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 이춘재(56)씨가 3차 경찰 조사에서도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경찰은 마지막 10차 사건 이후 이씨가 처제를 살해한 혐의로 검거되기 전까지 2년 9개월 동안 추가 범행을 저지르지는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중요미제사건전담팀은 18일과 19일에 이어 전날에도 전담 형사와 프로파일러 등을 이씨가 수감 중인 부산교도소로 보냈다. 경찰은 DNA가 일치하는 유력한 단서를 제시했지만 이씨는 ‘나와 화성연쇄살인사건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다른 사건 증거물 DNA 감식 결과를 기다리는 한편 당시 사건 기록 등을 재검토하면서 이씨를 상대로 조사를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사상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남았던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를 이씨로 특정했다. 이씨의 DNA는 5ㆍ7ㆍ9차 증거물에서 나온 DNA와 일치한다. DNA는 과학수사 증거 가운데 가장 높은 신뢰도를 자랑한다. 사람의 DNA는 서로 다르고, 죽는 날까지 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DNA 신원확인 기법의 신뢰도는 ‘99.99%’로 표현된다.
하지만 이씨가 뚜렷한 증거 앞에서도 혐의를 부인하고 나서자, 굳이 경찰의 면담 요구를 거부할 수 있음에도 꾸준히 응하고 있는 배경에 궁금증이 쏠린다.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해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1995년부터 수감 중인 이씨로부터 범행 인정을 이끌어 낼 뾰족한 방법은 없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공소시효는 이미 완성(만료)돼 더는 죗값을 물을 수도 없다. 이씨가 경찰의 교도소 면담을 거부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재판으로 유ㆍ무죄를 다툴 수도 없어, 현재 이씨를 상대로 경찰이 벌이고 있는 행위는 수사라기보다 ‘진실 규명’에 가깝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