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사진관]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 국경절인 10월 1일 이른 아침부터 베이징 천안문 광장엔 오성홍기가 휘날렸다. 이곳에선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강국의 힘’을 과시하기 위한 역대 최대규모의 열병식이 열렸다. 중국이 미국과 대등한 지위에 오를 수 있다면 어떤 희생이 있어도 감수하겠다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메시지다.
열병식에서 1만5000여 병력이 59개의 대오를 이뤄 행진했고, 전투기 등 각종 항공기 160여 대, 신형 탄도미사일 등 580여 첨단 무기가 선보인 그 시각, 홍콩은 시위로 몸살을 앓았고, 시위대가 경찰에게 총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송환법 반대 시위를 주도해 온 재야단체 민간인권전선은 당초 이날 오후 2시 코즈웨이베이 빅토리아 공원에서 시작해 센트럴까지 행진하는 대규모 시위를 계획했지만, 경찰은 폭력 시위가 우려된다며 불허했다. 민간인권전선은 국경절이 국가의 경사가 아닌 ‘애도의 날’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홍콩 주권반환이 이뤄진 1997년 이후 22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홍콩은 시위도 할 수 없는 곳이 됐다”며 “홍콩은 점점 베이징 같은 곳으로 변하고 있다”고 했다.
시위는 오성홍기를 길게 매달은 헬기가 홍콩 상공을 비행하며 축제 분위기를 띄우던 이른 아침부터 시작됐다. 곳곳에서 경찰과 충돌했고, 몸싸움이 벌어졌다. 시위대는 홍콩의‘레넌의 벽’(Lennon Wall)을 지나는 바닥에 시진핑 주석의 사진을 깔아 지나가는 사람들이 밟고 지나가게 했다. 반면에 일부 친 중국정부 집회를 연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중국 오성홍기를 들고 국경절을 축하했다.
이날 오후에는 검은색 옷을 입은 홍콩 시위대와 경찰은 격렬하게 부딪혔다. 집회를 불허한 홍콩 경찰은 6000명을 투입, 완차이 컨벤션센터 주변을 바리케이드로 에워싸고 시위대 접근을 막았다.
시위대가 총상을 입는 사건도 발생했다. 홍콩 시위를 벌이던 18세 학생이 경찰이 쏜 총알에 가슴을 맞아 다쳤다고 홍콩 명보가 보도했다. 지난 6월 15일 시위가 시작된 이래 경찰 총알에 시위대가 상처를 입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도 경찰 관계자를 인용해 "총알을 발사해 시위대가 부상한 것"이라고 전했다.
홍콩 시위대는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 5가지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연일 시위를 벌이며 중국 정부와 긴장 관계를 지속시키고 있다.
한편 시 주석은 이날 건국 70주년 기념식이 열린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반중 홍콩 시위 사태와 독립 성향을 띠고 있는 대만에 대해 강한 어조로 입장을 밝혔다. 시 주석은 “평화통일과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방침을 견지해야 하고, 홍콩과 마카오의 장기적인 번영과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며 “양안(兩岸ㆍ중국과 대만) 관계에 평화적인 발전을 추진해야 하며 중화의 아들과 딸들은 단결해 조국의 완전한 통일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