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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토크
농구부남학생
아몬드 | 2011.06.23 | 조회 5,429 | 추천 7 댓글 0


10여년 전..


저와 친구들 사이에서 콤퓨-타 채팅이 대인기였어요.

시대적으로는 PC통신은 이제 지는 해,

그리고 인터넷이 처음 융성하기 시작했던 시기였죠. ㅎㅎㅎ

 

그때 당시의 인터넷 채팅방의 제목은 대부분

[지역/00/성별/심심한 사람 모여라] 이런 식이었구요.



지금은 그때와 같이 순수한
(?) 채팅 사이트도 얼마 없고

예전의 그 곳들도 이제 다 성인인증을 받아야 하는 사이트로 변해버렸답니다.. ㅠㅠ

 

그 시절을 돌이켜보면, 채팅으로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고

정말 쓸데없는 이야기뿐이긴 했지만. ㅋㅋㅋㅋ


이야기 하다가 마음이 맞으면 만나기도 하고 그랬어요.

 

학교 끝나고 친구들이랑 PC방에 가서 채팅을 하다가

연락처를 교환하게 된 남학생이 있었어요.

그때는 휴대폰이 없어서 삐삐번호를 교환했습니다..

음성 메세지를 남긴 걸 들어보니 목소리는 쫌 괜찮았어요.

나이도 저랑 동갑이었고,

학교도 멀지 않은 학교를 다니고 있어서

저희는 조금씩 조금씩 친해졌습니다.

물론 얼굴을 모르는 상태니까, 뭔가 내맘대로 이렇게 생겼을거야~’ 상상을 하며.



^^

그 놈도 그랬겠죠.

 

처음엔 삐삐에 메시지를 남기는 것으로 친해져서,

집전화-_-로 연락을 주고 받을 정도로 조금 더 가까워졌습니다.

 

그 남학생은 학교 농구부에서 활동을 한다고 했어요.

어느날 전화 통화를 하고 있는데

그러더니 이 남학생 갑자기 이런 말을 합니다.

 

"나는 선천적으로 냄새를 못 맡아. 그런데도 나 만나는 것 괜찮겠어?"

 

으잉?

순간 조금 놀라긴 했지만 그런가보다.. 하고

"냄새 못 맡는 거는 별로 상관 없는데? -_-"

라고 대답했습니다.

 

그 남학생도 그러냐?”며 냄새못맡음에 대해 별다른 이야기는 더 하지 않더라구요.

 

그렇게 삐삐 음성메세지와 전화 통화로 1~2달쯤 지났을까요?

제 얼굴이 궁금하다면서 만나자고 하더라구요.

저도 이 남학생이 궁금하기도 하고 해서 드디어 만날 약속을 잡았습니다.

 

동대문 밀리오레 앞에서 만나기로 했어요.

그땐 전화로 미리 만나기 전에,

나 내일 이런 옷을 입고 갈거야. 너는 뭐입고 나올꺼야?”

라고 미리 말해주어야 했던 때였죠. ㅋㅋㅋ

 

저도 어떤 옷을 입고 갈 건지 말해주었어요.

.. 이 남학생 농구할 때 입는 것 같은 운동복을 입고 나왔던 걸로 기억합니다.

얼굴은 잘생기지도 않고 못생기지도 않은 평범한 얼굴이었고,

농구부라더니 키는 조금 컸습니다.

그래 농구를 하는 학생이니까 운동복을 입고 나올 수도 있어~’ 라고 생각하고

같이 밥을 먹으러 갔어요.

 

둘 다 학생이라 비싼 곳에 가진 못하고 밀리오레 옆쪽 분식집에 갔어요.

떡볶이랑 찐만두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첫인상이 어떠냐?”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이 만두가 먼저 나왔습니다.

이 남학생, 만두를 엄청 좋아한다면서 만두에 매우 집중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맛있냐고 물어보니 맛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냄새를 못맡는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 남학생,

그건 절 시험해 보기 위한 거짓말이었다고 말합니다.

