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산은 완연한 봄은 아니지만 그래도 봄기운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첩첩산중에는 얼음이나 눈이 드문드문 남아있지만 개나리와 목련꽃으로 채색된 등산로 입구에 발을 들여놓으면 어느새 몸도 마음도 가벼워져 봄의 한가운데에 들어간 느낌이 들게 된다. 봄소식을 가득 담아올 당일 봄산행에 어울리는 소형배낭은 어떤 것이 좋을까.
당일과 1박용 소형배낭
소형배낭 중에서도 용량에 따라 배낭의 쓰임새나 구조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 근교 당일 워킹산행을 위해서라면 도시락이나 간식, 오버재킷, 보온병과 수통 등을 담을 25∼30리터짜리 배낭이면 알맞다.
반면 암벽 리지 등 전문등반을 할 경우에는 지참해야 할 장비들의 부피나 무게가 만만치 않다. 자일, 카라비너 등 암벽등반 장비와 오버재킷과 도시락까지 넣으려면 소형 가운데에서도 가장 큰 40∼45리터 정도는 돼야 쓸만하다.
25∼30리터 용량이 등산 외에도 학생들의 가방 대용으로, 일상의 나들이용으로 폭넓게 사용되는 반면, 40리터 이상의 소형배낭은 암벽이나 리지 등반을 하는 클라이머들이 특히 선호하고 있고 이 외에도 봄 여름 가을의 가벼운 1박2일 산행 때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용량이 40리터 이상 되면 종전에는 뚜껑과 몸체가 분리된 어택형으로 제작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요즘에는 점차 냅색형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어택형 배낭이 깊숙이 든 물건을 꺼내기 위해 배낭 속 물건을 전부 쏟아내야 하는 단점을 지닌 반면, 냅색형은 배낭 전면에 지퍼가 달려있어 필요한 물건을 아무때나 쉽게 꺼내고 넣도록 제작함으로써 사용자의 편의를 최대한 고려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소형배낭의 용도는 실로 다양하다. 용도가 다양한 만큼 선택 기준도 까다롭다. 대형·중형 배낭의 제일 선택기준이 기능성이라면, 소형배낭은 기능과 디자인, 색상 등을 복합적으로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소형배낭도 등판구조가 중요
일요일 근교산을 오르는 등산객들 중에는 등판이 없어 축 처진 배낭을 메고 가는 이들을 더러 볼 수 있다. 소형배낭에는 아예 기능성이 없다고 생각해 디자인이나 색상 정도만 보고 대충 고르거나 배낭을 물건이나 담는 주머니쯤으로 생각하기 때문인 듯하다.
소형배낭에도 기능이 있다. 소형배낭을 구입할 때는 등판과 멜빵, 주머니, 각종 다용도 고리 등 소형배낭에 기능성을 더해주는 장치들을 조목조목 따져볼 일이다. 배낭이 아무리 가벼워도 일단 메어보아 불편하면 장시간 산행할 경우 피로가 가중된다.
배낭의 착용감이 좋으냐 나쁘냐는 우선 등판과 멜빵의 구조가 좌우한다. 무게중심이 등 한가운데 오도록 설계되고, 혹 배낭 속의 날카로운 물건이 등을 자극하지 않도록 등판에는 쿠션이 알맞게 들어가 있는 것이라야 한다. 40∼45리터짜리 소형배낭이라면 등판 구조가 중형 배낭 수준은 돼야 한다.
소형배낭의 등판구조는 두께 5밀리미터 이내의 한 장의 플라스틱 프레임을 대고 딱딱함을 보완하기 위해 탄력성이 있는 패드를 대고 둘을 박음질해 접합시킨 형태이다. 등판의 지지력을 좀더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위의 기본 등판 구조에 일자형의 강철이나 V자형 혹은 U자형의 탄력있는 알루미늄 프레임을 끼워넣는다. 알루미늄 소재는 탄력성이 좋아 배낭을 멨을 때 굴곡진 등에 배낭이 잘 달라붙고 짐의 무게를 효과적으로 분배하여 착용감을 한결 높여준다.
등판과 멜빵의 상호 작용이 중요
프레임이 ‘V’ 혹은 ‘U’자형인 것은 무게 중심이 등 한가운데로 오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등판에는 배낭을 멘 사람의 어깨가 결리지 않고 배낭의 하중을 분산시키는 효과를 줄 수 있도록 쿠션용 스펀지를 덧댄다. 그러나 쿠션 스펀지는 오래 산행하다보면 땀이 나 등이 젖어버리기 일쑤. 제조업체들은 등판 시스템의 편안함 외에도 쾌적함도 추구하기 위해 탄성이 우수한 고무망사를 사용함으로써 땀 배출이 보다 원활히 되도록 고안하고 있다.
등판 구조가 좋은 배낭은 멨을 때 배낭이 등에 착 달라붙는다. 여기에 배낭의 착용감을 더욱 안정감있게 해주는 것이 멜빵이다. 멜빵은 일명 ‘성형 멜빵’‘인체공학 멜빵’으로 나아가고 있는 추세. 사람이 배낭을 멨을 때 멜빵이 어깨에 걸쳐지는 모양대로 멜빵을 제작한 것. 멜빵은 대개 S자형으로 디자인해 배낭을 멘 상태에서도 어깨나 몸놀림이 맨 몸처럼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한 것이다.
주머니와 기타 부속 장치들
어택처럼 뚜껑이 달려있지 않은 소형배낭에서 주머니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배낭의 앞, 옆에는 각종 크기의 주머니가 부착돼있는데 이때 주머니의 형태나 색상 등은 디자인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주머니는 크고 많을수록 좋지만 잘못하면 조잡해보일 수 있으며 산행중 나뭇가지에 걸려 불편을 초래할 수도 있다. 주머니 모양이 단순하고 크기도 적당해야 맵시가 있다.
주머니 용량이 한정된 만큼 용량을 늘이기 위해 주름을 넣는 것이 있다. 또 망사주머니는 자주 쓰는 물건을 금방 찾고 꺼낼 수 있어 편리하다. 등산용 소형배낭의 주머니는 지퍼로 개폐장치가 달린 것이 대부분. 만약 백패킹을 하거나 여행할 때에는 개폐 장치가 없는 개방된 주머니가 휴대품이나 책 등을 넣기가 편할 것이다. 배낭의 외부에는 여러 가지 형태의 고리들이 부착되어 있다.
웬만한 배낭에는 등판 위쪽 가운데에 고리가 달려있는데 이는 배낭을 들기 위한 것. 배낭 앞판 아래쪽에 달린 고리는 피켈 걸이용 고리. 피켈을 꽂았을 때 위로 향하는 피크가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도록 피켈 꽂이용 주머니가 앞판에 달린 배낭도 있다. 수통고리, 헬멧을 다는 삼지점 고리, 매트를 배낭 아래에 달 수 있는 스트랩 고정장치 등 실로 작은 배낭이지만 고리의 종류와 쓰임새는 다양하다.
또한 당일용 소형배낭 가운데에도 레인커버가 내장된 제품이 있는데 이런 작은 장치가 등산이나 여행을 아주 편하게 해준다. 봄산행을 위해 창고에 넣어둔 배낭을 한번쯤 꺼내보고 손질을 할 때이다. 혹 주머니나 자루나 다름없는 배낭뿐이라면 이 기회에 봄맞이용 소형배낭 하나쯤 장만해볼 일이다. 등판구조, 곡선형 멜빵, 주머니, 색상을 잘 고려해 맵시있는 배낭을 고른다면 틀림없이 그대는 안목있는 산꾼이란 칭찬을 들을 것이다. <이정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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