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읽는 서브컬처-75] "묻고 더블로 가!" "화란아, 나도 순정이 있다." "마포대교는 무너졌냐. X끼야?" 싸늘하다. 익숙한 대사가 날아와 귀에 꽂힌다. 13년 만이다. 최동훈 감독이 연출한 '타짜'(2006)가 다시금 인기를 끌고 있다. 그 인기의 중심에는, 다른 누구도 아닌 곽철용이 있다. 중견 연기자 김응수(58)가 연기한 곽철용은 악역이자 조연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명대사 지분율과 인상적인 연기로 영화 초·중반부를 견인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인기는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네티즌들이 직접 만든 곽철용 영화 포스터와 정성스럽게 편집한 예고편, 심지어 그가 출연하는 가상의 광고 콘티에 이르기까지 곽철용을 패러디하는 밈(짤방)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한다. '타짜 1편의 진주인공은 곽철용'이라는 분석 글도 올라오기도 했다. 아이언드래곤(철용)이라는 별명도 생겼다.
이 같은 곽철용 열풍을 두고 혹자는 중견 배우 김영철의 '사딸라 신드롬'에 비유할 정도다. 갑작스러운 인기에 소속사도 얼떨떨하다. 김응수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얼반웍스이엔티 관계자는 "하루에 전화가 100통씩 온다"면서 "곽철용 관련 매체 인터뷰, 광고, 화보 촬영, 행사 초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김응수 배우를 찾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곽철용 신드롬의 시발점을 확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지난 9월 11일에 개봉한 타짜 영화화 세 번째 작품인 '타짜:원 아이드 잭'이 촉매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특히 타짜 3편이 어설픈 각색과 상투적인 전개로 평단과 관객의 혹평을 받으면서, 영화 1편과 곽철용이란 인물을 재발굴하는 움직임 역시 활발해졌다.
모든 것의 시작인 영화 `타짜`(2006)와 네티즌들이 직접 만든 가상의 영화 `곽철용` 포스터. /사진출처=인터넷 커뮤니티
☞곽철용, 그는 누구인가 17세에 건달 생활을 시작해 조직의 정점에 올라선 인물. 회장님이라고 불린다. 사설 도박장부터 볼링장까지 불법과 합법을 오가는 사업 수완을 발휘해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왔다. 고니가 '천하의 곽철용이'라고 부를 정도로 업계에서의 위세가 대단하다. 평소에는 사업 운영에만 몰두하고 도박에는 박무석 등 부하를 동원하지만, 큰 도박판의 경우 직접 선수로 뛰기도 한다. 단골 술집에서 일하는 화란을 사모한다. 이때 화란에게 자신이 '적금 붓는 보험 드는' 정상적인 삶을 사노라고 강조한다. 달건이, 즉 깡패지만 나름 '신사다움'을 강조한다. 자신에게 망신을 안겨준 고니의 실력을 알아보고 함께 일하지 않겠냐고 제안할 정도로 사업가다운 용인술도 보여준다. 전국구 타짜인 아귀와 친분이 깊은 편이다. 고니가 아귀를 만나기 위해 곽철용에게 접근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곽철용의 죽음 이후 아귀는 '죽은 곽철용이가 느그 아버지냐 복수한다고 지X들을 하게?'라고 말하면서도 그의 복수를 위해 도박판을 벌린다. 허영만 화백의 원작 만화에서는 '칠성파 두목' 곽칠성이란 이름으로 등장한다. 은주라는 인물을 흠모한다. 영화 속 화란은 원작의 은주와 화류계 여성인 화란을 합친 캐릭터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정정당당을 강조하는 인물이라 투견장에서 고니에게 50만환을 잃은 상황에서도 '자주 놀러오게'라고 인사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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