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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수저 빼달랬는데 왜 자꾸 주나요".. 배달앱 옵션은 무용지물?
서현마미 | 2019.10.05 | 조회 351 | 추천 0 댓글 0

“항상 일회용 수저 주지 말라고 체크해도 배달받아보면 꼭 들어있어요.”

직장인 박모(32)씨가 싱크대 하부 서랍에 모아놓은 일회용 수저와 포크 등을 잔뜩 꺼내며 한숨을 쉬었다. 평소 스마트폰 음식 배달 중개 애플리케이션(이하 배달앱)으로 주 1~2회 배달 음식을 시켜먹는다는 박씨는 “일회용 수저 빼달라고 옵션에 체크해도 자꾸 갖다 주길래 업체 요청사항에까지 적었는데도 소용이 없더라”며 “결국 이것도 다 쓰레기다. 배달음식 시킬 때마다 일회용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오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한데 주지 말라고 업체에 요청해도 왜 자꾸 넣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최근 배달음식 시장의 폭발적 성장세의 어두운 그림자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업계 추정치에 따르면 배달음식 시장 규모는 2017년 약 15조원에서 최근 20조원가량으로 크게 증가했는데 배달앱의 대중화가 한 요인으로 꼽힌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배달앱 이용자는 2013년 87만명에서 2018년 2500만명으로 급증했으며 거래 규모는 2013년 3347억원에서 2018년 3조원으로 10배 가까이 뛰었다. 내수경제 활성화는 반길 일이지만, 배달 음식 주문량이 늘며 나무젓가락, 플라스틱 숟가락 및 용기, 비닐 등 일회용품 사용이 급증했다는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 여러 환경단체가 ‘음식 배달에 쓰이는 일회용품을 규제하자’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4명 중 1명 “일회용 수저 빼달라”

이러한 비판에 배달앱 업체들은 친환경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지난 4월 ‘배달의 민족’을 시작으로 ‘요기요’ 등 배달앱이 주문 시 ‘일회용 수저 제외’ 옵션을 추가한 것도 그 일환이다.

배달의 민족을 서비스 중인 우아한 민족의 전혜빈 책임은 지난 2일 “환경보호의 일환으로 해당 옵션을 추가했다”며 “전부터 고객 분들이 요청사항에 ‘일회용 수저를 빼달라’는 메모를 많이 남기셔서 아예 ‘추가 메뉴’로 ‘일회용 수저 제외’를 넣으신 업주분도 있었다. 그래서 ‘이걸 기능으로 넣으면 어떨까’하는 내부적 논의에 따라 만들었다”고 말했다. 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식 상승에 발맞춰 해당 옵션을 넣었다는 설명이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배달의 민족 측은 기능 도입 후 4명 중 1명이 일회용 수저-포크를 받지 않겠다고 체크했다고 알렸다.

◆소비자 “나무젓가락 재활용도 안 돼… 주지 말라는데 왜 주는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상당히 많은 업체가 옵션 체크 여부와 상관없이 일회용 수저 등을 일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주지 말라고 해도 자꾸 일회용 수저를 줘서 처치 곤란’이라는 불만 글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워킹맘 윤모(31)씨는 “아이 입에 들어가는 일회용 나무젓가락이나 플라스틱 숟가락이 몸에 나쁘다는 기사를 봤다. 특히 나무젓가락은 제조 과정에서 살균제, 표백제 등 화학물질이 들어간다고 해 특히 더 조심한다”며 “주문 시 일회용 수저를 꼭 빼달라고 체크하는데 90% 정도는 늘 들어있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일회용품을 처리하는 것도 골치라고 했다. “특히 나무젓가락은 재활용도 안 된다. 일일이 잘라서 쓰레기봉투에 넣지 않으면 봉투가 찢어질 때도 있어 버릴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일회용품을 안 주면 소비자도 좋고 업체도 원가를 줄일 수 있을 텐데 왜 자꾸 주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업주 측 “안 주고 욕먹느니 주고 욕먹는 게 낫다”

업주들은 ‘안 주고 욕먹느니 주고 욕먹는 게 낫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성북구에서 중국집을 운영 중인 50대 최모씨는 “예전에 이사하는 집에 나무젓가락을 안 갖다 줬다가 심한 욕설을 듣고 트라우마가 생겼다”며 “생각보다 일회용품을 적게 줬다고 화내는 손님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주변 업주들이 겪은 사례도 전했다. 최씨는 “(포장할 때 일회용 수저를 넣는 게) 습관이 몸에 배어 자기도 모르게 막 집어넣는 사장님도 있긴 한데 괜히 안 줬다가 뒷말이 나올까 봐 주는 사장님들이 더 많다”고 전했다. 최씨가 말하는 뒷말은 ‘리뷰 테러’다. 그는 배달앱에 최저점인 ‘별 하나’ 리뷰가 달리면 주문이 확 떨어진다며 ‘주면 서비스지만 안 주면 잘못’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토로했다.

최씨는 “주지 말래서 안 갖다 줬더니 ‘숙박업소라 필요한데 잘못 선택했다’며 다시 갖다 달라 하는 사람도 있고 ‘수저X’라 해놓고 ‘숟가락이 필요 없다고 했지 젓가락까지 안 주면 어떻게 하냐’고 항의하는 손님도 있었다”며 “나무젓가락 원가가 하나에 27원 정도다. 우리집은 일회용 수저 안 주면 1년에 300만원 정도는 아낄 수 있지만 손님들 항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배달앱 측은 어디까지나 음식점 업주와 소비자 사이의 ‘중개 역할’을 하기에 일회용품 제공 여부를 규제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우아한 민족 측은 “주문 시 일회용 수저 지급 체크 여부는 업주들에게 모두 전달된다. 업주 분들이 서비스 차원에서 일회용 수저 등을 제공하신 것 같다. 다만 우리가 이를 제재하거나 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분해에 걸리는 시간, 나무젓가락 20년· 플라스틱 숟가락 500년… 전문가 “업주들, 소비자 탓하지 말아야”

나무젓가락은 자연에서 분해되는데 20년 정도 걸린다. 한 환경단체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1년간 사용되는 나무젓가락만 대략 25억개로 추정된다.

플라스틱 집기류에 비하면 나무젓가락은 그나마 분해가 빠른 편이다. 유럽 플라스틱·고무 협회(EUROMAP)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국의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132.7kg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환경단체들은 플라스틱 숟가락, 포크, 컵 등이 분해되는 데에 대략 500년이 걸린다고 보고 있다.

김미화 자연순환사회연대 총장은 2일 “배달 음식 한 번 시키면 일품요리에도 일회용품이 10~15가지가 나온다. 과도하게 많다. 분명 문제가 있다”며 “업체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언제까지 소비자 탓만 할 건가”라고 일침했다.

이어 “일회용 수저뿐 아니라 반찬 등도 서비스라는 명목으로 필요 이상 지급된다. 배달 주문 과정에서 일회용품뿐 아니라 추가 반찬 등도 소비자가 받을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체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부 차원의 규제 개선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 총장은 “지금 영국이나 유럽연합 국가들이 2021년부터 일회용 숟가락, 포크, 컵 등을 판매 금지하며 전면 규제한다고 하는데 사실 우리나라는 1994년도부터 일회용품 규제를 해왔다”며 “그런데 2008년부터 점차 ‘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규제가 풀려버렸다. 개인의 자율성도 중요하긴 하지만 사안에 따라 정부의 규제가 필요한 부분에선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글-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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