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백운동 일대에 들어선 아파트 단지 전경.(사진=구성헌 기자@carlove)
지방 주택시장 침체기에도 이른바 ‘대·대·광’으로 불리는 대전·대구·광주만은 독보적인 활황세를 보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광주의 주요 지역들의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투자 세력이 빠져나갔기 때문”이라는 의견과 함께 “살 사람은 다 샀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23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6일까지 광주 아파트값은 0.84% 하락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29% 상승)과 비교하면 주택시장 분위기가 딴판이다. 광주의 매매가격은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내려 2009년 이후 10년 만에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했다.
거래량도 크게 줄었다. 광주의 8월 주택 매매 거래량은 2225건으로 전월(2219건)대비 0.3% 늘었지만 전년 동월(2941건)에 비해 24.3% 감소했다. 1~8월까지 누계 집계된 주택 매매거래량 역시 1만6998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6.9%나 줄었다.
특히 지난 해 광주 집값 상승을 이끌었던 남구가 올 들어 1.83% 빠졌다. 남구에는 광주의 대치동이라 불리는 봉선동이 있다. 이 지역은 지난 해 하반기 “집값이 미쳤다”고 할 정도로 아파트값이 많이 올랐던 곳이다.
하지만 올해는 그만큼 하락폭도 큰 상황이다. 봉선동 ‘쌍용스윗닷홈’ 전용면적 140㎡는 지난 해 1월만 해도 8억 원 언저리에서 거래됐다. 또 지난 해 하반기엔 13억 원에 거래될 정도로 치솟았다. 하지만 지금은 11억 원 대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매물은 14억 원대에 나와 있지만 이 가격에 사려는 사람은 없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인근 ‘제일풍경채엘리트파크’ 전용 84㎡도 올해 1월 9억 원에 거래되면서 1년만에 2배 넘게 상승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6억 원 후반대에 매물이 나와 있지만 매수세가 붙지 않는다. ‘봉선3차한국아델리움’ 역시 비슷한 모습이다. 이 아파트는 지난 해 3월 7억 원을 넘어서더니 11월에는 11억1000만 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올해 초 9억 원 대로 떨어지더니 하반기 들어서는 7억 원까지 가격이 밀렸다.
중심가 뿐만 아니라 구도심이나 신도시 지역들도 지난 해 상승폭을 상당 부분 반납하는 모습이다. 동구 학동과 광산구 신가동 등 인기 지역의 아파트들도 1년 전에 비해 1억~2억5000만 원 가량 빠진 곳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하락세에 대해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집값을 띄운 투자세력이 한꺼번에 빠져나간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지난 해 상승기 당시 지자체와 국세청, 경찰청 등이 합동단속을 벌였지만 투기 흔적이나 위법 행위를 찾지 못했다. 당시 집값을 크게 올려놓은 거래들도 대부분 광주 지역의 ‘갈아타기’ 수요인 것으로 확인됐다.
봉선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 해 집값 급등세가 사람들의 조급증을 부추기면서 이상 급등 현상을 부추긴 것 같다”며 “올해는 시장이 제자리로 찾아가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공급이 크게 늘면서 기존 아파트 가격을 누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올해 광주에서 입주하는 새 아파트는 1만3253가구로 지난해(7000가구)의 두 배에 가깝다. 내년에도 1만2505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분양시장은 매매시장과는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달 초 청약을 받은 서구 화정동 ‘염주더샵센트럴파크’는 497가구 모집에 4만3890명이 몰려 88.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또 올해 상반기 분양한 ‘광주화정아이파크’도 평균 청약경쟁률이 67 대 1에 달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향후 광주 주택시장은 단기 급등에 대한 부담과 향후 규제지역으로 묶일 수 있다는 불안, 공급 과잉 우려 등으로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면서도 “분양시장이 여전히 호조세인 만큼 집값이 급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