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유럽과 아시아에 퍼지면서 각국은 피해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유럽에선 ASF의 주요 매개체인 야생 멧돼지 사냥에 나섰다. 독일은 사냥꾼들에게 멧돼지 사냥을 무한정 허가했다. 포획하면 마리당 최대 50유로(약 6만6000원)를 지급했다. 그 결과 지난해 멧돼지 83만 마리를 잡았고, 아직 ASF 피해가 보고되지 않았다.
벨기에는 전문 사냥꾼만으로 역부족이라는 판단하에 지난해 9월 군 저격병까지 멧돼지 소탕이 동원했다. 올해 초에도 군 병력을 동원한 소탕 작전을 벌였다. 벨기에 남부의 산림 감시원과 그 아들이 지난 2월엔 멧돼지 사체를 발견하고도 며칠동안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 덴마크는 멧돼지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에 1.5m의 펜스를 설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ASF로 인한 피해가 지속되자 감염된 돼지를 살처분하지 않고 통조림으로 가공한 뒤 비상 식량으로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지난 17일 양돈 전문매체인 ‘피그 프로그레스’가 전했다. 섭씨 60도 이상에서 30분 이상 끓이면 ASF 바이러스가 죽기 때문에 양돈 농가에 이동형 도축 시설을 만들어 바로 가공하면 전염의 위험이 없고 농가도 경제적 손해를 줄일 수 있다고 우크나이나 축산협회가 제안한 안이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부터 300건 이상 ASF가 발견돼 방역에 애를 먹고 있다. 최근에도 리비브 지방에서 감염이 보고돼 약 10만 마리의 돼지를 살처분할 상황이다.
중국은 국경절 연휴를 앞두고 돼지고기 비축분을 방출키로 했다. 현지 경제 매체 차이신은 18일 중국이 정부가 비축하고 있는 냉동 돼지고기 1만t을 오는 19일 온라인 경매 시장에 풀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에선 지난해부터 ASF로 인해 1억마리 이상의 돼지가 살처분된 것으로 추정된다. 돼지고기 가격도 1년 전보다 50% 가량 올랐다.
이달 초 ASF가 발병한 필리핀에서는 양돈 사업에서 철수하겠다는 지역도 나왔다. 11마리의 양성 돼지가 나온 필리핀 퀘존시의 조이 벨몬트 시장은 “도시 지역에서 점진적으로 양돈장을 철수하라고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다고 17일 현지 매체 인콰이어러가 보도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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