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교의 문학 이야기]사투리
수화기 속 소리에도 그만의 울림이 배어 단박에 얼굴이 뜬다
왜 모두 그런 경험이 있지 않은가.
전화가 울려서 받으면 얼른 누구인가를 알 수 있었던 경험이. '전화벨이 울린다. 수화기 속으로 건너오는 목소리를 조금 듣고 있자니 누구인지 알겠다. 그 사람의 목소리이다. 그의 얼굴이 떠오른다. 언제이던가 몹시 유쾌해하며 큰소리로 박장대소하던 모습,그의 말투에 우리 모두 웃으며 즐겁던 어느 날 오후의 광경….' 이어 떠오르는 모습,젓가락을 드는 독특한 팔의 그,또는,어느 날 문득 보았던 휘적 휘적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등등. 사투리 때문이다. 그 사람만의 독특한 사투리 때문이다.
우리 고장에서는
오빠를
오라베라 했다.
그 무뚝뚝하고 왁살스러운 악센트로
오오라베 부르면
나는
앞이 칵 막히도록 좋았다.
………………………
참말로
경상도 사투리에는
약간 풀냄새가 난다.
그리고 입안이 마르는
황토흙 타는 냄새가 난다.
(박목월, '사투리' 중에서)
그러니까 그의 말은 순간 '냄새'였다. 그런데 그의 말의 그 냄새는 비누 따위로 씻겨지는 것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늘 단단히 잠그곤 하는 문이나 튼튼한 벽 따위로 차단되는 것도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것은 그와 나의 기억을 연결시켰던 모양이다. 깊디깊이,단단하디 단단한 사투리의 띠로 그의 신호를 나의 뇌속의 전달신경 위에 올려 놓았던 모양이다.
그래서는 남과는 다른 울림을 울려냈던 모양이다. 소쉬르 식으로 말하면 굉장한 크기의 기표를 나에게 던졌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만의 기표의 울림통이 나에게로 건너와 울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사투리를 쓰자. 자기만의 냄새가 나는 그런 사투리,자기만의 높낮이가 있는 그런 울림통에서 나온 말-흉내 내지 말자. 남의 말,남의 말투를 너무 많이 '인용·모방'하는 사회는,자신이 없는 허약한 사회이다. 시인·동아대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