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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토크 | ||||||
창밖을 보라 팬텀 | 2011.07.11 | 조회 5,959 | 추천 4 댓글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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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지금보다는.. 한참 여렸던 이십대 중반..
1년이 넘는 어학연수를 마치고 느지막히 복학하였기 때문에,
학교에 아는 사람이 별로 없을때였어요.
원래 그렇자나요.
강의 혼자 듣는 사람은 맨 뒤에 앉았다가
수업 끝나자마자 훅 밖으로 뛰쳐나가버리잖아요.
전 그렇게 고학번의 아싸(아웃싸이더)가 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ㅋ
초여름이 시작되던 그날도 전 맨 뒤에서
반은 강의를, 반은 혼자 딴짓에 잠겨있었고,
그때 갑자기 어떤 남자 아이가
제 책상에 뭔가를 휙 던지고 나가는 것이 아임꽈?
으찌나 재빠른지,
여잔지 남잔지도 그림자가 크길래, 남자구나 짐작했을 뿐. ;;
대체 무엇을 던지고 간 것인지 살펴보니,
그것은 다름아닌 쪽지!
훗. 이렇게 하여, 저도 학교에서 남정네의 쪽지를 받아보게 되었습니다. ㅎㅎ
"안녕하세요? 경영학과 %%입니다.
주말에 저랑 영화보지 않으실래요?
011-***-**** 문자주세요."
쪽지.
나쁘지 않았어요.
으힛.
안그래도 쓸쓸하고 심심했던 학교생활중에 이거슨 쏠쏠한 설레임이였습죠.
사실 누군지 몰라서 궁금하기도 했구요.. 언제부터 절 지켜봤나도 궁금했어요..
뭘보고 날 마음에 들었다 하는 건지도요.
그리고 쪽지를 받은 바로 그 주말..
오후에 처음 만나게 됩니다.
‘이런 사람이 우리과에 있었나???
나는 왜 너님을 처음 봄???’
싶을 정도로 생소한 얼굴이였어요.. ;;
함께 영화보고 밥먹고 커피마시고..
이야기나누기에는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쭈르쭈르 안끊기고 말을 잘하더라구요. ㅋ
외모는.. 제 스탈이 아니였어요.;
전 좀 샤프한 남자가 좋은 취향을 가진 여자거든요.
이렇게 한 3~4번을 만나니 이 사람이 사귀자고 제안합디다.
하지만 이 남자의 전반적인 스타일은
제가 좋아라하는 스타일이 전혀 아니었던 관계로 전 망설였어요.
‘하... 내가 저 남자랑 키스할 수 있을까?’
이전에 한번 CC를 경험한 적이 있어,
미치도록 와닿지 않는 사람하고는 학교안에서 인연을 얽고 싶지 않기도 했구요.
저는 우물쭈물하게 됩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2주동안 만나며 재미있었는데,
아수운 마음이 몽글몽글 피어나기도 하고...
‘그래도 내가 몇번 만난걸 보면, 뭔가 끌리긴 끌려서 일꺼야.’
라고 스스로 합리화시키고 사귀기 시작했어요.
사귀고 보니 이 남자 엄청 젠틀해요.
그는 그렇게 저한테 잘해주고 저도 곧 이 남자에게 올인을 하게 됩니다.
자상한 스탈의 남자는 처음 만났거든요.
오~ 만년 무수리로 살던 제가 공주대접을 받으니 정신이 혼미해집니다.
근데 커플들이..
한 두어달정도 사귀게 되면 안정기에 접어들며,
슬슬 용기도 생기는 게, 과거를 물어보게 되자나요..
제가 살짝 물어봤어요.
나 : 오빠~ 여자한테 차인 적 있어?
남친 : 응. 차일 때 싸대기도 3대 맞아봤어..
나 : 헉!!!!!!!!!
전 집에서도 절대 안맞아봤고,
남을 때려본다는 상상도 해본 적이 없어서 깜놀했어요.
아니 내 남친이 뭘 잘못했다고!!!!!
