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가 주관한 ‘어묵 영문 명칭 공모전’에서 ‘eomuk’이 1등으로 결정되자 공모전 참가자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한국수산회는 5월27일부터 7월19일까지 ‘어묵 영문 명칭 공모전’을 개최했다. 공모전 운영사무국은 한국 어묵의 세계화를 도울 영문명을 구한다며 취지를 밝혔다. 단, 어묵의 특징인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이 잘 전달되도록 표현하라고 조건을 달았다.
그런데 지난달 30일 오전 수상작 3편이 공개된 후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참가자들의 비난이 거세다. 참가자들은 “‘eomuk’은 어묵의 로마자표기법에 불과하다”며 “이럴 거면 공모전을 왜 개최했느냐”고 입을 모아 항의 중이다. 공모전 공식 홈페이지 질의 응답란에는 심사결과를 납득할 수 없으니 수상 이유를 공개하라는 항의 게시글이 수십여 편 달리고 있다.
모집 요강에 따르면 1등으로 선정된 참가자에게는 200만원이 수여된다. 각각 이번 공모전 2등과 3등인 ‘sea quenelle’와 ‘badasal’를 제출한 참가자는 70만원과 30만원을 받는다. 같은 명칭이 제출된 경우 가장 빨리 제출한 참가자 1명에게 수상이 돌아갔다.
참가자들은 다양한 이유를 들며 심사과정에 대한 의문을 표했다. 특히 1등 선정작의 제출 시점이 공모전이 정식 개최되고 불과 7분이 지난 5월27일 9시 7분이라는 점이 논란을 키웠다. 한 참가자는 “어떤 철학과 센스를 가졌길래 7분 만에 제출한 이름이 당선됐는지 궁금하다”고 비꼬았다. 일부 참가자들은 외신에서 한국 어묵을 소개할 때 이미 ‘eomuk’이라고 표기하고 있다며 주최 측이 새로운 영문명을 찾을 의지가 있었는지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실제로 이 공모전을 소개한 한 매체는 “한국이 ‘eomuk’의 새 이름을 찾고 있다”고 적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심사결과가 발표되기 전 올린 글에서 라디오 방송 진행자가 ‘fish sausage’의 수상이 유력하다고 말한 것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운영사무국은 “심사과정은 외부로 유출된 적 없으며 해당 발언 진행자의 주관적인 의견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심사결과 발표 직후 질의 응답란에 비밀글만 작성할 수 있도록 바뀐 점 또한 참가자들의 불만을 키웠다.
네티즌들 역시 선정이유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200만원 벌기 참 쉽네” “이미 결과가 정해져 있던 것 아니냐”와 같은 부정적인 반응이 상당수다. 또 네티즌들은 어묵의 세계화라는 취지와 달리 ‘eomuk’이 어묵을 모르는 외국인들에게 음식의 특징을 설명하기 어려운 명칭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들은 어묵의 기존 영문명인 ‘fish cake’나 탈락한 ‘fish sausage’ 등이 낫다는 등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공모전 주관 담당자는 1일 홈페이지에 공지를 올려 선정과정에 대해 해명했다. 이에 따르면 심사위원 7명이 참가작들에 각각 점수를 부여해 선정작을 가렸으며 이 과정에서 최종 후보작들은 한국외대의 감수를 거쳤다. 참가 심사위원들은 어묵업계, 수산무역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었다.
특히 ‘eomuk’의 수상이유에 대해선 로마자로 표기한 고유명사로 세계화에 용이하다는 점 때문에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또 타 국가의 어묵제품과 차별화가 된다는 점, 업계에서 활용성이 높다는 점도 고려됐다.
담당자는 “‘eomuk’의 중복작이 150여건이 넘었다”며 “동일한 작명으로 순서가 늦어 입상하지 못한 분들께는 아쉬운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공정성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공모시스템 접속기록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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