만, 항상 볼 때마다 환한 얼굴과 따뜻하고 힘찬 목소리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오시자마자 내진을 하였는데, 이제 막 시작되었다며, 벌써 5분 간격 진통이 세 시간 째인데 아직 20%밖에 안 열렸다고 한다... "엄마 골반이 좁아서 내가 빨리 진행 안 될 줄 알았어요.. 나가서 한 시간 산책하고 오세요~" 라고 하시는데 나는 속으로 '으악... 이럴 수가~~'  잠시 첫째 때의 상황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첫째 때는 아마 힘을 50번은 주었나 보다. 80% 진행되었을 때도 마지막 내려올 때가 힘들어서 거의 한 시간 가까이 힘주는 연습하고 낳는 데도 많이 힘들었는데, 이번에도 또 그럴 것인가...? 하고 생각하는데, 원장님의 말씀, "둘째는 그래도 더 쉬울 거에요. 이번에는 머리에 피도 안 묻히고 너무 깨끗하게 나올 거야~" 하신다.  그 말씀을 위안 삼아 남편을 의지해서 진통 주기를 재며 밖에서 한 시간 정도 산책을 했다. 진통은 점점 거세어 지고, 아픔이 밀려올 때마다 걸음을 멈추고 참기를 수십 번... 다시 집에 들어가 내진을 했는데 20% 더 진행이 되었다며 문이 많이 열렸다고 하신다. 그리고 좀 쉬러 들어가신다며, "한 시간 뒤에 봐요~~"  그러면서 진통이 좀 경감되는 자세를 알려주셨다. 그 방법은 다음과 같다.


 


[진통이 밀려들면 소파를 붙들고 엎드리는 자세를 취한다.


그리고  남편이 아내의 골반을 붙잡고 위로 올려주면 아픔이 덜하다. ]


 


그리고 다음은 우리가 발견한 '의자 자세' 인데(^^),


[남편이 의자에 앉는 자세를 하고, 아내가 남편을 의자 삼아 남편 위에 앉는 모양을 하면 진통을 견디는 데 도움이 된다.]


 


남편과 나는 이렇게 다시 한 시간 반을 견디며 진통 사이사이 많은 대화도 나누고 차도 마시고


더욱 가까워지는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시간은 이미 24일로 접어든 새벽 한 시... 다시 내진을 하신 원장님께서 심상치 않은 말씀을 하셨다.


"어.. 전혀 진행이 안 됐네.. 아직도 60%에요.. 초음파가 없어서 확실치는 않지만 아마 아기가 하늘을 보고 있는 모양이에요. 이제 옆으로 누워서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있으세요. 그럼 아기가 다시 제자리를 찾아요."


이게 웬 청천벽력 같은 말씀인가! 아기가 하늘을 보고 있다면 보통 병원에서는 수술을 권유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차분하신 우리 원장님, 엄마가 옆으로 누워 있으면 아기가 자연히 제자리로 돌아온다고 한다. 그 상황에서 원장님 말씀에 어린아이처럼 따를 수밖에... 하지만 누워서 진통을 견디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30분에서 한 시간을 누워 있으라는 말씀에 가슴이 철렁했다. 하지만 우리 아가를 만나기 위해 옆으로 누워 정말 악~~ 소리가 나는 진통을 40분간 견뎠다.. 정말 세어진 진통 때문에 거의 비명에 가까운 신음소리는 점점 커져만 갔고... 친정 엄마는 안방에서 나와 보지도 못하시고 방문 앞에 앉아 기도하며 눈물만 흘리시는 듯 했다. 신랑은 뒤에서 아픈 허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없이 있고... 정말 그 시간만큼은 모든 것을 나 혼자서 감내해야만 하는 철저한 아픔의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아파야 아기가 나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제 얼마 안남았어, 한 시간 후에는 우리 아가를 볼 수 있을 거야..' 하는 믿음만으로 아픔을 견디고 또 견뎠다.


 


  그렇게 40분 후, 원장님이 다시 내진을 하셨을 때 "이제 준비가 되었어요.. 많이 진행이 됐네요!" 라는 정말 반가운 말씀을 하셨다. 그리고 나는 첫째 때와는 달리 쪼그려서 앉는 자세를 취하고 힘을 주기 시작했다. 남편은 소파에 앉아 뒤에서 나를 잡아 주고, 나는 엉거주춤 쪼그려 앉는 자세로 힘을 주어 중력의 힘을 이용해 보다 쉽게 아이를 낳는 방법이다.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출산'이라는 미셸 오당 박사의 책에 이렇게 아이를 낳는 프랑스 엄마들의 사진을 수없이 봤기에 그런 자세가 분만에 훨씬 도움이 되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때 시간은 새벽 1시 40분이었고, 마지막 거센 진통이 올 때는 저절로 항문에 힘이 들어갔다. 그 때에 맞추어 엄마가 죽을 만큼 힘껏 힘을 주어야 아기의 머리가 골반을 통과하여 세상으로 나올 수 있다. 나는 아기 생각만 했다. 좁은 산도를 통과하며 우리 아가는 엄마보다 열 배나 힘든 여정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좁은 문을 향해 힘차게 나오는 우리 아가에게 조금 더 힘을 보태주기 위해 힘을 주고 또 주었다.