 

? 거짓말? 왜 거짓말을 한거지?’

왜 냄새를 못맡는다고 말했냐고 물어보니

 

"내가 장애가 있다고 해도 나에게 호감을 가질지 궁금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뭔가 하나를 말해야 하는데,

말을 못한다고 하거나 듣지를 못한다고 하기엔

이미 전화통화도 했고 삐삐 메시지를 남겼으니까 안되고,

눈이 안보인다고 하기에는 농구부라는 게 말이 안되고

그래서 생각한 것이 '사실 냄새를 못 맡는다.' 였다드만요.

 

조금 황당하긴 했지만 겉모습이나 그런게 아닌


내면을 봐주길 바랬나봅니다

 

그렇게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많은 이야기를 하고

동대문에서 헤어져서 집으로 왔습니다.

 

집에 오자 삐삐 메세지가 옵니다.

!! 오늘 만난 남학생입니다.

집전화로 확인하자 메세지에는













갖은 욕설이 녹음 되어있습니다
.

 

당황한 저는 몇번이고 다시 듣기를 해봤습니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아서요.

남학생의 욕설 메시지의 주제

네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였습니다.



 

어디 그런 얼굴을 해가지고 날 만나러 나올 생각을 했느냐?”

옷도 마음에 안든다.” 기타등등.

 




 







 

얼굴이 하얗고 쌍커풀이 있고 큰 눈 망울을 가진,

바람이 불면 날아가버릴 것만 같지만 가슴은 큰 여학생이 나올 줄 알았던거니..








 


 







 

그렇다면 조금 미안하구나... --a

 






그렇다고 남의 얼굴이보고 구리다느니 그런 이야기를 하다니요.. _

나도 너의 옷이 마음에 안들었느니라!!!!

 

그리고 냄새를 못맡는다고 해도 자기에게 호감을 가질지 궁금했다며

거짓말까지 하더니... 지는!!!!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씁쓸합니다.

 





 

그리고 요것은 뽀나쓰.

 

이렇게 채팅 때문에 상처 받은 저는,이젠 채팅 따위 안하겠어!’ 했지만

그 당시 정말 유행이었어요.

그런 아이는 다신 안만나겠지~!! 에이 설마~’

하고 다시 채팅을 했어요.

이번에는 말도 잘 통하고 1살 위의 오빠였어요.

 

위와 같은 방법입니다.

말이 잘 통해서 삐삐 연락처를 주고 받고 메세지 남기고,

집전화로 통화하고 이렇게 말이에요. ㅋㅋ

 

연락을 계속 하다가 만나자는 이야기가 나와서 명동에서 만나기로 합니다.

지금 명동극장 앞쪽에서 만나기로 했어요.

그 오빠는 얼굴도 하얗고 키도 크고 멋진 오빠였어요.

 

그런데 만난 지 1분도 안되었는데


이 오빠 다급하게 이런 말을 합니다.

"!! 오빠가 잠깐 전화할 데가 있는데 쫌만 기다려줄래?"

그러더니 공중 전화로 달려갑니다.

금방 오겠지.’ 하고 기다렸어요.

 

삐삐가 옵니다.

그 오빠삐삐 번호로요.

그래서 삐삐를 확인하러 저도 공중전화로 갔습니다.

메세지를 확인했더니 들려오는 너무도 상냥한 그 오빠 목소리.

 

 

"★★, 미안한데, 오빠는 진짜 도저히 안되겠다.


너는 내 스타일이 아니야."

 









 

--

 





 

만났을 때는 밥먹고 차먹고 이야기하고

집에 가서 욕메세지 남기는 동대문 농구남이 나은가요.

아니면 아니라고 처음부터 말해주는 명동 오빠가 나은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그렇게 채팅을 끊고 공부에만 전념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그분들도 서른줄이 되셨겠죠... ㅋㅋㅋㅋ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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