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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식후 30분’ 복용법의 진실
글로 | 2019.07.05 | 조회 536 | 추천 1 댓글 0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약의 복용법은 “식후 30분” 입니다. 음식물이 위를 통과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보통 30분 정도이므로, 식후 30분 뒤에는 위가 비워져 음식물이 약의 흡수를 방해하지 않습니다. 
소화와 별도로 약 흡수를 위해 위산을 분비할 필요가 없어 위 점막도 덜 자극합니다. 그 때문에 아래와 같이 일부 약들은 ‘식후 30분’에 복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약이 그런 것은 아닙니다. 반드시 식전에 복용해야 하는 약도 있고, 식사와 무관하게 복용 가능한 약도 있습니다.

소염진통제는 식후 30분, 해열 진통제는 공복에도 OK

상비약의 하나인 진통제는 크게 ‘소염진통제’와 ‘해열 진통제’로 나뉩니다. 소염 진통제는 염증을 제거하는 효과도 있다는 점에서 주된 차이가 있는데, 보통 포장지에 적혀 있으므로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흔히 복용하는 타이레놀과 같은 약은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해열 진통제고 이부프로펜, 아스피린 성분은 소염진통제입니다. 소염진통제는 통증 전달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을 차단하는데, 이는 위벽을 보호하는 기능도 있어 결과적으로 위벽 보호층이 얇아져 위 점막이 손상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소염진통제는 공복에 먹는 것은 피하고 식후 30분에 복용하는 것이 좋으며 속 쓰림이 심한 사람이라면 위장 보호제를 함께 먹는 방법도 있습니다. 반면 해열 진통제는 위장에 부담이 적어 하루 중 아무 때나, 공복에도 복용할 수 있습니다. 
 

식후 30분 복용은 약 먹는 걸 잊지 말라는 표시이기도

감기에 걸리거나 가벼운 장염에 걸려 인근 병원에서 처방받는 약제의 경우 ‘하루 3번 식후 30분 이후’ 복용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나, 이러한 약들은 그 효과가 식사 여부에 따라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혈중 약물 농도가 지속하는 시간이 대개 6시간 정도로 식사 간격과 비슷하므로, 잊지 않고 약을 먹을 수 있게 ‘밥 때’에 맞추어 권하는 것입니다.

규칙적으로 빠짐없이 먹어야 하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의 약제는 매일 같은 시간에 복용해야 하지만, 대부분 꼭 식사 후에 복용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식사를 잘 거르거나 불규칙한 사람은 자신의 생활 습관에 맞추어 일정한 루틴대로 약을 먹어도 됩니다.
다만, 당뇨 치료제로 쓰이는 혈당강하제 중 ‘설포닐우레아’ 계통 약은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혈당을 떨어트리는데, 약만 먹고 식사를 건너뛰면 저혈당이 올 위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금식을 해야 하는 상황에는 이러한 약제를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공복에 먹어야 하는 약은 꼭 빈 속에

한편 처방전에 “식사 전, 공복에 먹는 약”이라고 되어있다면, 식사 여부가 약의 효능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이므로 이를 꼭 지켜주는 것이 좋습니다. 본인이 먹는 약이 공복에 먹어야 하는 약인지 미리 확인하고, 그에 따를 것을 권합니다. 
식사 전에 복용하는 대표적인 약제 중 하나가 역류성 식도염에 처방하는 ‘프로톤펌프 저해제(PPI)’입니다. 역류성 식도염은 위산이 과다 분비되면서 식도로 역류하여 속 쓰림, 상 복부 통증 등의 위장관 장애를 일으키는 증상입니다. 음식물을 섭취하면 위장의 ‘양성자 펌프’가 활성화되어 위산 분비가 이루어지는데, PPI는 양성자 펌프를 활성화하는 효소를 차단하여 위산 분비를 억제합니다. 

이들은 대부분 하루 한 번 복용하는데, 아침 식사 30분 전에 복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공복 상태가 길었던 아침까지 잠들어 있던 양성자 펌프가 아침 식사와 함께 깨어나 왕성하게 위산을 만들어내므로, 그 전에 약을 먹으면 위산 분비 억제 효과가 큽니다. 따라서 아침을 거르는 습관을 지녔다면 약을 먹어도 큰 효과가 없으므로, 점심 혹은 저녁 식사 전에 약을 먹어야 합니다. 식사 후에는 분비된 위산에 의해 약이 활성을 잃을 수 있어 식후복용은 될 수 있는 대로 피해야 합니다.

위장관 통증이나 설사 치료에 사용하는 ‘스멕타’는 흡착형 지사제입니다. 장내 해로운 물질을 빨아들인 다음 배출시켜 설사를 멈추게 하는 약으로, 음식 및 다른 약제와 동시에 복용해서는 안 됩니다. 유해 물질뿐만 아니라 음식물 내지 다른 약물까지 흡착시켜 내보내 약의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스멕타는 공복에 따로 먹어야 하고, 다른 약제와 함께 복용 시 1시간 정도 시차를 두는 것이 좋습니다.

골다공증 치료제인 ‘비스포스포네이트’ 계열의 약은 체내 흡수율이 낮은 편으로, 정확히 복용법을 지켜야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커피나 오렌지 주스, 음식과 함께 복용하면 음료나 음식에 있는 성분이 약물과 결합하여 흡수율을 현저히 떨어트리기 때문에, 약 복용 후 적어도 30분~1시간의 공복 상태를 유지해야 합니다. 또한 이 약은 식도로 역류하여 식도염 증상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충분한 물과 함께 복용하고 복용 후 바로 눕지 말고 서 있거나 앉아 있어야 합니다. 
 

항생제는 정확한 시간과 간격을 맞추어 정량으로

항생제는 일정한 혈중 농도를 유지해야 하므로, 용량이나 복용 간격을 임의로 변경하면 세균을 효과적으로 박멸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식사와 상관없이 정확한 시간 간격을 맞추어 정량을 복용해야 합니다. 다만, 항생제 중 암피실린계통은 음식물에 의해 흡수가 지연되고, 테트라사이클린 계통은 음식물 속의 칼슘과 결합하여 착화합물을 형성하여 약 효과를 떨어트리므로 공복에 복용하는 것 좋습니다. 

이처럼 약은 종류나 특성에 따라 복용법이 다릅니다. 어떤 약들은 복용법을 따르지 않을 경우 효과가 반감될 뿐 아니라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식후 30분’ 복용법이 일반화된 이유는 환자가 규칙적으로 약을 먹게 하려는 것이고, 앞서 본 일부 약제들을 제외한 대부분은 식사 여부가 약효와 무관합니다. 오히려 30분을 기다리는 동안 약 복용을 잊어버리는 경우도 많으므로, 본인의 패턴에 맞추어 규칙적으로 약을 먹는 것이 현명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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