근데 당시 저의 어린 마음에는
남친이 맞았다는 것보다도,
맞은 놈이 자기 때린 여자더러 “나쁘다.”한마디를 안하는 게 쫌 거슬렸어요. ;;
무슨 느낌이신지 이해하시려나.. ㅜㅜ
좌우간 그 순간에도 질투의 화신이었던 저는
듣고 나니 기분나쁘더라구요.
이 놈의 판도라의 상자를 괜히 열어가지고... ;;
하지만 지난일이니,
그리고 지금 이 사람은 절 많이 좋아하고 있는 거니깐
더 묻지는 않았어요.
한 5개월정도 만나..
서로 사랑이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날도 커피숍에서 오붓하게 커피2잔을 시켜놓고
사랑노래를 이어폰 한짝씩 나눠끼고 듣고 있을때였어요..
갑자기 저한테 말합니다.
남친 : 나 너.. 너무 좋아하고.. 우리 잘 맞고..
미래도 생각하고 있으니깐 고백할 게 있어..
그래야 나도 당당하게 만날 수 있으니깐.
저 : 응? 먼데먼데??
판도라의 상자를 뒤적였던 호기심쟁이였던 저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어요.
‘고백? 우리 할아버지 쌍둥이셨어.
너랑 결혼하면 쌍둥이 낳을지 몰라. 요런거?’
남친 : 나.. 전에 여자친구 임신시켰었어.
나 : @.@
오마이갓!
생각치도 못한 발언에 머리가 멍해집니다.
한대 얻어 맞은 거마냥 멍해지는데,
이 사람은 자랑스럽게 더 말합니다.
저 주딩을 확!! 마....
남친 : 것도 두번. -_-V
전 눈물이 갑자기 고입니다.
뭘 어째야하는 건지, 당장은 감당이 잘 안되더라구요.
그 와중에서도 뭔가,
쿨하게 “난 괜찮아.” 리액션을 해주고 싶은데 마땅히 안떠오릅니다.
나 : 진짜? 그래서.. 수술했어?
남친 : 응..
나 : 돈은?
남친 : 집에 알렸지.. 돈이 부족하다고..
집에서 난리났었고.. 그렇게 2번째 수술하고..
난 군대가고 그 여자는 1년뒤에 갑자기 몇 달만난 남자랑 결혼했어..
헐.. 군대도 가기전이였군요..
너무 충격이라 멍하게 있는데,
남친 : 충격받을 거 알아..
난 이제 비밀없어.. 홀가분하다..
네가 나 싫다고 떠나도 난 할 말없어..
난 과거있는 남자니깐..
아.. 전 힘없이 일어나면서 말했어요
나 : 응.. 나 넘 충격이다.. 감당 못 할 거 같아... 미안..
아.. 눈물이 펑펑났어요..
근데 한시간쯤 지났을까..
전 미쳤었나봅니다.
그 사람이 보고 싶어지더라구요.
그새 제가 더 많이 좋아하게 되었나봅니다.
다시 그 사람을 불렀어요.
그 사람은 잽싸게 저희 집까지 와서 절 안아줍니다.
전 그냥 합리화 시켜버렸어요..
과거일 뿐 현재랑 연결시키지 말자..
이 사람이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은 나다.
이 사람도 힘들었을거다..
그렇게 다시 만나게 됩니다.
근데 그 날 이후로..
관계에는 많은 변화가 감지되었어요.
“잡힌 물고기”가 된 듯한 기분...
다시 돌아온 저는 그에게 이제 “만만이”가 되어있었어요.
그리고 본격 “乙”의 생활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시작되는 쓰잘데기 없이 괴롭기만한 번뇌..
‘아 얼마나 그 여자랑 잠자리를 자주 했을까?’ 부터해서
‘이 사람이랑 결혼해봤자 이 사람한테는 새로운 생명이 경이롭지 않겠구나.’
등등..
아, 이 사람은 사귀고 얼마 되지 않아,
저 폭탄을 공개하기 전부터도
저에게 진지하게 결혼 등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곤 했었어요.
덕분에 부지불식간에, 전 이 사람이랑 결혼을 하는 건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웬만한 것들은 “앞으로 살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로
대수롭지 않게 축소하여 생각했던 것도 있었던 것 같구요..
하지만 만만이 생활과 저런 생각이 반복되면서
전 점점 지쳐갔어요..