"드디어 아기 머리 보여요... 다음 번 진통올 때 아기 나올 거에요.."

얼마나 기다리던 말씀인지!!


가장 크게 문이 열리는 느낌과 함께 아기 머리가 가득 그 문을 메우는 느낌.. 그리고 올통볼통한 아기 몸이 주루룩 미끄러져 나가는 느낌....!! 그와 동시에 모든 아픔이 끝나고 드디어 우리 아가를 만났다는


희열만이 나를 가득 메웠다.


"응애~ 응애~~"


조금도 울지 않았던 첫째와는 달리 둘째는 우렁찬 목소리를 터뜨렸다.


재인이 때처럼 엄마 가슴에 뉘어진 우리 아가... 꼼지락꼼지락하는 아들의 따뜻하고 미끄러운 등을 만지며 나는 더 없는 행복에 아기와 첫 대화를 시작했다.


새벽 두 시 12분, 마지막 힘주기를 시작한지 30분여 만에 우리는 그렇게 자연스럽고도 편안하게


둘째를 맞이할 수 있었다.


****************************************************************************************


  첫째에 이어 둘째를 가정에서 낳고 보니 좀 더 가정분만의 의미와 아기 낳는 과정을 잘 느끼게 된 것 같습니다. 첫째는 많이 준비했다고 해도, 첫 경험이기에 모든 것이 더 힘들게 느껴졌지요... 하지만 둘째는 '엄마가 많이 많이 아파야 아기가 나오고', '그 아픔에는 끝이 있고, 아기와 만나는 큰 행복이 기다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첫째보다 훨씬 더 수월하게 견딜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재인이를 낳던 2006년에도 그러했지만, 여전히 가정분만에 대해 사람들의 인식은 별반 달라지지 않은 것 같아요. "어떻게 집에서 낳아?" '정말 대단해.. 나는 못할 거야.." "집에서 낳으면 처치는 어떻게 해? 위험할 때는 어떻게 해?" "회음부는 꼬매 주나?  아기 몸무게랑 키는 어떻게 재?" 등등.. 사람들의 의문과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잇습니다. 그런 질문에 하나하나 대답해 주면서, " 부디 너도 공부해서 꼭 집에서 낳아라" 라는 게 저의 권유이지만, 아직 많은 친구들에게는 가정분만이 너무 먼 이야기인 것 같네요.


저는 늘 이렇게 생각합니다. '내가 어떻게 하다가,  두 아이를 다 집에서 낳는 행운을 누리게 되었을까?'


 


  2006년 재인이를 임신하고서, 우연히 EBS 프로그램 '행복한 조산사'를 남편과 함께 보게 된 게 계기가 되었지요. 그 뒤로 김옥진 조산사님과 안산 '아기탄생' 조산원을 적극적으로 찾게 되었고, '모성 혁명'이나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출산 ' 등의 책을 통해 아기를 병원에서 낳을 때의 위험성과 산모 주도의 출산에 대해 큰 관심을 갖게 되면서 결국 가정분만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정말로 여성의 분만은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며칠 전 선천성 대사이상증후군 검사를 위해 병원을 찾았을 때도 의사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분만은 위험한 것'이라구요...


저는 그 앞에서 당당히 말했습니다. "왜 분만이 위험합니까? 분만은 자연스러운 거죠. "


 


 결국, 모든 일이 그러하듯 출산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엄마가 분만을 자연스럽고 당연한 권리라고 믿고 스스로 출산의 방법과 과정을 주도할 수 있을 때, 그 엄마의 아기맞이는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럽고 행복하게 되고, 엄마 스스로 지식적으로 준비가 되어있지 않고 아기맞이에 대한 두려움과 분만이 위험한 것이라는 의사의 생각에 동의할 때, 그 엄마의 출산은 '위험한 것'이 되는 것이지요...


 


 처음 재인이를 가정에서 맞이하였기에, 둘째의 분만이 하나도 두렵지 않았던 것이 참으로 감사하고,


진통의 시간을 똑같이 손잡고 겪어준 사랑하는 남편과 더욱 가까워진 것에 감사하고,


건강하고 예쁘게 태어나 준 우리 두 아이를 병원과 의사에 의지하지 않고 자연으로 키워갈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이브에 태어나 준 우리 둘째 이안아! 정말 감사해...


 


마지막으로 두 아이를 너무나 차분하고 편안하게 맞이하게 해 주신 김옥진 조산사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가정에서 자연스러운 출산을 선택하는 행복한 엄마와 가정에서 태어나는 행운을 누리는 아가들이 점점 더 많아지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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