차차 자괴감이 들고, 그가 혐오스럽고,
그를 잡았던 저조차도 싫어집니다.
헤어짐을 결심했어요.
처음 만난지 1년반이 지난 겨울이였지요..
그렇게 헤어짐을 선언하고, 연락을 끊었습니다.
만만이가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나봅니다.
이 남자, 안하던 짓을 합니다.
저한테 매달리네요.
“날 다 받아준 여자, 날 이토록 사랑해준 여자는 너뿐이다.”
전 너무너무너무 싫었어요.
이미 전 끝났거든요.
모든 기억을 지우고 싶었어요.
그리고 며칠 후..
눈이 엄청 오던 그해 겨울,
창밖을 보니, 전봇대옆에 우산도 안쓴 눈곰돌이 하나가 서있습니다.
점퍼 귀퉁이로 안경을 닦아가면서요..
오!! 무서워요.;;
아침 9시에 와서 밤 9시가 되어야 슬슬 갑니다.
매일매일을 출근하더라구요.
밖에 못나가겠더라구요.
마주치기 싫었거든요.;;
그렇게 며칠을 집에서만 지내다 피치못할 약속이 생겨 나가야 하게 생겼어요..
고양이처럼 몰래몰래 밖으로 나가 골목길에서 코너를 꺾고,
‘아 살았다!!’ 하는데,
갑자기 온갖 슬픔을 다 먹은 표정으로 그 사람이 절 불렀어요.
아. 지쟈쓰.
정말 무서웠어요..
그런 남자를 감당하기엔 전 너무 어렸어요.
그렇게 며칠내내 거기 서있던 사람하고 대적할 만큼 용기있지도 않았구요.
전 어떻게든 무서운 분위기를 풀어야겠다싶어
나 : 밥은?
대충 아무거나 물어봤어요.
남친 : 응. 전봇대밑으로 짬뽕하나 배달시켜먹었어..
눈빛은 이미 독이 바싹 올라 절 때릴 수도 있겠다 싶더라구요..
좌우간 일단 달래서 돌려보냈어요.
이 남자의 집착은 더욱 심해집니다.
문자로 욕폭탄이 시작되었어요.
저희 부모님도 들먹이며 몇날며칠 쌍욕을 합니다.
흠. 舊여친 싸대기 석대 사건도 욕하다 맞은 거라는데,
그녀의 마음이 갑자기 이해됩니다...
창밖을 보면 그 사람이 있지.
핸드폰으론 계속 욕폭탄 문자가 오지..
환장할 것 같았어요.
협박문자까지..
“너랑 팟팟한 거 너네 부모님한테 알리겠다.
그전에 나와라.”
전 최후의 수단으로 이 남자 집에 전화를 했어요.
"저는 남친이의 전 여자친구인데, 헤어졌습니다.
그런데 저희집앞에 서서 가질 않습니다.
저 솔직히 너무 무섭습니다. 죄송하지만 그 놈 좀 말려주세요."
오홋. 효과가 있(는 것같았)습니다!!
전화를 하고 한 이틀 오지 않네요.
그의 부모님이 해결해주신 모냥입니다
는 개뿔...
곧 육두문자 걸진 연락이 옵니다. ㅠㅠ
“너 내가 오늘 3시까지 갈테니, 내가 준 선물 다 내놔.
안 내놓으면 너 내 손에 죽어.”
풉. 주긴 뭘 대단한 걸 줬다고.
전 당장 부랴부랴 상자에 그 넘이 줬던 거 다 담았습니다..
한 개도 필요없어요. 다 갖고 가세요.
제발 가세요.
내가 준 건 제발 안돌려줘도 돼요.;;
어랏? 근데..
이거 함정같아요.
저 만나려고 선물 내놓으라고 한 거 같아요.
얼른 그 사람이 오기 전에 전봇대 밑 눈더미 안에
선물박스를 파묻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전봇대 옆 눈더미 안에 다 넣어놨으니 가져가셈!!”
오후가 되자, 또 욕이 막 날라옵니다.
커튼 끝을 살짝 올려 창밖을 보았어요..
한참을 서성이던 그는 결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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